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83

바라쿠다 2019. 11. 28. 05:18
"ㅋ~ 숙자가 밤이 즐겁대요."
"..이 사람이 별 소리를 다.."
"뭐 어때요.. 요즘은 안 그래요 형님."
대봉씨만 빠진 셈이고, 오랜만에 쌍쌍이 모였다.
선미의 결혼식 소식까지 있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다들 기분좋게 얼큰한지라 부부 금슬 얘기도 자연스레 식탁에 오른다.
선미가 먼저 시동을 건다.
도마위에 오른 섹스 얘기에 각자 받아 들이는 표정은 다르다.
숙자와 유성씨 커플은 쑥스러워 하고 선미, 진수 커플은 섹스를 오락쯤으로 여기지 싶다.
"ㅋ~ 진수씨 변강쇠라며.."
"변강쇠는 무슨.. 다 선생이 잘 가르쳐서 그렇지." 
"ㅋ~ 옹녀가 변강쇠를 조련한거네."
친구 선미의 행복이 보기 좋아 어린 진수를 놀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희씨 분위기가 딱 옹녀인데.."
"ㅋ~ 유성씨는 인희를 그렇게 봤구나."
"어머~ 난 처음 들어."
"맞아요, 인희누나 첫인상이 그랬어."
"어~ 왜들 나한테 화살을 돌려?"
숫놈들에게 인기는 있다손 치더라도 옹녀로 비견되는건 처음이다.
서박사를 비롯해 주변을 맴도는 숫놈들의 면면을 볼라치면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을만도 하지 싶다.
정상적인 친구들 커플에 비해 날 좋아한다는 놈들 대다수가 변태끼가 있다.
얻어 맞는걸 밝히는 서박사나 비슷하게 학대당하길 바라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걸 비추어 보면 유성씨나 진수의 보는 눈이 틀린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바라는 행복은 그게 아니다.
선미나 숙자처럼 남편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게 여자의 본질이다.
숫놈들이 봐 주는 눈길로 인해 우쭐하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선미와 숙자의 지금 
모습과 견주는 자체가 안 된다.
겉으로 보이는 시선이 아무리 좋다 한들, 살 부비고 사는 만족스러움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감정인 것이다.
"니 년이 젤 이쁘다면서.."
"마즈~"
"에효~ 이쁘면 뭐하냐, 제 마누라 쳐다 보지도 않는데.."
"그러길래 잘 하라고 해짜너.."
"진수씨가 그런 소리도 했어?"
"얘기 좀 해 봐, 남자들 어떻게 해 주길 바래?"
남녀간 좋아하는 유효감정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셋 모두는 옷깃만 스쳐도 스파크가 일어나는 시기다.
선미나 숙자는 눈 먼 남편들로 인해 신혼을 만끽하지만,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연애의 
감정이 식은 듯 하다.
어린 진수지만 돗자리 깔린 김에 찬구년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스럽다.
"인희누나 머리 진짜 나쁘다~"
"ㅋ~"
"어머머~"
"ㅋ~"
"이게 진짜?" 선미 신랑이라고 봐 줬더니.."
"이 년이 이게라니.."
"아~ 실수.. 진수씨가 열받게 하자너 이 년아~"
"머리 나쁜건 맞자너, 너나 나나 똑같이.."
"이 년이 쪽팔리게.."
"뭐 어때.. 다 뽀록났는데.."
"ㅋ~ 마즈.."
"개안아요, 똑소리 나는 여자 좋아하는 남자 없으니까.."
"거 봐, 잘난 여자 피곤하기만 해."
"그런다고 광고까지 해? 나 머리나빠요~"
"누나 진짜 대책엄따.."
"ㅋ~"
"머리 나쁜 여자가 더 좋다구?"
"머리 나쁜게 좋다는게 아니고 빈틈있어야 보듬어 주고 싶지~"
"우리신랑 화이팅~"
"이런~ 바퀴벌레 피플들이.."
"마즈~ 한쌍의 바퀴벌레.."
서로가 좋아하면 아무것도 안보인다더니 선미커플이 딱 그 짝이다.
부부사이라 한들 감출건 감춰야 신비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들었다.
제 허물을 죄 다 까발리고서도 저렇듯 희희낙낙거리는게 이해가 안 된다.
"대봉형님이 누나라면 껌뻑 죽게끔 하고 싶지?"
"ㅋ~"
"당연하지."
"먼저 줘 봐, 대봉형님 껌뻑 죽을테니까.."
"줘? 뭘?"
"몽땅, 돈이고 마음이고 몽땅.."
"ㅋ~"
선미와 숙자부부 모두가 흥미롭다는 듯시선이 모아 진다.
셋 모두 늦은 나이에 새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만이 원만한 생활을 못한다며 걱정들을 
했었다.
"..마음은 알겠는데 돈은 왜.."
"딱 한번만 리바이벌 한다, 다신 안해.. 대봉형님이 누나 돈 받지도 않겠지만, 요양원 짓는데 
보태라고 줘 봐, 형님이 누날 다시 볼껄?  그건 단순히 돈만이 아니자너, 누나의 맘이 건네
진거지.."
나이는 어리지만 적당히 술이 오른 진수의 화려한 입담이 시작되려 한다.
어린 신랑이 분위기를 주도하자 선미년의 입가에 뿌듯하다는 듯 미소가 핀다.
"돈 안 준다고 그 마음 모를까, 요양원 잘 되길 나도 바래.."
"마즈~"
"연애 감정도 상대적이야, 대봉형님이 껌뻑 죽는건 누나 하기 나름이고.."
"이상한 계산법을.."
"누나 저녁상 몇번 차렸어?"
"..나 음식솜씨 별로야.."
"선미누나는 온달이 가지고도 아침, 저녁으로 밥상 차렸어, 그게 안쓰러워 도우미 아줌마를 
불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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