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01

바라쿠다 2019. 11. 14. 16:07
"내일 쉬는 날이자너."
"알아."
용호선배와 인아는 보란 듯 팔장까지 끼고 모텔 골목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택시를 타고 희정이 집 부근 호프가게로 왔다.
입가심으로 500cc 생맥주를 시켜 한모금 목을 적시더니 희정이가 입을 뗀다.
"혼자 자라구?"
"..그래."
"미안하다고 해짜너~"
"목소리 낮춰.."
"씨이~"
그 일이 있은 뒤 희정이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
두번씩이나 미안하다고 했고,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도 희정이를 안아 주기가 망설여 진다.
그 고운 두 눈에 눈물이 차 그렁거린다.
"나 너 좋아해."
"..치사하게.."
"조금만 더 기다려."
배신감이야 있었지만 희정이와 헤어지기까지는 아니다.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이 그렇다.
하지만 모든 걸 잊고 예전처럼 지내는게 어려울 뿐이다.
쿨하게 없었던 일처럼 잊고 싶은데, 그게 내 맘처럼 되지가 않는다.
"..언제까지.."
"나도 모르겠어, 오래 걸리진 않겠지."
"혼자 자기 싫단 말이야."
"..참어.. 그 정도는 해야지."
".........."
"나도 껴 안고 싶어."
".........."
"어쩌냐.. 마음이 움직여야지."
".........."
"노력할께, 쪼금만 기다려."
"..그럴께."

"ㅋ~ 신수가 훤해 보이네.."
"ㅋ~ 나랑 바꿔야겠다."
희정이에 대한 서운함을 누그려뜨리지 못하는 내 감정이 스스로 마땅치 않다.
그깟 외도를 쿨하게 받아 들이지 못함이 왜일까 자문해 봐도 답을 찾을수가 없다.
많이 마시진 않았어도 머리속이 뒤죽박죽인지라 순희를 찾게 됐다.
"오지 말랬다고 안 오냐.."
"보고 싶었어?"
"벗기나 하셔, 안대도 쓰고.."
순희가 그만 만나자고 했을 때 그녀의 의견을 따랐다.
살다보면 제 자신 의지로 헤쳐 나가기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그 생각을 존중해 몇달간 순희를 찾지 않았다.
묵은 찌꺼기가 몸 속 가득 차 있지 싶어, 발길이 자연 이 곳으로 향하게 됐다.
샐쭘하니 내치는 표정이 아니어서 다행스럽다.

"달칵~"
여러가지 잡생각이 꼬리를 물때 문 열리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또각.. 또각.."
방에 들어 와서도 이것저것 챙기는지 걸음 옮기는 소리가 궁금증을 자아 낸다.
눈이 가리워 지면 청각에 모든 걸 의지할수밖에 없다 
곧 다가 올 전문가 순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벌써부터 부푼다.
"말끔하게 뽑아 줄께."
"ㅋ~ 부탁해.."
배출이라도 같을수는 없다.
느끼는 크기만큼 배출의 쾌감은 매번 다르다.
전문가답게 여기 온 의도를 알아 차린다.
"도산님 몸은 참 이뻐.."
"ㅋ~ 고마워."
옆에 다가 온 순희가 아랫도리만 덮은 담요를 걷더니 몸 곳곳에 차가운 오일을 떨군다.
길들여져서일까 페로몬 오일의 냄새만으로 사타구니에 반응이 온다.
"듣기만 해, 떠들면 혼나."
".........."
"신음소리는 봐 줄께.."
드디어 고문이 시작되려 한다.
촉각 중 귀 하나에 모든게 집중되는걸 알기에 들릴듯 말듯 작은 숨을 귓가에 불어 
넣는다.
손아귀에 들어 온 단골이라 몸 구석구석 오일을 발라가며, 어찌 요리할까 연구중 일게다.
매번 올때마다 극도의 쾌감을 선사했던지라 오늘은 어떤 마술을 부릴지 사뭇 기대된다.
"손장난 할까 봐.."
".........."
오늘도 여지없이 만세부르는 자세를 만들어 침대 머리에 손목을 묶는다.
"발도.."
발목 역시 하나씩 잡아 고정시키니 가랑이를 한껏 벌린 모양새가 됐을게다.
"올라갈께.."
".........."
오일 바름과 동시에 가벼운 터치가 이어지고, 따뜻한 수건으로 오일의 잔해를 꼼꼼이 
씻은 뒤 다시금 속삭인다.
"ㅋ~ 내 손길 기억하나 봐.."
".........."
눈 가리고 침대에 누웠을 때부터 그 놈은 준동하려고 했다.
오일이 몸에 떨구어 지고 아닌 척 성감대부근을 자극받았을 때 놈은 분기탱천을 벼르고 
있었다.
허리께에 걸터 앉은 그녀의 살결이 닿고, 기둥을 부여 잡은 손아귀 안에서 그 놈은 뿌리까지 
분연코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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