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27

바라쿠다 2011. 12. 27. 12:55

대충 꼬여진 상황을 전해들은 소연이도 난감한 얼굴로 성훈이를 지켜볼 뿐이다.

" 형부.. 아무리 그래도 술을 드시고 이러면 어떡해요.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다시 만나서 얘기하는게 어때요.. "

" 처제도 한통속이지..  진작부터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걸 알면서 그걸 같이 즐기면서 나를 바보로 만들었잖어. "

" 선배.. 도대체 이게 뭡니까..  웬만하면 내일 다시 얘기하시죠. "

보다못한 명근이가 나서서 성훈이를 말리고 있고,  연주는 이들의 도움으로 빨리 이 사태를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 임마 ~ 넌 빠지라니까.. 내가 오늘 저 여자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선 잠을 못 잔다니까.. "

"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건데.. 그리고 설사 잘못이 있더라도 성훈씨가 이럴 자격은 없는거잖어. "

결국 참다못한 연주도 소리를 높이게 되고 그것이 그만 불위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돼 버렸다.

" 그렇겠지 내가 너한테 아무것도 아닌 소모품이로구나, 그렇다면 니 남편은 그럴 자격이 있겠지.. 가자 니네 집으로,

나도 죄인이지만 니 남편한테 한번 물어봐야 되겠다.   과연 니 행실이 맞는건지 따져보자구.. "

자리에서 일어난 성훈이가 진짜로 연주의 집으로 쳐들어 갈것처럼 굳은 표정으로 밖으로 걸어나간다.

" 어쩜 좋으니..  저 인간이 오늘 기필코 사고를 칠 모양이다. "

어쩌줄 모르고 발만 동동거리며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는 연주다.     이대로 집으로 간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앞에서 이 모든 추태를 보인다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자명한 일이다.

" 오빠가 어떻게 좀 막아봐..  이대로 놔둘순 없잖어. "      

힘이 없는 소연이도 기댈수 있는것은 명근이 밖에 없다. 

"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언니랑 여기서 기다려. "       

" 언니가 조심 좀 하지..  어쩌다 이렇게 되도록 만들었어. "      

명근이가 밖으로 나가는걸 보고는 연주에게 눈을 돌린다.

" 휴 ~글쎄 말이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니까.. "      

만감이 교차 하면서도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 사실 언니도 너무했어..  그동안 세사람이나 번갈아 만나고 다니는걸 보면서 나까지 이해를 못하겠더라. "

" 지가 먼저 사귀자고 꼬시구선 이런식으로 끝내려고 하냐구..  내 남편도 아니면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아직도 자신이 편한대로만 해석을 하려고 하는 연주다.    사태의 심각성은 제쳐 두고 잘잘못이 무언지도 모르고 있다.

 

서로의 집에 전화를 해서 같이 있다고 핑계를 대며, 늦게 들어가겠다고 할수밖에 없는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다.

세상이 바뀌어 여자로서 자유롭게 살수 있을지라도, 아직까지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질책도 감수해야만 한다.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살수는 있지만 가족에게 못난꼴을 보이게 된다면, 또 다른 삶을 살아갈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각오는 하고 있는것이다.     

그럼에도 모험을 하는 이유는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핑계들이 있기 때문이다. 

" 택시를 태워 보냈어,  마음이 많이 상해 있더라구.. "

다행스럽게 길길이 뛰는 성훈이를 달래어 집으로 들여보낸 명근이가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 고마워..  오빠가 없었으면 큰일날뻔 했네. "       

소연이가 자신의 옆에 앉는 명근이의 손을 잡는다.

" 정말 고마워, 이 신세는 잊지 않을께. "         

많이 놀랬는지 아직도 얼굴색이 좋지않은 연주가 치하를 하고 있다.

