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66

바라쿠다 2019. 7. 24. 15:20
태어나서 해외여행이라고는 처음인 지연이다.
오사카에서 온천욕을 겸한 관광이나 하리라 나름 기대가 컷던 여행이다.
그 바램은 인천공항에서부터 무너졌다.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여권을 내밀자 일련의 기자들이 우리를 둘러 싸고 후레쉬를 
터뜨려 가며 수많은 질문들을 해 댔다.
당사자인 봉수씨는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고, 오늘의 상황을 짐작치 못한 나로서는
그저 바라 볼수밖에 없었다.
"신경쓰지 마, 놀란 토끼눈 하지 말고 나처럼 웃어."
"이게 웃을 일이야? 아직도 진정이 안되는데.."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대략적인 얘기를 들었지만 봉수씨가 속한 단체에서 보낸 
성금으로 인해 이처럼 큰 이슈가 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한 일이다.
"오사카에 내리면 더 많을거야, 웃는 연습이나 해.. 도움주러 가는거자너."
"어찌 웃누, 이런 일 처음인데.."
"나한테 큰소리 치듯 넉넉하게 웃어
한국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억제한다는 발표땜에 가뜩이나 반일감정으로 시끄러운 
시기에 일본지진 피해성금으로 적선하듯 무려 100억씩이나 내 놨으니 분명 예삿일은 
아니다.
"피~ 그게 마음대로 되나?"
"송여사가 그 돈을 베풀었다 생각하라구.."
나같은 여자에게 목을 매는 그렇고 그런 남자로 여겼다.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거금을 희사한 주인공으로 변신한 그가 달리 보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을 배짱이 넘치는 사내다.
봉수씨가 예견한대로 오사카공항은 더 큰 취재진들이 몰려 우리를 에워 쌋다.
대사관 직원이라는 사람이 나와 통역을 해 준다.
인천공항에서처럼 간단한 답변만 꺼내며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다.
큰 돈이긴 하지만 봉수씨 말대로 주인이 따로 없는 돈이다.
뻘줌하긴 해도 편안한 표정으로 웃고자 했으나 아마도 보는 눈에 따라 썩은 미소였을지도 
모른다.

"기자를 피하긴 쉽지 않겠습니다."
"그만 들어가세, 설마 숙소까지 쳐 들어 오겠나."
본인 이름을 홍상식이라 밝힌 재일교포 청년은 제자 김준식과 일면식이 있다는 친구가 
마중나와 공항에서 리무진으로 숙소로 가는 길이다.
취재진을 따 돌리기 위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듯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교포가 하는 곳이라 편히 쉬시게끔 조치해 놨습니다."
"고마우이."
무려 1시간여 동안 리무진을 탄 끝에 산기슭에 위치한 온천물이 나온다는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편히 쉬십시오, 내일 모시러 오겠습니다."
"수고하셨네."
"고마워요."
"사모님도 푹 쉬세요."
일본인처럼 깍듯하게 이 곳까지 안내해 준 홍상식이 허리를 굽히고 돌아 간다.

"와~ 이쁘다."
"후후.. 다행일세."
호텔이라지만 산과 인접한 곳이라 그런지 목재를 이용한 외관도 자연과 어울린다.
기모노를 입은 여종업원이 안내해 준 객실 역시 보이는 기둥마다 덜 다듬어 진 목재의 
느낌이 나고, 밖을 향한 거실은 마치 별채를 연상하듯 시골집 뒷마당과 흡사하다.
가족탕의 개념인 온천물이 채워 진 욕실의 창 또한 그림같은 숲이 손에 닿을 듯 하다.
"이런데서 살고 싶다, 오빠.."
"ㅋ~ 그 오빠소리 듣기 좋다."
"계속 불러줄까?"
"나야 탱쿠지~"
젊어서부터 아둥바둥 살기에만 급급했으니 그림같은 집은 꿈도 꾸지 못했다.
봉수씨 덕에 이런 호사를 누리지 싶어 오빠란 호칭이 절로 나온다.
"이긍~ 남자들 다 똑같애, 오빠라면 그저 헤벌레하기는.."
"우리 이쁜 송여사가 오빠라고 부르는데 안좋아 할 놈이 어딨누~"
"ㅋ~ 알써, 불러줄께."
한물 간 나를 이뻐해 주는 봉수씨에게 말보시라도 해야겠다. 
"내일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다며?"
"오전에 구호품 전달식부터 해야 해."
"구호품 전달식은 또 뭔데.."
"담요랑 생수도 들여왔어, 이재민들에게 직접 줄거야."
"성금 100억씩이나 줬다며 구호품까지 줘?"
"ㅋ~ 주는 김에 팬티까지 벗어 줘야지."
"ㅋ~ 웃긴다 그 표현.."
"자, 자 얘기는 그만 하고 이리 와, 신혼여행 왔는데 할 일 해야지."
"할 일?"
"ㅋ~ 다 암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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