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39

바라쿠다 2019. 12. 8. 08:44
"솔직하게 불어.."
"아니라니까.."
술이 떡이 된 윤서를 고이 그녀의 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다음날이다.
운동가는 날도 아닌데 대낮부터 숙희에게서 호출 명령이 떨어졌다.
아마도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었을테고, 진위 여부를 가늠하고자 불러 냈을 것이다.
"좋겠다.. 오빠 점 찍었대."
"누구 맘대로.."
"만지기까지 했다믄서.."
"그러니까 그게.."
할수없이 자초지종을 실토해야 했다.
어떤 의도가 담겨서도 아니고, 졸지에 당한 상황이란걸 구구절절이 나열했다.
"조심했어야지."
"숙희가 다녀 오라고 했잖어."
"아휴~ 열 받아."
".........."
"그 년 찰거머리야, 쉽게 안 떨어 져."
"어쩌라구.."
"술은 왜 안 마셔?"
"교수님 만난다니까.."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뿐인 그림을 배우는 날이다.
숙희때문에 술냄새를 풍길순 없는 노릇이다.
행복한 비명이겠지만 시간 안배를 하기가 점점 어렵다.
"몰래 윤서년 만나는건 아니지?"
"이 여자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여자의 강짜는 피곤한 법이다.
법적인 와이프라도 구속하려 함이 싫은데, 하물며 여친중 하나일 뿐이다.
버젓이 남편이 있음에도 소유권을 주장하려 드는 뻔뻔함이 보인다.
"둘이 나눠 갖는 짓은 못하니까 알아서 해."
"..점점.."

"ㅋ~ 이뻐?"
"ㅋ~ 어울린다."
전부터 생각한 게지만 민희의 옷차림이 바뀌었으면 싶었다.
키가 170이기에 지나치는 숫놈들이 곁눈질을 할 만큼 늘씬스럽다.
성격탓인지 선머슴같이 대충 걸치고 다닌다.
여자의 매력중 눈을 즐겁게 하는 굴곡 진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히려 한다.
"좀 야하지 않나?"
"ㅋ~ 나 만날때만 입던가.."
"이런거 좋아해?"
"싫어하는 놈 있을까?"
히프선이 보일만큼 타이트하지만, 밑으로 내려 올수록 넓어진다.
은경이의 뒷모습을 연상할만큼 엷은 소재는 속이 훤히 보인다.
두겹으로 된 치마기에, 하늘거리는 안감이 한장 더 있지만 뒤태에 군침이 돌 지경이다.
백화점 매장 몇군데서 고른 옷 모두 민희의 라인이 돋 보이는 것으로 샀다.
"더 커 보이자너."
"그거 신어." 
여고때부터 상대적으로 키가 커 운동화를 신는 편이라 들었다.
신발 매장에서 치마와 어울리는 하이힐까지 신겼다.
큰 키가 더욱 늘씬스러워 보이고, 몸매 비율마저 환상이다.
"ㅋ~ 술고파.."

"ㅋ~ 건배.."
"술꾼이야 민희는.."
사당사거리 쯤에 라이브 맥주집이 있다.
대형 음식점이 먹히는 추세이기 때문인지, 이 곳 역시 테이블 수만 200여개가 넘지 
싶다.
사람 키 높이의 무대에서는 통키타 가수들이 추억의 노래를 들려 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싫어?"
"피부상할까 봐 그러지, 그 이쁜 얼굴.."
"ㅋ~ 내가 한미모 하지.."
"됐거덩~"
선머슴처럼 후드티에 퍄딩을 고집하던 민희가 새로워 보인다.
저렇듯 상큼한 미모가 돋보이는 매력있는 여자가 실체를 숨기는 것도 죄악에 가깝다.
무대근처 좌석까지 안내를 받아 테이블 사이를 지나는데, 흘깃거리는 숫놈들이 꽤 많다.
민희 자신도 그 눈길을 접했으니, 앞으로는 패션에 신경 써 줬으면 싶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
"저 노래 슬프다.."
"센치한 척은.."
"ㅋ~ 왜 이래, 나도 여자야."
"ㅋ~ 그랬구나, 그래서 운동화만 신고 다녔네."
"불편해, 발 아파.."
"몇번 신어야 편해 질거야, 잠시라도 벗어."
"그럴까 봐."
가죽 힐을 처음 신었으니 여린 피부가 쓸려 통증이 생기지 싶다.
테이블 밑 힐 위를 밟은발에 언뜻 붉은 상채기가 눈에 띈다.
"이리 줘 봐."
"ㅋ~"
키가 크기에 손이며 발 역시 날렵해 쥐고 싶은 욕심이 든다.
만희의 발을 무릎위에 올리고 쓸린 부위를 가만가만 눌러 준다.
"ㅋ~자상할때도 있네."
"나도 남자야."
"ㅋ~ 따라쟁이.. 좋아하는 노래 뭐야?"
"꿈이어도 사랑할래요."
"임지훈?"
"응."
"ㅋ~ 안 어울린다."
"왜.."
"산도둑같이 생긴 사람이.."
"근데 얘가~"
"2차 노래방가자."
"그러던지.."
몇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슬슬 취기가 오른다.
몇달간 복용하던 회춘약을 끊어 피곤이 쌓이는게 아닌지 고민스럽다.
반면 민희의 얼굴에 술꽃이 펴 발그스레 이뻐 보인다.

'회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춘 41  (0) 2019.12.16
회춘 40  (0) 2019.12.10
회춘 38  (0) 2019.11.18
회춘 37  (0) 2019.11.17
회춘 36  (0) 2019.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