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05

바라쿠다 2019. 12. 1. 07:03
"미안해, 또 왔어."
"ㅋ~ 따라 와.."
연숙이와 찝찝하게 헤어지고는 순희를 찾았다.
마신 술의 양이면 취기가 오르지 싶은데, 쉬 잠이 올것 같지 않아서다.
~또각.. 또각..~
앞서 걷는 순희의 엉덩이가 오늘따라 더 실룩인다.
인간은 길들여지기 마련이지 싶다.
연숙이야 쌍동이 녀석들의 합공에 느끼지 못했던 큰 쾌락에 젖어 세월가는 줄 몰랐다
쳐도, 그녀와 섹스 도중 엉뚱하게 죽어 버린 사타구니가 은연중 뿌듯해 진다.
단지 실룩이는 엉덩이를 봤을 뿐인데, 섹스의 쾌감만큼은 순희에게 길들여 졌지 싶다.
"기다려, 준비하고 올께."
와 보지 못했던 방문을 열어 준 순희가 되돌아 복도끝으로 사라진다.
여느 방과 다르지 않는 구조지만 한켠에 가죽쇼파가 눈에 띈다.
늘상 하던 버릇대로 옷을 벗어 눈가리개까지 하고는 침대에 올라 순희를 기다린다.
~달칵.. 또각.. 또각..~
기대하던 익숙한 소리가 들리자, 담요 속 그 놈에게 힘이 실린다.
귀두끝에 담요의 꺼실꺼실한 촉감이 닿았음은 천정을 향해 우뚝 섰음이다.
"손.. 머리위로.."
이 방의 주인은 순희 자신이라고 예전부터 강조했다.
그 말을 따른다기보다, 즐거운 쾌감을 선사하는 순희의 말을 거역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찰칵.. 끼릭..~
손을 내밀자 손목을 결박하는 것이 평소의 노끈이 아니고 금속성 소리가 난다. 
"ㅋ~ 눈 떠."
".........."
분명히 불을 끄고 누웠는데, 순희가 안대를 풀어 주자 은은한 붉은 조명이 주변을 밝히고
있어 사물의 분간정도는 된다.
바뀐건 조명뿐이 아니고 순희의 옷차림도 그러하다.
하체를 감싼 검정 치마와 쉐타 차림이었건만, 지금은 바바리 코트를 동여 맷다.
"내려 와."
윗몸을 일으키게 돕더니 손목의 수겁을 잡아서는 쇼파로 이끈다.
"발 들어."
탁자위에 올린 발목에도 손목과 마찬가지로 죄인들이나 채우는 수갑으로 결박을 한다.
이어 손과 발이 움직이지 못하게끔 쇼파 뒤쪽으로 노끈으로 묶기까지 한다.
"야설 좋아해?"
"야설?"
"응, 섹스하는 소설.."
"글쎄.. 사춘기때?"
아마 철없던 시절, 성에 눈을 뜨던 당시 또래들이 돌려가며 탐닉했던 기억이 있다.
직설적인 성기의 지칭과 함께, 행위 역시 자세히 묘사해 꽤 흥분했던 시기가 있었다.
야설뿐 아니라 성인만화까지 꽤나 재밌게 봤지 싶다.
"일본에서 '사육사 미찌꼬'가 유행이래." 
"사육사?"
"ㅋ~ 응, 오늘은 내가 미찌꼬되려구.."
묶여 있는 바로 앞 탁자에 앉더니 코트의 단추를 모두 풀어 헤친다.
붉은 조명아래라 그런지 옷깃사이로 보이는 여체의 곡선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섹스산업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자너.. 사육사 시리즈는 남자가 여자를 납치해 
욕심을 채우는 영화 스토리지만, 이 미찌꼬는 그 반대야.. 남자를 납치하는 ㅋ~"
얘기하는 도중 순희의 발 하나가 가슴으로 올라 와 주변을 간지른다.
발이 작으면서도 날렵해, 지나치는 남자들이 흘깃거리는 걸 은근 즐겨 샌들을 애호하는 
편이다.
엄지 발톱에 칠해 진 빨간 메니큐어가 유난스레 섹시하다.
"재밋겠네, 허구지만.."
"아냐, 실제 경험담이야.. 납치됐다 풀려 난 남자가 있어."
"리얼?"
