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34

바라쿠다 2012. 1. 29. 12:56

" 엄마한테 자기 얘기를 해야 할까봐. "

욕실에서 절정을 끌어낸 미진이가, 침대에서 영호의 품에 안긴채 혼자말인듯 내 뱉는다.

영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아랫배로 끌어 당기고는 말을 잇는다.

" 조금씩 배가 불러오잖어.. "

" 우리 애기가 언제쯤 태어날까, 흐흐.. "

그저 자신의 아이 얘기만 나오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희희낙낙이다.

" 벌써 5개월째야,  난 불안해 죽겠어..  어찌해야 좋을지 엄마한테 의논을 해야지 싶어. "

" 불안하긴,  내가 다 책임진다니까..   자기는 나만 믿으라구.. "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내 눈을 바라보며 결연에 찬 눈빛을 보내는 영호다.

" 그게 그런식으로 간단한 문제라면 내가 걱정도 안하지, 이 철부지야.. "

" 남편과도 서류상으로 끝났다며..  이제부터는 애기하고 우리일만 신경쓰면 되지. "

어쩌다 철부지 애인의 조름을 떨치질 못하고 여기까지 왔는지, 세상을 10년이나 더 살아온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떨칠수가 없다.

" 남들이 보는 시선은 어쩌구..  지연이가 나한테 어이구 잘했구나 할것 같아, 주위에서도 열살이나 나이많은 유부녀가

총각의 애를 임신했다고 하면 얼마나 입방아를 찧겠어..  자기는 다 좋은데 어째 남의 시선이 무서운걸 모르니.. "

" 그 사람들이 우리 인생을 대신 살아준대,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면 되지..  자기는 유난히 겁이 많더라. "

" 겁이 많은게 아냐, 당연히 주위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거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건지 자기가

몰라서 그래,  아무리 내 친구들이라 해도 잘못된걸 무조건 편들어 주는게 아니란 말이야, 이 대책없는 고집쟁이야.. "

"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자기나 나처럼 착하게 사는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

" 에그 ~ 내가 말을 말아야지, 착한것 하고 내 멋대로 사는것 하고 구분도 할줄 모르니.. "

" 그래 난 모른다. 나만 행복하면 되지, 무슨. 흐흐.. "

몸을 일으켜 내 위로 엎드려서는 젖가슴을 쥐고 입안가득 물어온다.

" 여기서 젖이 나오겠지, 나중에 우리 애기랑 하나씩 나눠 먹어야지. 흐흐.. "

철부지처럼 굴때면 도통 믿음이 가질 않는다.     영호가 자신을 끔찍이 좋아하긴 해도 그저 좋은것만을 바라보는

행동을 할때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혀를 굴려 젖꼭지를 희롱하는 영호의 애무에 서서히 몸이 더워진다.     머리를 끌어안고 또 한번의 기쁨을 준비한다.

 

명근이에게 연락을 받고 서초동에 있는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7시경이다.     

미리 준비한 인쇄물을 들고 힘깨나 쓰는 사촌동생과 함께 호텔에 도착해서, 다시금 명근이와 통화를 해서 성훈이가

지하에 있는 연회장에 있다는걸 확인했다.

" 니가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쇄물을 돌려, 어느정도 사람들이 읽기 시작하면 내가 단상으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을테니까.. "

" 알았어요, 혹시라도 그놈이 해꼬지를 하려고 하면 내가 막아 줄테니까 누님이 하고 싶은대로 해 버려요. "

주먹깨나 쓰면서 집안의 골치거리였던 사촌동생도 쓸모가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도저히 분해서 참고 있을수만

없어 성훈이가 벌인 치사한짓을 조목조목 설명한것을 출력해서는100여장 정도 복사를 해뒀던 연주다.

미리 사촌동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한후에 도움을 청했더니, 자신보다 더 길길이 뛰면서 혼을 내 주겠다는걸 간신히

말리고선 대신 동창회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끔 이번일을 계획했던 것이다.

로비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오늘의 동창회로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     부부동반을 한 사람들도 꽤 많다.

혹시나 성훈이와 마주칠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연회장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주위를 살폈다.

