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30

바라쿠다 2012. 1. 8. 10:54

토요일 저녁,   성미의 함흥냉면 집에서 멤버들이 모여 모임을 가졌다.

여자 5명과 남자 5명이 모였다.        맏언니인 정희가 홀아비인 명균이와 함께 했고 연주가 승우와 나란히 앉았다.

미진이가 영호의 옆에서 다소곳이 앉았고, 소연이가 두 애인인 명근이와 갑용이 사이에 끼어 술을 마시는 중이다.

함흥냉면집의 주인인 성미만 남자친구가 없이 멤버들의 시중을 드느라 들락거렸다.

" 이렇게 만나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잘 지냅시다. "

승우가 정희의 새 애인 명균이와 잔을 부디치며 인사를 트는 중이다.

" 나이가 저보다 2살이나 많으시네요.. "     

매사가 점잖은 사람이라 누굴 만나도 실수가 없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명균이다.

" 그거야, 뭐.  우리 처형의 친구시니까 족보로 따지면 저보다 윗사람인데, 편하게 대하셔도 됩니다. 후후.. "

항시 연주의 일이라면 궂은일도 마다않는 승우도 처음만난 명균이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한다.

" 두분 다 술을 좋아하시니까 잘 만나셨네요, 그렇다고 저희들을 빼 버리고 두분만 만나면 삐질겁니다. 후후.. "

갑용이가 나서서 분위기를 돋군다고 끼여들어 소주잔을 채우고, 명근이는 묵묵하게 고기를 굽고 있다.

" 그럴리가 있나..  우리 남자들끼리도 같이 한번 모여 보자구,  근데 나만 빼놓고 다들 만나것 같아서 좀 섭섭하이. "

연주가 성훈이와 동행을 하느라 승우만 빠진 꼴이 됐는지라 멤버들과 다른 남자들은 계면쩍은 맘이 생긴다.

승우만이 그걸 모르고 있는데 연주만이 태연하고 정작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 못본 사이에 동서들이 전부 바뀌었으니 우리 연주가 잘못이네, 그려. "

" 그게 왜 내 잘못이래,  집안일이 바빠서 나올 틈이 없어 그런건데.. "

뻔뻔하기론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연주의 당당함에 승우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알았다,알았어.. 우리 공주가 또 삐지겠네. 후후..   그나저나 우리 미진이 처제 애인은 생긴것도 잘 생겼지만

분위기가 선해 보이네,  앞으로도 자주 만나세. "      

사람좋은 승우가 어색해 보이는 영호에게 나름 신경을 써준다.

" 네, 형님 자주 불러 주십시요. "      

영호의 눈에도 아무때나 나서는 성훈이 보다는 승우가 맘에 드는 눈치다.

" 언제봐도 얌전한 미진이 처제가 이제서야 복을 받은거야,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탐이 날 정도로 준수한 젊은이를

얻었으니..  축하해요, 처제. 후후.. "

" 형부는, 참.   몰라서 그렇지 얼마나 고집쟁이라구요. 호호.. "     

미진이가 영호에게 눈을 흘기며 뜻모를 미소를 짓는다.

" 어머 ~ 언니는 그까짓 고집은 이해를 해 줘야지,  연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웬 복에 겨운 소리래.. "

이번엔 소연이까지 나서서 미진이가 부럽다는듯 분위기를 띄운다.

" 그러는 자기는 애인을 둘씩이나 데리고 다니면서도 젊은 애인을 욕심 내는지 모르겠네. 호호.. "

미진이가 소연이에게 반격을 하자 좌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조를 하며 웃는 바람에 미진이의 한판승이 됐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승우와 연주의 핸폰이 동시에 울린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사람이 내실 밖으로 나간다.

" 무슨 일이야, 당신하고 모텔에 들어간 사진이 집으로 왔다는데..  다른 남자하고 회집에 있는 사진도 있다지, 아마. "

통화를 끝낸 승우가 연주를 보며 자신보다 연주를 걱정하고 있다.      연주도 방금 핸폰으로 명수에게서 들은 말이

승우의 경우와 같은 내용이다.       명수의 회사로 택배가 왔는데 벤츠를 탄 자신이 어떤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이 들어 있더란다.       순간적으로 성훈이의 얼굴이 떠 오르는 연주다.

집에서 사람을 시켜 미행을 시켰을리는 없고, 며칠전에 싸운 성훈이의 짓이 뻔할것이란게 연주의 생각이다.

" 오빠 먼저 들어가 봐.   나도 경황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니까 나중에 통화를 하기로 하자구.. "

일단 어찌 돌아가는지 추이를 지켜봐야 했다.      만약에 집으로도 사진을 보냈다면 일은 커질것이다.