"ㅋ~ 그렇다니까.."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얘기중임에도 이곳저곳 발 끝이 옮겨 진다.
두 손을 등뒤 탁자에 기댔으니 벌어 진 코트 사이로 나신이 보이기는 하나, 눈요기 될
만큼은 아니다. 
감질만 나는 터에 나머지 발 하나가 우뚝 선 그 놈을 지그시 누른다.
사지가 결박당한 채 두 발의 애무를 고스란히 당함도 꽤나 신선하다.
"더 벌려 봐.."
"..뭘.."
"ㅋ~옷, 가려서 잘 안 보이네.."
"어딜 함부로.. 주인님이 보여 줄때까지 기다려."
"넵~ 주인님.. 미찌꼬가 남자를 납치해서 뭐 하는데.."
"뭘 하긴, 이렇게 가지고 놀지.."
"시킨다고 듣겠어?"
"사흘정도 굶겼대, 물도 안 주고.."
"그건 좀 심했다.."
"ㅋ~ 빨아.."
가슴이며 목덜미까지 유람다니던 발이 입에 닿는다.
"쭈~웁.. 쭙~"
시키는대로 따라야만 그럴듯한 쾌감을 얻을 것이다.
자신의 발을 쪽쪽거리는 날 귀엽다는 듯 흐뭇하게 지켜 본다.
순희의 명령에 따름도 묘하게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자주 묶인 채 섹스를 해서인지 가학스러움을 당해도 자극이 되는건 똑같다.
"아사직전 까지 묶어 놨대, 겨우 빵 하나 주고 또 굶기고.. 완전 복종할때까지 한달간 
그런 모양이야."
"헐~"
"세뇌시키기 나름이겠지, 나중엔 잔짜 강아지처럼 되더래.. 미찌꼬가 나타나면 개줄에 
묶인 채 발바닥부터 핧아 대고.."
"굶을까 봐?"
"그런 셈이지, 서너달 버티다  대개 항복한대.."
"대개?"
"응, 세명이였대.. 2차대전 당시 방공호였던 지하실 방에서 사육당했던 남자들이.."
무릇 섹스라함은 짜릿한 쾌감을 얻기 위한 행위이다.
짜릿함도 계속하다 보면 시들해 지기 마련이기에, 후배위며 가위치기도 하고 여체를
배 위에 올리기도 한다.
"ㅋ~ 따라하고 싶어."
"지금 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잠깐 말고.."
"미찌꼬처럼?"
"응.. 자기 며칠간 묶여 있을래?"
"그럴까?"
직장다니는 직업은 아니기에 없어진다 한들 찾는 이도 없을 것이다.
원할때마다 크나 큰 쾌감을 주는 순희기에, 선물이라도 주듯 소원을 들어 줘도 무방하지 
싶다. 
"ㅋ~ 굶길텐데, 묶여있는 동안.."
"그건 너무했다, 목도 마를텐데.."
"ㅋ~ 내 오줌마셔.."
"오줌을?"
"응, 미찌꼬도 그랬대.."
여자를 괴롭히는 새디스트가 있는 반면, 여자에게 당하는 걸 즐기는 마조스트가 있다 
들었다.
그런 성향이 보인다며 욕실 바닥에 누운 내게 오줌을 누기도 했다.
하기사 그런 짓이 수치스럽지 않았으니 순희의 주장이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글쎄.."
"방 3개를 돌아 다니면서 별짓 다 한 모양이야.. 지금처럼 손발이 결박되고 혹시 물리지 
싶어 입에 재갈까지 채웠으니 고스란히 당했겠지, 포로들.."
"컥~"
"ㅋ~ 요 정도도 못 참으면서.."
순희의 두 발이 목을 조르듯 강한 힘으로 울대를 밟기에 숨 쉬기가 어렵다.
어찌 피하고 싶지만 사지가 결박됐으니 고스란히 당할수 밖에 없다.
"그 포로들은 엄청 맞았대, 손이나 발을 쓰기도 했지만 채찍이나 몽둥이질까지 했대.. 
미찌꼬가 나타나면 공포심이 생길만큼.."
"나한테 그러겠다구?"
"ㅋ~ 그렇게까진 아니구.. 따귀정도?"
"뺨?"
"ㅋ~ 응.."
마치 갖고 싶은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처럼 천진스런 미소마저 띤 순희가 자세를 고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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