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61

바라쿠다 2019. 6. 25. 05:49
"뭔 소리야, 오사카지진 구호품이라니.."
"인간적인 도리를 하는거죠."
"참~그렇다 치자구.. 내 이름으로 100억을 준다구?"
"어머머~ 이 오빠가 그렇게 대단해?"
"걍 그런가 보다 하세요, '더불어'단체에서 내는 걸로 했으니까.."
"ㅋ~싸부님 천당가시겠다."
어르신과 일본에 지진피해 성금을 보내기로 합의한 후 송여사 가게에서 한잔하는 
중이다.
최집사, 천과장까지 참석해 다섯명이 둥그런 철판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정육점에서 사 온 꽃등심이며 갈비살, 안창살까지 숯불에 지글지글 익어 간다.
"헐~ 가진거 없는 놈이 별 호사를 하네."
"아이러니다, 일본이라면 이를 가는 오빤데.."
"큰 뜻이 내포돼 있답니다."
"그렇겠죠, 아무리 구호금이지만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인 나라인데.."
"흠~ 알것도 같으이."
"ㅋ~맞춰보세요 싸부님."
송여사가 따라 준 소주를 맛있게 삼킨 싸부의 입에서 의외의 얘기가 쏟아 진다.
모두의 시선이 술 들이킨 후 번들거리는 싸부의 입가로 모인다.
"돌려주려는게야, 위안부 합의금.."
"합의금이라니.."
"와~ 울 싸부님 제갈공명이시네."
그랬다.
어르신께서는 전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금으로 받은 10억엔을 돌려 주고프다고 하셨다.
정부간에 어떤 암묵적인 비밀이 있어 그 합의금이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깟 돈 몇푼으로
조선의 많은 처녀들이 겪은 고초를 맞바꿀수는 없다 하셨다.
현 정부에서 그 돈을 돌려주고자 하지만 돈 액수보다 명분을 얻은 일본으로서는 외교적 
결례를 내세워 보이콧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 일본지진 피해 구호금을 주는게 아니라 민간인 자격인 사단법인 '더불어'의
이름으로 위안부 합의금을 되돌려 준다는 자긍심을 키우자는 뜻이 있는 것이다.
그런 내막을 유추해 낸 싸부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근데 말이야, 뜻은 알겠는데 그 큰돈을 내 놓을만큼 보스네 조직이 탄탄한가?"
"왜요? 걱정되시나 봐요.. ㅋ~어느 애국자가 주기로 했습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진정한 애국자로세."
어르신이 속에 품고 있던 뜻을 펼칠수 있게 된 건 미찌코 여사의 도움 때문이다.
일전에 처단한 노무라의 부인인 미찌코가 재산의 일부를 애국회에 보내 왔다.
노무라는 조선침략을 주도했던 대동아공영의 기치를 든 막후 신일본회의 후손이다.
당시 조선의 재산을 억압으로 일본으로 빼 돌렸는데 그 규모는 상상을 불허한다.
가히 한나라의 몇년 예산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크기인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노무라가 처단 대상이 된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들 신일본회 회원들은 일제침략 시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대하는 태도가 마치 
자신의 주머니와 다름없이 취급을 했다 한다.
지금도 우리땅에서 서민에게 이자놀이를 하는 TV광고를 버젓이 하고 있으며, 중메이커 
의류를 싼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천냥마트를 흉내 내 저렴한 생활 필수품의 선두주자가 
됐다.
그 외에도 큰 자본으로 수많은 영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볼수도 있지만 어지러웠던 조선말 강제 착취로 벌어 들인 
돈이 당금 현실에 와서까지 우리네 경제의 취약점을 이용해 신일본회의 배 불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또한 해방된지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직적으로 술장사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일본으로 
끌어 들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착취에 혈안 돼 있지만, 그들을 경계하는 이 하나 없기에 
부득불 애국회가 나선 것이다.
"그런 애국자라도 있으니 우리나라도 희망이 있는게 아닐런지요."
"맞는 말일세, 썩은 정치를 보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가 심히 우려되다가도 이름없는 
그런 애국자땜에 사는 맛이 생기는게지."
"배 아프긴 하다, 그 놈들이 뭐가 이뻐 그 큰돈을 줘야 하는건지.."
"여자들이란.. 그 돈이 문제가 아냐,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비하면 그깟 백억은 껌값일세."
"무슨 껌이 그렇게 비싸, 금목걸이도 못사주면서.."
"ㅋ~싸부님 혼나실 시간입니다."
"기다려, 999맞으면 다이아반지 끼워 줄테니까.."
"에궁~ 갖다 바치지나 마셔."
"자,자~ 그만 하시고 술이나 드시죠."
오사카는 지진이 많기도 하지만 재일교포가 많은 지역이다.
도의적인 인륜도 인륜이거니와 동족인 교포들에게 자긍심과 더불어 위로가 되는 일이라고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만 해도 모처럼 의미있는 일을 앞두고 뿌듯한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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