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21

바라쿠다 2019. 10. 14. 19:49
회춘약을 복용하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났다.
겉보기도 그러하지만 육체적으로 30대의 건강을 갖게 됐다.
"몇학번이야?"
"그쪽이랑 비슷할걸?"
"어따대고 맞먹을라고.. 나 01학번이걸랑~ 서너살 어려 보이는구만.."
남는게 시간뿐인지라 취미삼아 그림을 배우러 다닌지 두어달이 지난 시점이다.
그 나이에 웬 그림이냐 하겠지만 소싯적에 만화가를 동경한 적이 있다.
만화도 종류가 많지만 그 중에 성인만화를 제일 좋아 했다.
피 끓는 사춘기 시절 야한 사진만 봐도 아무데서나 텐트를 치던 시절이다.
특히나 성인만화의 여주인공은 여배우보다 더 끌리는 뭔가가 있었지 싶다.
겸사겸사 그림을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지도 선생으로 오는 
유민희와 말을 섞게 된 기념으로 한잔하는 중이다.
"동갑이네 뭐.."
"햐~ 얼굴색도 안변하고 구라를.."
38살이면 나와는 24년씩이나 나이차가 난다.
회춘약 덕에 30대로 보이니 구구절절 이해시킬수도 어려운 노릇이다.
오히려 자신보다 어리게 봐 주니 그냥 넘어가는게 순리이지 싶다.
다소 직설적인 유민희는 처음 봤을때부터 반하대를 했더랬다.
그녀가 그렇게 믿는다면 그에 맞게끔 행동하는게 최선일수도 있다.
신세대답게 본인 주장이 강한데다가 미모 또한 어디에 내 놔도 손색없을만큼 뛰어 
나니 나로서는 그녀 입맛에 따라 맞장구를 칠 작정이다.
"속고만 살았나.."
"아~ 됐고.. 그림은 배워 뭐하게, 소질은 영 꽝이구만.."
"ㅋ~ 첫사랑때문에.."
"첫사랑이 왜?"
"머리속에서 기억은 나는데 사진이 엄짜너, 배워서 그림그리게.."
"아쭈~ 순정까지.. 생긴거랑은 딴판일세."
키가 170남짓 돼 보이니 여자로서는 제법 큰 축에 속한다.
숙희가 167이라 했으니 그녀보다 크기도 하지만 다소 마른 체형이라 더 커 보이지 
싶다.
마르긴 했지만 허리에서 둔부로 이어지는 라인은 제법 봐 줄만 하다.
거기에다 얼굴선이 갸름하면서 도시적인 느낌까지 풍긴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통할만큼 분위기가 차도녀 인상을 준다.
큰 키에 버금가듯 술잔을 꺽는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날렵하다.
사춘기 시절부터 손목과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를 동경했다.
"생긴건 이래도 여자한테는 부드러워."
"어쭈구리~ 작업성 멘트까지.. 춘식이 너 직업이 뭐야?"
"ㅋ~ 놀고 먹는거.."
"백수라구? 야~ 부럽다.. 놀고 먹으면서 이런 곳에서 술마시는 팔자가.."
"자주 마시자구, 싸부한테 쐬주 살 돈은 있으니까."
"ㅋ~ 언제까지.. 많이 마신다고 꼬랑지 내리는건 아니겠지.."
고기가격이 다소 비싸 1인분에 7만원이고 이미 3인분을 해치웠으니 제법 고가의
있는 식당이다. 
다행히 유민희 식성이 술을 즐기는지라 첫 대작이지만 분위기가 부드럽다.
"민희씨가 싫다고 할때까지 살께."
"짜식이 또 민희씨래, 대충 맞먹으려 드네."
"동갑이라니까, 실제 나이는 민희보다 위야."
"헐~ 뻔뻔한 사기가 능수능란일세."
"못 믿음 할수 없고.."
"조타~ 까지껏.. 친구 먹자, 손해보는 기분이지만.."
무려 24살이나 어린 민희가 부득불 제가 위란다.
나야 좋은 일이지만 조카뻘 되는 민희와 친구처럼 지내려니 쬐끔은 양심에 걸린다.
어느덧 나이가 60이 넘다 보니 웬만한 세상살이는 무료해 지기 마련이다.
운 좋아 회춘을 하게 되니 민희처럼 풋내나는 청춘과도 친구로 지낼수 있음에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그러자구, 술친군데 나이가 무슨 소용이냐."
"그건 그렇고.. 너 모델해라."
"모델이라니.."
"내가 말이지, 스쳐가는 인물마다 그림을 그리거든.. 너를 그리고 싶어서.."
"그림? 나를?"
"ㅋ~ 응.."
"그려서 뭐하게.."
"내 역사야.. 재미짜너, 만나는 남자들 사진찍듯 추억남기는게.."
"취미도 참.. 그러던지.."
"ㅋ~ 근데 나체모델이야."
"나체?"
"ㅋ~ 그래야 생동감있지."
살다살다 별 희한안 일을 겪게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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