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26

바라쿠다 2019. 10. 22. 18:05
"에구~ 진짜 소질없다, 손목에 힘 빼고.."
"ㅋ~ 언제는 힘 주라며.."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뿐인 민희에게 그림을 배우는 시간이다.
여친 넷 중 가장 세련된 그녀와 있노라면 괜한 우쭐함이 인다.
이쁜걸로만 따진다면 배진숙이가 곱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젤 으뜸이고
섹시한 여자를 꼽으라면 단연코 요염스러움이 흘러 넘치는 은경이가 압권이다.
글래머인 숙희가 밤자리에서 가장 활활타는 몸짓을 구가하며 새로운 민희가 상큼한 
매력으로 비집고 들어 왔다.
중국의 진시황이라 한들 지금의 나처럼 입맛에 맞는 호강은 누리기 어려웠을게다.
"지럴~ 그때는 그때고.. 배우겠다는 학생놈이 응큼한 생각만.."
"자연의 섭리일세 이 여자야."
"어쭈~ 솔직이 너 몇살이냐, 아무리 봐도 아랫것인데.."
"또 나이를 들먹이냐, 자네보다 많이 먹었다니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진대 선머슴같은 민희는 자꾸 나이를 견주려 한다.
실제로 제 년보다 20살이나 많은걸 가르쳐 줄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됐구 꽃등심이나 먹자, 수업료대신.."
"그 날밤 봉사료는 어쩌구.."
"인간이~ 너도 좋앗짜너, 같이 즐기고선.."
"ㅋ~ 숨넘어 가드만.."
"이게~ 이불속 송사를 벌건 대낮에.."
"아무도 엄짜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거 뭐냐.."
"ㅋ~ 밤엔 민희가 소리지르지 아마.."
"이 짜슥이 점점.. 빨리 일어 나 출출해."
"ㅋ~ 술시간이 됐구만.."

"동석이 니가 봐도 어울리냐?"
"내가 뭐랬어, 모른척 해."
선머슴다운 민희는 야생마 기질이 있다.
입고 다니는 옷도 별로 개의치 않는 쪽이다.
꽃등심 먹자며 학원을 나서는데 청바지에 후드티를 걸쳤을 뿐이기에, 며칠전 은경이에게 
사 준 가죽쟈켓 생각이 났더랬다.
백화점에 들러 은경이의 빨강과 똑같은 패턴이지만 다른 느낌이 나는 노란색을 입혔다.
노란 가죽쟈켓에 발목까지 오는 청바지, 노오란 패티큐어를 돋보이게 하는 쪼리까지 
신었으니 가뜩이나 다른 여자 흘깃거리는 식당 안 놈씨들의 시선이 모아 진다.
은경이가 요염함이 뚝뚝 묻어 나 늑대들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면, 민희는제 멋대로 뛰 
노는 야생마다운 늘씬함이 있어 주목을 받는다.
"짜식들 눈들만 높아서리.." 
"치장 좀 하고 다녀라, 후드 티가 뭐냐.."
"ㅋ~ 원래 그런거 몰라.."
"하긴, 요조숙녀감은 아니지."
내색은 않지만 예전과 달리 뭇사내들의 시선이 싫은 기색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흘깃거리는 그 눈길들을 은연중 즐기지 싶다.
마주보지 않으면서도 웃는 모습이나 손짓까지 다분히 과장이 섞여 있다.
술잔을 들어 마시는 동작 역시 이쁘게 보이려고 천천히 뜸을 들인다.
"이게~ 너 자꾸 긁을래?"
"민희는 정밀화 안 그리냐?"
"정밀화? 별론데, 기본이긴 하지만.. 그림 시작하면서 10년 넘게 했어."
"부탁하나 하자.. 아냐, 쟈켓 값 한다 쳐라.."
민희와 인연이 되려고 생각않던 크로키에 입문한 셈이다.
내면 깊은 곳에는 성인만화(에로만화)에 대한 동경이 있다.
"뭘 그릴건데.."
"너~"
"..나?"
"응."
"..왜?"
"니 다리가 이쁘자너."
고추에 털이 송송이고 아침이면 총검술하듯 힘을 주체 못하는 사춘기 시절, 그 때 
탐독하던 성인만화의 여주인공이 어디쯤 있겠거니 했다.
철없는 생각이지만 현실의 어떤 여배우들도 한수 아래로 보인다.
깊은 내 내면에서는 아마도 은경이나 숙희, 민희에게서 그 때 여주인공의 느낌을
찾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지럴~"
"인심한번 써라."
"밑지는 장사 싫어."
"뭘 원하는데.."
"동석이 네 정밀화도 그리자, 아랫도리만 ㅋ~"
"얼씨구~ 좋다, 콜~"
"ㅋ~ 술맛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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