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14

바라쿠다 2019. 12. 14. 19:27
~어디?~
~안방..~
~보고싶어, 거실로 나와.~
안방 침대에 누워 있다가 순희의 카톡을 보고 거실 쇼파에 앉는다.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쪽 천정에 카메라가 응시하고 있다.
시킨대로 카메라를 달긴 했으나, 그 화면을 볼수있는 권한은 순희의 핸폰 뿐이다.
~목걸이 안했네.~
~..하지, 뭐.~
70이 된 나이임에도 사는 재미를 일깨워 준 순희지만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다.
그녀 앞에서는 그저 하나의 숫놈이 될 뿐이다.
친구처럼 지내자더니 나이차를 한순간에 허물어 버리고 제 뜻에 따라주길 원한다.
섹스할때는 자기가 주인이라면서 가학적인 교미를 즐긴다. 
~알타리 먹고 싶어~
~하라고 시킬께..~
집과 직장을 오가야 하는 그녀의 심부름을 도맡아야 만날 시간을 벌수 있다.
먹고 싶어 하는건 며느리에게 부탁해 냉장고에 넣어 둔다.
지난 보름동안 순희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꽤 많다.
식성뿐 아니라 난생 처음으로 여자의 신체 사이즈까지 알게 됐다.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옷종류는 66사이즈를 구매해야 하고, 신발 크기는 245다.
이름 외기도 쉽지않은 여자의 화장품도 수십가지나 된다.
~7시쯤 끝나.~
~술상 봐 놀께.~
술이 좋아 마시는게 아니라 밤새 직장에서 고단했을테니 잠 자기 위한 수면제쯤으로 
여기지 싶다.
그녀의 생활 패턴을 쫒아 낮에는 자고, 밤도깨비처럼 호출을 기다리게 된다.

"술 비었자너."
"가져 올께."
"눈치가 읍냐.."
팬티 하나 달랑 걸친 규식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온다.
스님처럼 반질거리는 머리에 목에는 개줄을 묶기 위한 가죽띠까지 둘렀으니 애완견이 
따로 없다.
"ㅋ~ 얘는 나만 보면 반기네."
"그런가 봐."
주방을 가로 질러 오는데 사각팬티 앞이 불룩 솟구 쳐 있다.
숫놈 길들이기 나름이라더니 가운데 토막 그 놈 역시 주인을 닮았지 싶다.
다 늙은 나이에 사내 구실이나 할수 있을까 싶었는데 저 놈만큼은 왕성하다.
"혹시 면허증있어?"
"..어디 가려구?"
"ㅋ~ 응."
"미리 얘기해, 아들놈 차라 그 전날 가져와야 돼."
"여행가자."
"여행?"
남들은 꿈도 꾸지 못할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규식의 목에 걸린 개줄을 잡고 애완견을 자랑하고픈 마음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경악할 일이지만 꼭 한번 해 보고 싶다.
사람 발길이 뜸한 산속이나 바닷가를 찾아 실행에 옮기려 한다.
애완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심심할때마다 들여다 볼수 있을 것이다.
"안방으로 가자."
"..대충 치우고.."
술상도 차리고 스스로 정리까지 하니, 먹이를 줘야 하는 애완견에 비할손가.
안방 한쪽 벽면 전체에 거울을 붙이게 했다.
숫놈을 조련시키는 모습이 그대로 비쳐 져 영화를 보는 효과마저 있다. 
"왔으면 수갑차야지, 눈도 가리고.."
스스로 수갑을 차고 안대까지 써 시야를 가린다.
"이리 와."
".........."
목에 걸린 가죽띠에 개줄을 연결해 거울앞으로 이끈다.
"무릎꿇어."
거울을 향해 무릎꿇은 숫놈 목의 개줄을 움켜 쥔 모습이 그럴싸하다.
~찰칵.. 찰칵..~
핸폰을 들여다 보며 촬영을 하니 내 얼굴만은 폰 크기만큼 가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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