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80

바라쿠다 2019. 11. 17. 16:10
"미치긋다.."
"이 년이? 제일 팔짜 늘어 졌음서."
"마즈~"
그 동안 모임에 빠지곤 했던 인희까지 셋이서 뭉쳤다.
동네 어귀에 오리 전문점이 생겼는데, 두어달만에 앉을 자리가 없을만큼 손님들로
붐빈다.
늦으면 자리가 없지 싶어 술시라기엔 이른 5시에 만났다.
숙자가 미리 예약까지 했기에 토기에 굽는 오리찜이 10여분만에 셋팅됐다.
"에효~ 결혼식하잔다."
"연하가?"
"ㅋ~ 조큿다."
"좋긴.. 내 나이가 몇갠데.."
"나도 하려고 했잖아 이 년아.. 그 때는 아무 말 않더니.."
"마즈~"
"이런~ 지랄을 해요, 너랑 나랑 똑같애?"
"틀린건 뭔데.."
"대봉씨는 우리랑 동갑이자너, 게다가 미혼이구.."
"ㅋ~ 연하라 쪽 팔리다 이거네.."
"아닌데.. 능력있다고 부러워 할텐데.."
"하객이 다들 그러겠니? 한마디씩 찧고 까불텐데.."
"하기 싫음 하지마, 별 행복한 고민을 다 한다.."
"마즈~ 은근 자랑질하는거 아냐?"
"에효~ 하기는 싫은데 결혼반지가 문제야.."
"결혼반지?"
"ㅋ~ 마음에 드나 보네, 흔들리는거 보면.."
"3억이래, 그 반지가.."
"으잉? 뭔 반지가 그리 비싸다냐.."
"물방울 다이아.."
진수가 불러 내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이끄는대로 쥬얼리 샵에 갔다.
청담동에 위치한 그 매장은 일반인이 아닌 단골들만 알게끔 오피스텔 내부에 있다.
간판도 없이 작은 표지판만이 구부러진 복도에 붙어 있을 뿐이다.
미리 예약까지 했는지 커다란 금고 안에서 그 반지를 꺼내 내밀었다.
보석 종류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물방울 다이아를 대하는 순간 넋이 나갈 정도였다.
~결혼식 예물이야.~
~결혼식이라니..~
~온달이 크면 결혼식 사진이라도 보여 줘야지.~
그깟 사진 보여 주겠다고 졸라 대는 진수에게 못 하겠노라 버틴게 어저께다.
보석에 약한게 여자라더니 물방울 다이아가 눈에 자꾸 아른거린다.
"촌스럽게 무슨 다이아, 팔땐 70%밖에 못 받아.. 나 같으면 금괴로 사 달랠텐테.."
"그거야 인희 니 취향이고.. 로망 아니니 물방울 다이아.."
"에혀~ 술이나 마시자."
"ㅋ~ 이 년 푹 꽂혔네, 물방울에.."
"마즈~ 울 유성씨는 무드가 없어."
~띠링~
"벌써? 알았어요.. 가야긋다, 이 인간 벌써 퇴근했대."
"ㅋ~ 술 마실 시간도 없네, 우리 열녀.."
"마즈~ 빨리 가 봐라, 어린 신랑 눈 빠지겠다."

"누구랑 마셨어?"
"야~ 누구랑 마시든 들어 왔짜너.."
"어허~ 신랑한테 말버릇이.."
"그래, 그건 좀 고쳐라."
결혼식하자고 비싼 예물까지 바치려 했건만 못 하겠노라 버틴다.
장인, 장모까지 계신 마당에 오늘은 승낙을 얻어야 한다.
아닌 척 하지만 물방울 다이아를 보고 흔들리는 낌새를 눈치챘다.
"애 엄마가 낮술이나 마시구.."
"야~ 아니, 야는 빼고.. 지금부터 술시걸랑.."
"어련하시겠어, 낮이나 밤이나 삼총사가 작당했겠지."
"이게~ 아니, 이게 빼고.. 작당은 좀 심하자너.."
"됐구, 결혼식 할거야 말거야.."
"결혼식이라니.."
"결혼식하려구?"
"..그게.."
"결혼식하자는데 싫다네요, 애들 보기 민망하다나.."
"해야지 결혼식, 온달이까지 낳은 마당에.."
" 그러엄~ 쌍방간 엄숙한 약속인데.."
"..이 나이에 무슨 결혼을.. 남들이 뭐라고.."
"어허~ 무슨 소리,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변치 말자는게 결혼이야.. 남들 말이 뭐가 
중요해.."
"아빠 말 들어, 이서방이 예를 갖추겠다는데 왜 마다해?"
"..하지만 다 큰 애들도 있고.."
"다 컸으니까 제 엄마의 새출발을 축하해야지."
"12월 28일이 길일이래."
"우리 이서방이 벌써 날짜까지 잡았구만.."
"가만있자.. 음력으로 12월 3일이네."
"..왜들.. 이러시는지.."
이 정도면 작전 대성공이다.
부모님 말이라면 껌뻑죽는 시늉까지 하는 누나가 더 이상 딴 맘은 먹지 못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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