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79

바라쿠다 2019. 11. 16. 06:05
"어쩐다니, 얘.."
"..냅두세요."
"선미 네가 생각이 짧았지 싶다, 이서방 얘기 잘못된 거 없어."
진수랑 처음으로 부부싸움이란걸 했다.
그토록 매사 제 여자 떠 받드는 걸 사명쯤으로 여기던 인간이 처음으로 화를 냈다.
감정을 누르기 힘들었던지, 눈물이 곧 떨어 질 듯 그렁이고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 
댔다.
그러더니 아무런 얘기도 없이 훌쩍 집을 나간다.
"다시 봤어, 성질도 내네.."
"그러게.. 부처님 가운데 토막인 줄 알았는데.."
".........."
집에 같이 남겨 진 부모님이 조금 전의 일을 두고 걱정들을 단다.
황당하기는 부모님과 마찬가지인지라 어찌 수습할지 난감스럽기만 하다.
~찌리링~
"이서방인가 보다, 빨리 받아.."
"웬일이냐.."

"웬일이냐, 짠순이가.."
"ㅋ~ 약속지키려구.."
"약속?"
진수 전화려니 했건만 숙자가 술한잔 사겠단다.
집에 있어 봐야 부모님과 대책없이 얼굴만 마주할 뿐이기에 슬리퍼를 꿰 찼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숙자가 꽃등심집으로 이끈다.
"ㅋ~ 어제 뿅 갔자너.."
"ㅋ~ 어쩐 일로.."
"몰라, 진수씨한테 코치받은거 같더라."
"진수가? 내 코치대로 네가 주도한게 아니고?"
"응, 써 먹으려고 했는데 틈이 없었어."
"틈이 없어?"
진수때문에 심란스러운데 숙자의 어젯밤 섹스 무용담에 귀가 솔깃해 지는 선미다.
"ㅋ~ 안대를 씌우더라.."
"안대씩이나.. ㅋ~ 세련됐다 유성씨
지글지글 익어가는 꽃등심보다 짜릿한 소주가 짜릿한 섹스와 어울린다.
나이 어린 진수의 코치를 받은 숙자네의 어젯밤에 호기심이 인다.
숙자가 안대를 했다는건 가끔씩 진수의 눈을 감게 했던 내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평소랑 틀리더라구.."
"안 보여서?"
"ㅋ~ 그 것도 그거지만 애무가 달라."
"ㅋ~ 애무?"
"응.. 자분자분 덤비는데.."
~찌리링~
본격적인 묘사가 시작되려는데 진수에게서 폰이 온다.
"무슨 노래방? 후편은 다음에 듣자, 진수 취했나 봐.."

~여기 팡팡 노래방이야.~
"무슨 노래방?"
~도우미가 필요해, 빨리 와.~
혀 꼬부라지는 목소리기에 단숨에 노래방으로 달려 갔다.
내가 너무했나 싶어 달래주려는 생각도 했다.
불러서 갔는데 반기지도 않고 한시간씩이나 노래만 불러 댄다.
서운하지만 꾹 눌러 참기로 작심한다.
"여기 6만원.."
"이게 뭔데.."
노래방을 나오면서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6만원을 건넨다.
뭐긴 한시간에 3만원, 두시간이면 6만원.."
"한시간인데.."
"한잔해야지, 미리 주는거야."
참기로 작심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와이프가 아닌 도우미 취급을 계속 하려는 모양이다.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마셔.. 원샷~"
"취했자너.."
"별 걱정을 다 하네, 도우미가.."
"..이 인간이.."
휘적휘적 위태로운 진수의 걸음을 보며 뒤를 따랐다.
가끔 들리는 호프집에서 소주와 통닭을 시키더니 안주도 나오기 전 잔을 부디친다.
평소때와 비교하면 꽤 많이 마신 걸로 추측된다.
"한번하자, 30줄께."
"..안돼."
"왜.."
진수와 처음 만나 들었던 멘트다.
꼴난 30을 받고 몸을 판 꼴이 되었었기에 감추고픈 기억이다.
일부러 상기시키지 싶어, 생각같아선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취한 인간을 놔 두고 혼자 집에 간다는 것도 아니지 싶다.
속으로 참을 인자를 수없이 되 새긴다.
"남편있어."
"그게 뭐..  한강에 배 지나 간다고 표시날까.."
"그건 아니지만 배신하기 싫어."
"웃기시네, 도우미가 무슨 의리씩이나.."
"나 도우미 아니거덩~"
술 취한 인간과 같잖은 얘기를 섞자니 화가 나려 한다.
"도우미였으면서.."
"아니었다구~ "
"진짜?"
그리고 보니 진수는 여지껏 도우미 생활을 했으려니 여겼나 보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고, 그 당시에는 그리 생각해 줬기에 쉽게 섹스를 허락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니까.. 그 날 처음이야 도우미.."
"덩말?"
혀까지 꼬일 정도로 취한 상태이면서도 진위 여부는 궁금한 모양이다.
숫놈의 심리란게 도우미이기에 쉽게 접근했으면서도, 제 여자만큼은 깨끗하기를 
바라는 못된 심뽀가 있지 싶다.
"숙자따라 딱 한번 가 본 거야."
"믿어도 돼?"
"이 인간이 속고만 살았나.."
전 남편에게서 애들 둘을 낳고, 어느 정도는 다 키워 낸 마당이다.
비록 12살씩이나 어리지만, 새로운 인생을 함께 살아 갈 진수다.
오늘처럼 엉망으로 취한건 보기 싫지만, 괜한 오해는 풀고 가는게 맞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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