연회장 입구에서 밝은 조명사이로 찬찬히 둘러보니 무대 왼편구석 테이블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성훈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사촌동생에게도 손짓으로 성훈이를 가리키고는 그 주변만 빼고 인쇄물을 돌리라고 언질을 주었다.

오늘의 행사가 막바지여서인지 무대에서는 사회자가 동창들을 불러내서 노래를 시키는중이다.

사촌동생이 돌리는 인쇄물을 무심코 받아 읽어보던 사람들사이로 작은 동요가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 동창들에게 고발합니다. ~~

우선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기위해 이 자리에 모인 동창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저로 말씀드리면 한 가정의 주부로, 잘못된 일이지만 동창중의 한사람과 사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겪은 일이지만 남자로선 해선 안 될짓을 한 못된 인간이기에, 내 얼굴에 침을 뱉는 심정으로 삼가 여러분께

이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러 동창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학교 명예를 떨어뜨리는 못된 인간이 남아 대장부인양 행세하는걸 지켜볼수가

없습니다.

그 인간은 자신이 멋진 남자인양 행세를 했지만, 사귀는 중에 번번이 손을 내밀어 노름할 밑천을 뜯어가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서 때때로 그가 원하는 돈을 주게 되었으나, 나중에는 그 인간의 행실이 마땅치 않아

헤어질 결심까지 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마음의 위안을 삼기에 이르렀는데, 글쎄 이 인간이 어찌 알고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사진을 찍어 저희 남편에게 알렸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큰 잘못이 있지만 같이 사귀던 여자가 돈을 주지 않고, 만나주지 않는다고 조용하던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인간의 파렴치한 짓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저히 참고 견디기 어려워 여러분에게 고발하고자 이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여러분이 판단을 하셔서 더 이상 저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못된 인간을 질타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끝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하셨을 여러분께 물의를 일으켜 드려 죄송합니다.

              ~~ 잠시 한눈을 팔아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못난 여자가. ~~

 

졸지에 황당한 유인물을 읽은 동창들 사이에서 두런두런 주위를 둘러보면서 글의 진위여부에 촉각들을 세우고 있다.

심호흡을 한 연주가 연회장을 가로질러 무대쪽으로 걸어가자 유인물을 읽은 모든사람의 시선이 쏠리는 중이다.

무대에서 사회를 보던 사람도 연회장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연주가 마이크를 가로채도 제지를 하지 않고

돌아가는 사태에 궁금증을 갖는 표정이다.

" 아, 아 ~ 여러분들이 방금 읽은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

연주가 마이크를 잡고 일장 연설을 할 태세를 갖추자 모두들 귀를 기울이며 흥미를 나타내고, 유인물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마이크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자 무대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적응치 못한 시람들중에는 성훈이의 놀란 얼굴도 끼여 있다.

" 이미 읽어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남자친구 하나를 잘못만나 집안에서 쫒겨날 처지에 놓인 여자입니다. "

순간 좌중이 물을 끼얹은듯 조용하게 연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세상에 남자로 태어나서 사귀는 여자한테 용돈을 얻어 쓰다가 그것이 틀어졌다고 남편에게 고자질을 해서 자식들

앞에서 얼굴도 들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자신은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동창회에 나와 술을 마시고 있는 저

인간의 꼬락서리 좀 보세요.    저런 인간을 잠시남마 의지했던 나도 나쁜년이지만, 저런 인간을 동창이랍시고 마냥

감싸고 있는건 여러분의 체면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요. "

연회장에 모인사람들이 완전히 연주의 말에 빠져들어 정신들을 집중하고 있고, 성훈이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망연자실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 바라건대 어디를 가셔도 유성훈이라는 저 인간과 조금만의 친분이 있다는 것도 숨기는 여러분이 돼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여러분도 저 지저분한 인간과 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손가락으로 성훈이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가르키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몰리고, 당사자인 성훈이는 얼굴이 뻘개서

안절부절이다.      남편이랑 같이 온 부인들도 사건의 주범인 성훈일 보려고 몸을 일으켜 기웃거린다.

" 본의 아니게 소란을 떨어서 죄송합니다. "

마이크를 사회자에게 넘겨주고 홀을 가로질러 나오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바닷물이 갈라지듯 옆으로 비켜선다.

연회장 입구에 있던 사촌동생의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올라 호텔을 나서는 길에 성훈이가 앞길을 막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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