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자주 만났던 구반포 맥주집에 앉은 네사람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백여평이나 되는 홀에는 손님들로 가득 찼고, 어김없이 무명가수가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 그래서 선배가 그 사진들을 보낸거란 말이죠. "
" 뭘 자꾸 묻고 그래.. 그럼 이렇게 당하고 가만 있으란 말이냐. "
" 어머나, 너무 했다. 그 사진을 보면 집안에서 난리가 나리라는 생각은 했을텐데.. "
" 난리가 나라고 한건데 당연히 뒤집어 져야지, 어딜 남자들을 우습게 알고 가정을 가진 유부녀가 애인을 셋씩이나
번갈아 만나고 다녀.. 그것도 거짓말을 살살 해 가면서.. "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연주에게 어떤 결과가 올지언정, 떳떳하게 잘했다는 식이다.
" 야 ~ 유성훈이.. 너 앞으로 나한테 선배 대접 받을 생각하지 마라. 아니, 앞으로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야. "
조용히 듣고 있던 명근이가 사고를 친다. 듣고 있던 당사자나 갑용이, 소연이까지 놀란 모습이다.
" ....... 뭐, 이 자식이 감히 선배한테.. 너 죽고 싶어? "
성훈이가 놀란 표정을 수습하더니 명근이를 잡아 먹을듯이 노려본다.
" 그래, 한번 죽어보자.. 나이 먹은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모양인데, 너 같은 양아치한테 맞을 나도 아냐, 임마. "
" 야, 명근아. 참아라.. 이게 화를 낸다고 될 일이냐.. "
보다못한 갑용이가 명근이를 말리지만 화가 난 그의 모습은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 아니, 막말로 연주씨가 자기 마누라야. 그동안 서로가 좋아서 만났으면 끝낼때도 좋게 끝내야지, 남자 새끼가 돼서는
지저분하게 뭐하는 짓이래.. 서로간에 가정이 있는 사람끼리 만났으면서 뭘 더 바라는거냐구.. "
" 아니. 이 자식이 뭘 잘못 먹었나.. "
성훈이도 후배에게 매도를 당하자 참을수 없다는 표정이다.
" 여기서 말로 이럴게 아니고 한강으로 나가자, 오늘 둘중의 하나가 죽을때까지 끝까지 한번 가 보자구.. "
" 참으라니까, 너까지 일을 크게 벌릴라고 그러냐.. "
" 됐어, 임마. 참을게 따로 있지.. 쪽 팔리게 여자한테 용돈이나 얻어 쓰던 놈이, 그 여자가 다른남자 만나는 꼴을
못 보겠다고 치사하게 벌집을 쑤신 놈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 "
"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던 말든 니가 무슨 참견이냐구.. "
" 말 잘했네.. 나도 말이다, 니가 어떤 여자를 등쳐 먹다가 사진을 찍어 협박했다고 동창회에다 죄다 까발려 볼까나..
그리고 니네 집에도 알려서 어떤 여자랑 만나서 용돈이나 얻어 쓰고 다녔다면, 니 새끼들이 우리 아빠 잘 했다고
존경을 할런지 한번 볼란다. "
명근이가 흥분을 해서 세차게 나가자 갑자기 분위기가 역전이 되는 양상이다. 아마도 성훈이의 비리를 주위에 알린다고
한 것이 그를 겁먹게 했지 싶다.
" 너, 이새끼 선배한테 이러고도 무사할성 싶으냐.. "
기죽지 않을려고 욕을 섞어 이빨을 내세워 보지만, 이미 전세가 기울어 버린건 소연이까지 알수 있었다.
" 선배라고 인간 이하의 짓을 하는걸 보고도 모른척 해야 한다면,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을란다. 그리고 알아둬라,
남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거야.. 그 딴 식으로 치사하게 사는건 어느 누가 봐도 용서될수가 없는거야. "
결국 씩씩거리던 둘의 기싸움은 일단 명근이의 승리로 끝이 났고, 성훈이는 벌레 씹은 얼굴이 되어 황망히 사라져 갔다.
" 아 ~~~ 몰 ~라 ~~ 하 ~~~~~ "
영호의 집에 들어서서는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못하고 영호에게 매달린 미진이다.
모임이 있던 성미의 가게에서부터 안기고 싶었던 미진이는 택시를 타고 오면서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면서 안기자, 영호가 자신의 치마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내린다.
영호의 바지지퍼를 열어 거시기를 쥐어잡고 보채듯이 흔들어대자, 자신의 들어안고 현관옆의 신발장에 기댄다.
