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99

바라쿠다 2019. 10. 24. 07:14
"우울해 보여.."
"ㅋ~ 용호씨 쪽집게다, 술이나 마셔."
오랜만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인아와 신림동 장어집에서 조우를 했다.
어제 국진이에게서 얘기를 들었다면서 웃고는 있지만 웬지 처연해 보인다.
친구 희정이 장사를 도와주기에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가기 바쁘다고 했다.
생각같아선 몰래 감춰 두고 시간 날때마다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놈 사이비야, 믿지 마."
"그러다 오빠도 경 쳐, 입 조심해."
"얼마나 나쁜데?"
"에효~ 주어 진 대로 살아야지, 그나저나 지연이 한번만 받아 주면 안될까.."
"..안된다고 해짜너, 동업자가 사람구했어."
"에이~ 괜히 오라고 했네."
"..지연이?"
"응, 오빠한테 사과한다고 해서.."
"..뭐하러.."
다시는 생각도 하기 싫은 인아 딸년이 온다니 끔찍스럽다.
악귀같은 지연이를 떼어내기 위해 국진이한테까지 도움을 청해야 했다.
무엇보다 애지중지 아끼고 싶은 인아가 눈치라도 챈다면 하늘이 무너 질 일이다.
인아의 속살을 보리라 꿈에 부풀었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 진다.
"안녕하세요.."
"..오,오랜만이구나.. 지연이.."
"앉아."
생글거리며 나타 난 지연이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저렇듯 고운 얼굴이건만, 사악한 짓을 태연히 저지를때면 내 눈을 찢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 엄마 곁에 생글거리며 앉아 빤히 쳐다 본다. 
"안된대 이 년아."
"어머~ 왜 안될까, 우리 사장님 착하신데.."
"..다른 직원을 뽑아서.."
" 하나 더 뽑으면 되죠, 옛 정도 있는데.."
"..알다시피..  ..개인 사무실이 아니니까.."
"어머~ 너무하신다.. 언제는 나만한 직원도 없다면서 시집갈때까지 다니라고 하고선.."
"그만 졸라 이 년아, 일주일이나 무단결근한 년이 입만 살아서.."
어디로 튈지 가슴이 조마조마하건만 다행스럽게 인아가 나서 지연이의 싹퉁머리를 
잘라 준다.
지연이랑 둘이 만났더라면 제 뜻을 굽히지 않았을 것이고, 무슨 수단을 부려서라도
날 옭아 매려고 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보니 반가우시죠.."
"욱~"
"왜; 어디 불편해?"
무엇인가 강하게 사타구니를 압박하는데 지연이의 발이지 싶다.
제 엄마가 옆에 앉아 있건만 눈치채지 못하게 탁자밑으로 발을 뻗어 무언의 암시를 
보내는 걸게다.
"..아냐.. 잠깐 사래가 들려.."
"참~ 부드러운 장어 먹으면서 사래는.."
인아가 빤히 보고 있어 탁자밑으로 시선을 줄수 없기에, 손을 내려 지연이의 발을 
때어 내 보려 하지만 막무가내로 힘을 쓰기에 고스란히 당할수 밖에 없다.
"ㅋ~ 그러게, 이렇게 쫄깃쫄깃한데.."
"맥주 한잔 해 봐, 쑥~ 내려가게.."
"..으응.."
인아가 건네 주는 맥주잔을 받기 위해 손을 치우자 사타구니를 누르던 지연이의 
발에서도 힘이 빠지면서, 대 놓고 꼼지락 거리며 장난을 친다.
압박으로 연한 통증까지 호소하던 그 놈이 부드러운 마찰이 계속되자 슬금슬금
기지개를 켜 듯 일어 선다.
"어머~ 일어났다."
"느닷없이 뭐가 일어 나?"
"ㅋ~ 장어꼬리.. 뜨거운가 봐."
".........."
발장난에 굴복해 위용을 부리는 그 놈이 야속한 차에 지연이의 폭탄같은 발언에 
또 한번 가슴이 철렁하다.
대 놓고 이죽거리며 마주 보는 지연이의 눈길에 주눅까지 든다.
그 놈을 괴롭히는 발끝이 위아래 가리지 않고 점점 교묘해 진다.
좁은 팬티속에서 커질대로 커진 그 놈의 용트림으로 터럭이 꼬여 참기 힘든 아픔이 
밀려 든다.
그 곳에 손을 내려 지퍼를 내리고 팬티속에서 그 놈을 꺼내 해방을 시켜 주자 비로서 
편안해 진다.
"ㅋ~ 따뜻해서 좋다, 역시 장어는 뜨거울때 먹어야 돼."
"그만 밝혀 이 년아."
탁자 밑에서의 소동을 알리 없는 인아와, 제 엄마 몰래 날 괴롭히며 득의에 찬 지연이
사이에서 난감할수 밖에 없는 처지가 한심스럽다.

'잔생(殘生)'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생 101  (0) 2019.11.14
잔생 100  (0) 2019.11.09
잔생 98  (0) 2019.10.22
잔생 97  (0) 2019.10.21
잔생 96  (0) 201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