밖에서 의논을 하던 승우와 연주가 일단은 내실로 들어가서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 오늘 술값은 우리 동서들을 만난 기념으로 내가 내고 갈테니까 다음에 보세나.. "

급한일이 생겼음에도 계산을 치루며 나가는 승우를 보며, 연주를 보는 시선들이 곱지 못한 일행들이다.

" 어쩜, 사람이 그럴수가 있냐구..  분명히 성훈이 짓일거야. "

독기서린 말을 내뱉는 연주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찬물을 끼얹은듯 말들이 없다.

" 집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는거지.. "         

그나마 맏언니인 정희가 연주의 사태를 이해하고 걱정을 한다.

" 몰라, 아직.. "       

며칠전에 승우를 만나고 저녁 늦게 명수를 만나던 날에 찍힌 사진이란 것만 짐작될 뿐이다.

그 때 다시금 연주의 핸폰이 울리자 일행들의 시선이 모두 그 쪽으로 쏠린다.

" 응, 그래..  알았어, 조금후에 들어갈께.. "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뿐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 집에도 사진이 왔나봐.   남편이 화가 나서 애들한테 나를 찾아 오라구 했다네.. "

아무래도 일이 커질 공산이다.      모두가 불안해서 연주를 지켜볼 뿐, 대책이 있을수 없다.

다만 명근이와 갑용이는 일의 발단이, 자신들의 선배인 성훈이 짓인것 같아 불편해 하고 있다.

" 나 먼저 들어갈께.. "       

한참을 앉아 골몰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던 연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가능하면 어찌 됐는지 전화라도 해 주렴. "      

연주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정희가 문밖까지 배웅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 잘 바래다 줬어,  안 돼 보이네 연주 처제.. "       

당사자인 연주가 빠지자 제각기 이번 일에 대한 걱정들이 앞서는 멤버들이다.       멤버들의 모임에서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잘잘못은 제쳐 두고라도 일련의 사태가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닌지라 관심이 클수밖에 없다.

" 명근씨가 전화라도 한번 해 봐. "     

해보나 마나겠지만 이번일을 야기시킨 성훈이를 지칭하는 소연이다.

말이 없던 명근이가 핸폰을 들고 일어서자 갑용이도 뒤를 따른다.

" 어쩌면 좋아,  제발 무사히 넘어가야 할텐데.. "       

의외로 당차게 보이는 소연이가 발을 동동 구른다.

" 일이 크게는 번지지 않을거야,   연주 남편도 대놓고 바람을 피는 사람이니까.. "

처음 들어보는 연주 남편에 대한 얘기다.      아마도 언니인 정희에게는 속사정을 털어 놨을거란 짐작들만 할 뿐이다.

그녀 자신 역시 남편의 여자 문제때문에 의지할 곳이 없어 남자친구를 만나는지도 모른다.

" 조금있다 만나기로 했어, 갑용이랑 같이.. "       

전화를 하고 들어온 명근이가 누구랄것도 없이 경과를 들려준다.

" 대답은 안 했는데 놀라지도 않는걸 보면 선배가 저지른 일이 맞지 싶어. "     

" 나도 같이가, 직접 얼굴을 보고 듣고싶어. "       

명근이와 갑용이를 굳이 따라 나서겠다는 소연이다.

 

소연이의 일행이 성훈이를 만난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정희마저 약속이 있다면서 명균이와 내실을 나간다. 

" 왜 이렇게 어수선한지 모르겠다,  조용히들 살면 좀 좋을까.. "

여럿이서 먹던 식탁을 정리하던 성미가 한 마디를 했다.     아마도 남편과의 이혼으로 맘 고생을 해 본 여자로서의

넋두리일지도 모르겠다.       

죽이니 살리니 했어도 인생의 변화를 겪은 사람의 푸념이라고 봐야 할것이다.

" 그나저나 넌 어떻게 됐어.. "       

자신의 친구도 힘든일을 겪고 있는지라, 궁금해 하는 성미가 미진이를 바라본다.

" 이혼서류가 도착 했다고 변호사한테서 연락이 왔어,  조만간 처리가 될거래.. "

담담히 말을 하지만 속 깨나 끓였을 미진이가 소주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 때는 몰랐지만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되더라. "     

" 나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럴수 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어,  너한텐 나중에 얘기 해 줄께. "

옆에서 듣고있는 영호만이 그 이유를 알고있다.    임신을 한 그녀로서는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 미안해, 미진씨..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할께. "

늦은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미진이를 옆에서 지켜 본 영호다.     

할수만 있다면 그녀의 모든 아픔을 대신이라도 짊어지고 싶은것이다.

" ............ "            

두 사람의 알수없는 대화를 이해 못하는 성미는 눈만 껌벅인다.

" 괞찮어, 영호씨..  나도 잘못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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