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42

바라쿠다 2019. 12. 20. 01:48
"딸꾹~ 낼 은행에 올거지?"
"ㅋ~ 그렇다니까.."
오늘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된 숙경이와 3차까지 자리가 이어 졌다.
첫느낌대로 술체질은 아닌 듯 혀가 꼬부라진다.
사감선생의 이미지기에 여자로서의 매력은 다소 떨어지던 김숙경에게서 은연 중 
호감이 생긴다.
주량이야 스스로 몸에 맞게끔 마셔야 하는게 평소 지론이라, 상대방에게 술을 권하지는
않았다.
"바람맞히면 안돼~"
"속고만 살았나.. 적금이 고과점수에 영향을 준다는 얘긴 뭐야.."
"에효~ 말 도 마, 잘못되면 지방으로 발령날지 몰라."
스스로 술이 약함을 알고 있는 듯, 절제하는 눈치가 있었음에도 많이 풀어 져 보인다.
소주를 한병쯤 마시고 노래방에서도 몇잔인가 더 마셨다.
얼추 취기가 됐지 싶은 표정이며, 걸음걸이 역시 위태롭게 보이는데 굳이 입가심하자며 
호프집으로 앞장을 섰다.
아마도 내일 은행에서 만날 약속에 대한 확신이 덜 되는게 아닐까 한다.
깐깐한 타입이기에 상대를 믿지 못하는 의심병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하다, 그 은행.."
"딸꾹~ 근데.."
"..왜.."
"아직 젊은데 웬 돈이 그리 많아?"
"내 돈 아냐."
"..누구 꺼.."
"형님 돈이야, 관리만 해 줘."
어차피 은행에서 약정고 서류를 꾸밀때 신분증복사라도 하게 되면 나이가 탄로날 
우려가 있다.
대리인 흉내라도 내는게 지금의 젊은 모습을 이해시키기 쉽다는 생각이다.
"ㅋ~ 어쩐지.."
"돈 복 없게 생겼어?"
"ㅋ~ 알긴 잘 아네."
"섭섭한데.."
"개안어, 매력은 이짜너.."
"매력이라.."
"ㅋ~ 힘은 좋아 보여."
옛날과 달리 요즘 여자들은 속에 있는 표현을 감추지 않는다.
자기 주장이나 기분 위주로 생활 패턴이 맞춰지는걸 많이 봤다.
우리네 세월과는 전혀 다르게 맹랑하기까지 하다.
은경이나 민희, 새로이 접한 윤서마저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ㅋ~ 힘도 있고 돈 많음 안될까?"
"분수껏 살아야지, 젊은 친구가 매너가 없냐, 딸꾹~"
자기가 사는 방식이 스텐다드라도 되는 양, 그 기준에 맞춰 인생을 가르치려 든다
술기운에 말이 많아지고 이쁜 얼굴에 웃음기마저 배니 드문드문 매력이 엿 보인다.
엄숙한 느낌만 아니라면 다시 눈여겨 볼만큼 미인형이다.
예전처럼 여자가 없다면 한번쯤 들이 대 보겠지만, 시간 안배도 어려울만큼 애인이 
즐비하다. 
숙희와 윤서의 경우처럼 처신이 복잡해 지는건 다시 겪기 싫다.
"그러는 숙경이는 매너있겠네."
"그러엄~ 매너하면 당연히 나지, ㅋ~"
"좌천 안되게 해 주면 어쩔건데?"
"에이~ 구라치지 마."
"의심병은.."
외사촌 동생놈이 그 은행 부행장으로 있다.
그 놈 역시 집안 어른인 은행 대주주의 힘 입어 입김이 쎄다고 들었다.
모르긴 해도 지점의 직원 하나쯤 편리 봐 주는건 일도 아닐 것이다.
"나 순진한 여자 아니거덩~"
"복을 걷어차는 여자겠지.."
"..진짜야? 우리은행에 아는 사람있어?"
"참내.. 본론만 얘기해."
"어떤걸 바라는데.."
"ㅋ~ 매주 화요일 술 사, 오늘처럼 일년동안.."
어차피 숙희와 윤서가 함께 있는 곳으로 운동다니기는 글렀지 싶다.
비어있는 스케줄에 숙경이를 새로운 술친구 삼음도 심심풀이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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