꽃잎주변을 맴돌던 영호의 방망이가 질속을 가득 채우며 밀고 들어온다. 머리를 끌어안고 그의 몸짓을 기다린다.
자신의 엉덩이를 받쳐든 영호의 방망이가 아래를 부술듯이 짓쳐댄다. 자신의 등에서 신발장이 흔들린다.
" 아 ~~~ 자 ~갸 ~~ 침 ~대 ~로 ~~ "
영호가 자신을 안은채로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방향을 달리하여 방망이가 찔러댄다.
합치된 채로 침대에 눕혀진 자신의 아래를 달구는 영호를 끌어안는다.
" 아 ~~~ 자 ~갸 ~~ 하 ~~~~~ "
영호의 몸짓에 의해 하얗게 부서져 가고있다. 한참을 짓쳐오던 영호의 얼굴에 땀이 맺히며 정액을 쏟아낸다.
" 오늘은 왜 그렇게 금방 달아 올랐는데.. "
자신의 밑에 앉아 계곡 주위를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다.
영호가 보기에도 미진이가 금새 달궈진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하기사 처음부터 영호에게 빠져버린 미진이는
항시 쉽게 절정에 도달하곤 했다. 단지 여자로서 쉽게 무너지는걸 보여주기 창피해서 참았을 뿐이다.
이제부터는 그를 믿고 사랑함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온 몸이 느껴지는대로 표현하고 싶은것이다.
" 몰라, 아까 음식점에서부터 자기랑 하고 싶었어. "
몸이 원할때마다 그를 안을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않고 사랑하고 싶은 미진이다.
" ..자기한테 고백할게 있어.. 지금의 어머니는 친엄마가 아냐.. "
섹스뒤에 오는 나른함을 즐기고 있던 미진이가 영호의 얘기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서 집으로 데려간거야. 나도 어릴땐 몰랐는데 대학 다닐때 친엄마를 만나서 알게 됐어. "
" ............. "
" 친엄마를 만나니까 핏줄이라 그런지 바로 끌리더라구.. 그제서야 막내이면서도 형과 누나랑 나이차가 많았던게
이해도 되고 유달리 인색했던 어머니의 행동이 떠 올랐어. "
잔잔하게 말을 이어가는 영호의 말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영호의 손을 맞잡았다.
" 군에 있을때도 자주 면회를 오셨어.. 어떤날은 부대 근처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손수 밥을 차려주기도 했고..
그래서 여자친구가 생겼어도 마음을 줄수 없었는지 몰라.. 친엄마한테 자기 얘기를 했어. "
" ........... "
" 자기를 만나고 싶어해. "
느닷없는 영호의 말에 잠시 복잡한 생각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언감생심 젊은 영호를 어찌해 볼 엄두는 없었던
미진이다.
그저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의 기쁨으로 알고, 그의 사랑을 먹고 살다가 영호의 앞날을 위해 언젠가는 보내줘야 한다고
맘속으로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뜻하지 않았던 임신을 영호에게 알리게 된 것도, 당연히 그가 떠날 결심을 하더라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의외로 그가 애기를 원하는걸 알게 되자 오히려 미진이 자신이 당황스러워, 대처할 방안이 떠오르지 않아 지금까지
차일피일 시간이 흐른것이다.
" 나이 많은 유부녀가 영호씨의 아기를 가졌다는 얘기까지 한거야? "
그를 낳아준 친어머니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지 걱정이 앞서는 미진이다.
사람으로서 해야 될 도리를 어긴 여자라고 질시를 받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 모두 다.. 자기가 이혼을 하게 됐다는 것까지.. "
" 모르겠어, 과연 내가 그분을 만날 자격이 있는건지.. 그 정도로 뻔뻔해도 되는건지.. "
" 자식이 좋아하는 여자가 누군지 보고 싶다는거야.. 자식에게 이쁜 사람이면 자신의 눈에도 이뻐 보일거라고.. "
" 그건 내가 영호씨와 맞는 조건이래야 하는거지.. 집에 바래다 줘. 생각 좀 해볼께.. "
어떻게 이렇게도 꼬이게 됐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질 않는 미진이다. 자기 아빠랑 이혼을 하는 엄마가 젊은
남자의 애기를 가졌다면, 지연이 역시도 자신을 부도덕한 엄마로 볼까봐 겁부터 난다.
또한 자신의 집에서는 사위의 불륜을 용서할수 없어 딸을 이혼시켰으면서, 정작 자신의 딸이 젊은 사내를 끌어들여
욕정에 빠져 허우적 거린걸 알게되면, 얼마나 자신을 실망에 찬 눈으로 볼지 두렵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