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65

바라쿠다 2019. 7. 17. 06:04
"오랜만일세."
"자네였구먼 태식이.. 누군가 뒤에 있다 싶었지."
"후후.. 눈치는 여전하구만.."
"짐작하셨어요?"
"어찌 아셨나 궁금합니다, 한말씀 해 주세요."
놀라운 일이지만 싸부님이 일본 내각의 초청을 받았다.
사단법인 '더불어'의 명의로 일본지진에 대한 구호금을 보낸 며칠 뒤의 일이다.
아마도 인도적인 차원이라 여긴 일본 내각에서 '더불어'의 법인 회장인 싸부님을 초청한 
것이다.
또한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였다.
미국 대통령이나 그에 버금가는 인물만이 국회에서 연설하는걸 감안한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애국회 간부회의 결과 모르긴 해도 구호금을 보낸 한국 민간 법인의 대표를 국회에서 
맞이 해 답례 차원에서 참의원들의 격려 박수라도 보내려는 듯 여겨진다고 중지가 
모아 졌다.
이에 선대 어르신께서 싸부님과 조우할 때가 됐다며 처음으로 상면하는 자리가 돼,
두 분과 최집사, 나까지 넷이 마주 했다.
"처음부터 수상했어, 경마장에서 마치 날 표적으로 삼듯 접근한 것도 그렇고.. 사기당할
재산이 있는 위인도 못 되기에 어쩌려고 저러나 두고 보기로 했지."
"ㅋ~ 그래서요.."
"일단 추진하는 일은 맘에 들었지, 우리나라 국민치고 정치인 좋아하는 사람 드물자너."
"ㅋ~ 다행이네요."
"호기는 높이 사 줄만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벌린 일 치고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가, 누군가
뒤에 버티고 있구나 싶더라구."
"그런 생각이 드신 이유가 있겠죠.."
"아무리 나라사랑이 우선이라지만 그걸 표현하고 행동에 옮기려면 최소한 환갑은 넘어야
하네, 젊은 자네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총 들고 싸우는 애국과 세상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이 나라가 바른 길로 가게끔 앞장서는건 전혀 방법이 다르지 않겠나.."
"맞는 말일세, 그래서 자네를 천거했지."
"경마장이나 기웃거리는 한물 간 노인네를 어찌 점 찍었을까.. 나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인물이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구먼, 그게 자네였는지는 오늘 알았지만.."
"ㅋ~ 싸부님으로 모시길 잘 했네요."
"저도 든든합니다."
"반갑네, 우리 건배하세."
"ㅋ~ 지화자~"
"좋다~"
"하하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네 사람은 호기있게 술잔을 부딪고 단숨에 털어 넣는다. 
사내로 태어나서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일은 없다고 보여진다.
나야말로 별 볼일없는 건달로 무위도식 하다가 애국할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설사 아무도 몰라 준다 한들 뿌듯한 자부심이 맘 한켠에 꽈리를 틀 듯 자리 잡았음에 
사는 보람이 생긴 요즘이다.
"일본 국회에서 연설해 달란다며?"
"그런 요청이 왔다고 들었어."
"경제전쟁하자고 물고 늘어지더니 웬일이래.."
"민간인 신분이니까 정치적인 얘기는 안하려니 싶었겠지."
"후후.. 무슨 연설을 할 작정인가, 그냥 넘기실 위인은 아닌데.."
"부드럽게 할 작정이네, 도움을 줬다고 생색낸다는 소리 듣기 싫으이."
"호~ 벌써 생각해 둔게 있으시구먼."
"초안뿐일세, 가기 전까지 다듬어야지."
"ㅋ~ 자네 애인 생겼다며?"
"이런~ 제자를 거뒀더니 입이 싼 줄 몰랐구먼."
"어~ 전 아닙니다, 절대로.."
"오해마시게.. 최집사한테 들었네, 이 사람 책무가 그러하니 허물치 마시고.."
"..죄송합니다, 사부님.."
"후후.. 됐네, 창피한 일이 아니고 자랑으로 여기기로 했네."
"옳거니~ 느즈막에 좋은 분을 만났나 보이, 축하하네."
"고맙네, 모든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을 여자일세."
"진수 자네도 싸부에게 여자보는 법을 배우게, 인생의 한 귀퉁이지만 소중히 여겨야지."
"..명심하겠습니다."
싸부와 여러번 술좌석을 같이 했음에도 이 분의 진면목을 바로 보지 못했지 싶다.
속이 없는 사람처럼 낄낄거리고 지나쳤음에도 예리함은 놓치지 않았다.
젊은 우리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면서도 다른 속내를 갖고 계심이 선대 어르신의 충고로 인해
불현듯 새로이 보여 진다.
여자에 대해 이렇다 할 소신같은건 가져 본 적이 없다.
애엄마만 하더라도 살아가다 만나 진 파트너라 여겼을 뿐이기에 핏덩이를 두고 갔을 때, 
괘씸함이 앞섰지만 세상이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미숙이 본인 입장에서는 단란한 가정을 깰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야 생활고이지만 그 내면을 이해해 주고 아꼈더라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싸부처럼 내 모든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 옆지기로 생각했다면 힘든 생활고를 견디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옆지기이기에 의례 날 이해하겠지 라는 생각을 바꿔 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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