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64

바라쿠다 2019. 7. 16. 06:57
"ㅋ~ 깨가 쏟아지네요."
"..아직 안잤어?"
"모른척 좀 해라 윤석아."
11시가 다 된 시간에 송여사의 집으로 왔다.
가게문을 닫고 같이 퇴근하는 날이 많아 졌다.
여자와의 힘겨루기는 이제 끝이었다고 포기했는데 송여사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느즈막하게 찾아 온 재미로 인해 송여사와 붙어 지내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송여사의 하나뿐인 아들 윤석이에개 놀림을 당해도 마냥 즐겁기만 한 요즘이다.
"씻어, 에어컨 켜 놀께."
"걍 집에 가라니까.."
"ㅋ~ 여기가 내 집일세."
윤석이가 제 방으로 들어 간 뒤 새초롬히 눈을 흘긴 송여사가 욕실로 사라진다.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 밑반찬 몇가지와 소주를 챙겨 작은 상에 올리는 이봉수다.

"며칠만에 본건데.."
"한달쯤 됐지 아마.."
"어디 갔다 왔대?"
"모르지 그건.. 러시아 아닐까, 또 200대 선적한다던데.."
"확실해?"
"아유~ 몰라, 복잡한거 싫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민희와 있지만 생각은 딴 곳에 있는 최주복이다.
유일한 단서인 사건현장에 있던 중고차가 그걸 입증하거니와 뚜렷하게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김준식이라는 인물이 모호하기만 하다.
강력반 이상혁과 신문사 주기자 역시 큰 도움이 안되는 마당이다.
연이은 국회의원 연속 테러로 인해 민심이 뒤숭숭하다.
촛불혁명에 이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선거까지 압도적인 수치로 승리를 
일궈 냈지만 작금에 이르러 민심이 이반하는 조짐을 보인다.
워낙 전 정권의 주체인 한국당이 실망을 안겨 줬기에 국민들의 대안이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이 똥줄이 타게 됨은 지극히 정상일게다.
이 정권의 안녕을 위해 무지막지한 테러범을 찾아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다른 이상한 점은 없어?"
"글쎄 모른다니까.. 그런 소리 할거면 그만 가."

"ㅋ~ 오늘 더 이쁘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머리를 털며 방으로 들어 온 봉수씨가 상 앞에 다가 와 앉는다.
언제나 날 위하려는 그의 태도에 젖었는지 칭찬하는 소리마저 당연시 여기게 된다.
"가만히 보면 송여사도 술꾼이야."
"피~ 아니거덩, 자기가 그렇게 만든거지."
식사때마다 반주를 챙기는 그로 인해 나 역시 물들었지 싶다.
아닌게 아니라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술은 몸과 마음을 노곤하게 달래 준다.
더욱이 이제 한물 간 나를 공주처럼 떠 받들기에 술자리가 마냥 편하기만 하다.
"내일 쉴거지?"
"쉬면 뭐해, 한푼이라도 벌어야지."
"벌어야 얼마나 번다고, 걍 쉬자."
내일이 토요일이니 경마장가려고 꼬시지싶다.
어차피 손님도 많지 않아 주말이면 들쑥날쑥 장사를 쉬곤 했다.
"이 사람이~ 일당 줄거야?"
"돈 너무 밝히지 마, 그렇게 번다고 다 내 돈 되는거 아냐."
"싫어, 돈 벌거야."
"츠암~ 알았어, 일당 줄께."
"ㅋ~ 진작 그럴 것이지."
"ㅋ~ 시간 많으니 느긋하게 마시자."
'오키바리~"
처음엔 나이 많은 그가 좋아하는 감정을 내 비쳤을때 스쳐 지나겠거니 했다.
젊고 잘 생긴 동년배가 아니기에 가끔 만나긴 해도 마음까지 줄 생각은 없었다.
별 볼일없이 세월만 보내는 늙은이로만 보였던 그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본인 재산은 아니겠지만 일본지진 구호금으로 100억씩이나 보내는 단체의 이사장이다.
망나니 아들녀석 윤석이마저 번듯하게 밥벌이를 할수 있게끔 다리를 놔 줬다.
그 회사의 대표가 사부님으로 모시는 걸 보면 예사 사람은 아닌 듯 하다.
또한 비행기란걸 타 본 적 없는 윤석이가 회사 일로 한달씩이나 러시아를 다녀 왔다.
"ㅋ~ 신혼여행가자."
"이 사람이 술 취했나~ 느닷없이 신혼여행이라니.. 어디로?"
"일본, 2박3일 정도.. 온천도 하고.."
"언제 갈건데.."
"며칠 뒤.. 그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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