잔생(殘生)

잔생 116

바라쿠다 2019. 12. 24. 08:07
"동석이는..'
"연말인데 친구들과 놀아야지."
"좋을 때다, 당신도 놀고 싶지?"
"내 나이가 몇갠데.."
년말이라 그런지 쌍쌍이 붙어 다니는 커플이 많이 눈에 띤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해서 희정이 집으로 왔다.
쉬는 날이기에 통 넓은 면치마와 티셔츠 차림인 편안함이 한결 어울린다.
"나이가 뭔 상관이야, 즐기며 살아야지."
"ㅋ~ 나 놀아도 돼?"
"그럴래? 같이 놀까?"
"ㅋ~ 나야 좋지."
요즘 들어 인생을 살아가는 처세에 대한 생각이 많아 진다.
옥탑방에 살며 호구지책을 염려하던 때와는 딴판이다.
불로소득으로 얻은 50억이나 되는 재산이 생긴 때문일게다.
"그래도 벌어야지."
예전과 달리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되겠지만, 무슨 일이 됐던 움직거리며 살아야 한다.
궂은 일 마다 않고 호구지책을 삼은게 몸에 배서인지, 음식점 꾸려 나감에 열심인 희정이에게
믿음이 간다.
"동훈이가 삼촌뜻대로 하래."
"..뭐를.."
"자기 호적에 올리자고 했다며.."
"..직접 얘기하지."
희정이와 인연이 깊어지지 싶은데 두 아들 동훈이와 동석이가 눈에 밟힌다.
결혼이란걸 해 본적 없으니 당연 피붙이라곤 없다.
법적인 부부가 된다면 그녀의 핏줄 역시 보듬어 안는게 도리일 듯 싶다.
"그 놈들 생각도 있겠지."
"ㅋ~ 다 큰 자식 둘씩이나 생겼네."
"건배해야겠다, ㅋ~ 축하해."
무릇 사람이란 뿌리가 있어야 한다.
뿌리가 땅 속 깊이 단단하게 내릴수록 그 나무는 천년만년 커 나갈수 있다.
햇빛과 물, 바람처럼 토대가 되는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다.
인생의 여정 역시 나무처럼 커 나갈수 있는 자양분이 필요하다.
"아이고~ 당신이 낳은 자식이야."
"그런데.."
"내 호적에 오른다구.."
"알아."
타고 난 사주가 있어, 평생 해로하려 했던 남편이 불귀의 객이 됐다.
새로운 남자를 만나 팔자를 바꿀지도 모르는 처지에 있다.
다행히 날 믿고 따르려기에 자신의 핏줄인 자식들의 호적 옮기는걸 받아 들이려 한다.
"벌어 뭐 하냐, 물려 줄 자식도 없는데.."
"ㅋ~ 나 줌 되지, 나 돈 딥따 좋아해."

~준비됐어?~
~응, 차 가져왔어.~
느닷없이 바람쐬러 가자는 순희 뜻을 따라 아들놈의 자가용을 빌려 왔다.
2년전 내 명의로 된 아파트 전세계약을 할때 순희를 처음 봤다.
아들보다 어린 그녀를 봤을 때, 아내가 저 세상으로 간 뒤 실로 오랜만에 여자의 향기를 
맡았다.
간간이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찌 한번 말이라도 건네고 싶어 눈치를 살폈다.
그러던 차에 전세금 인상으로 인해 그녀를 지척에서 볼 기회가 됐고, 원래의 액수로 연장
계약을 해 줬다.
~어디?~
~안방, 옷 입느라..~
~보고싶어.~
~나갈께.~
거실 천정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움직이는 동선이 순희의 폰에 전송되는 모양이다.
모든게 그녀의 눈에 비쳐진다 생각하니 마주 보는 기분마저 든다.
~목걸이 없네.~
~아까 샤워하느라 풀렀어.~
~다시 해.~
~..응.~
술친구로 지내자는 당돌한 제의를 받았을 때 한껏 부풀었다.
얼추 술이 취한 상태로 그녀와 몸을 섞었다.
듣도 보도 못한 순희의 섹스 취향이 이해는 안 되었을망정, 느끼는 쾌감은 상당히 짜릿했다.
종족 보존을 위한 동물들의 교배가 아니니만큼 에로적인 감정이 실리기도 처음이었다.
살과 살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마당에 순희의 매운 손이 날라 와 따귀를 맞았음에도 오히려 
색다른 쾌감이 뭉실뭉실거렸다.
매질뿐이 아닌 그녀의 오줌마저 받아 마셔야 했고, 목에는 개줄까지 묶이는 처지가 됐지만
그 어떤 가해도 당연한 몫으로 받아 들인다.
십여년씩이나 잊고 지냈던 섹스로 인해 새록새록 사는 재미마저 생겼다.
비록 대등한 섹스 파트너가 아닌 노리개 취급을 당하는게지만 그런 위계 질서마저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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