" 조심 좀 하시지 그랬어요,  거칠긴 해도 그렇게까지 나쁜짓은 하지 않을 사람인데.. "

소연이와 마찬가지로 은연중에 연주를 탓하는 것이다.      성훈이가 남자답지 못한 짓을 했지만 원인이 있는것이다.

" 하여간 고마워, 두사람.  늦은 시간까지 도와줘서..   두사람이 같이 있으니까 나는 그만 들어가도 괜찮겠지. "

" 그래요, 언니.  들어 가셔야겠네..  우리도 그만 갈께, 오늘 힘들었겠다. "

" 휴 ~ 또 그러면 어쩌지..  그럼, 나 먼저 간다.  고마웠어 명근씨.. "

빨리 가야 하는지 허둥대며 가게를 나서는 뒷모습이, 오늘의 일 때문인지 보기에 흉하다.

" 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늦게까지 고생했어. "

" 그게 왜 소연이 탓이야,  저 두 사람들 탓이지..  나도 이런말 할 자격은 없겠지만 저렇게까지 되면 안될텐데. "

" 그래서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고 했나, 호호..  오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란걸 믿어. "

" 갑용이도 그럴 친구는 아냐,  모르긴 해도 소연이를 대하는게 너무 진지하더라..  그래서 나 혼자서 너를 차지하려는

욕심을 거둔거야.  그 녀석이 워낙에 밝아서 진실성이 없어 보이는진 몰라도 널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일거야. "

" 오빠 말이 맞았으면 좋겠네,  오늘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어. "

" 내가 볼땐 선배도 잘못이 있겠지만 언니의 행동이 지나쳤어,  아무리 법적인 부부는 아닐지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라는게 있을텐데.. "

"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나저나 이런일이 또 있으면 어쩌지.. "

 

이튿날 휘트니스에서 운동을 마친 네사람은 어제의 일을 화제로 삼아 떠들어 댔다.

" 소연이 애인이 없었다면 시끄러울뻔 했구나. "      

" 응, 다행스럽게 소연이가 빨리 와주는 바람에 살았지 뭐야. "      

" 내가 있으면 뭐해, 내 말은 들으려고도 않고 연주 언니랑 한편이라고 몰아 세우던데..   명근씨가 없었으면 진짜로

무슨일이 일어 났을지도 몰라. "       

" 연주 말이다..  니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전에도 보면 내가 아슬아슬해서 못 보겠더라..   웬만하면 정리를 하는게

어떻겠니.."         

평소에는 동생들의 의견을 따라주던 정희 입에서 비수같은 말이 흘러나온다.    

아무리 여자가 편한 세상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란게 있을게다.      남들이 멋대로 산다고 나역시 대책

없이 살다가는 무슨 창피를 당할지 모를 일이다.      맏언니인 정희가 본인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에게 일러준 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정희의 말에 어느정도 숙연한 분위기가 되어 수긍을 하는 눈치지만, 정작 당사자였던 연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런 일을 겪고서도 태연할수 있는 연주가, 겁이 없는 당찬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는것 같다.

" 세상일이라는게 항상 우리편이 되는건 아니란다.     누리고 사는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는것이고, 그럴려면

그만큼 조심해서 나쁠건 없는거야. "

진지하게 받아 들이질 않는 연주의 표정을 읽었음인지 다시한번 못을 박아보는 정희다.

" 그만하면 연주언니도 알아서 하겠지, 그건 그렇고 성미가 올해가 가기전에 자기 가게에서 한번 더 보자는데.. "

" 그럴까.. 그럼 미진이가 성미랑 의논해서 좋은 시간을 맞춰봐라. "     

미진이의 말에 맏언니가 결론을 짓고는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졌다.

 

" 시끄러워, 더 이상 얘기할게 없다니까.. "

지연이와 함께 수학문제를 풀던 영호는 미진이의 큰소리가 나자 하던 공부를 멈추고 지연이와 거실로 나왔다.

거실과 주방사이에서 핸폰을 들고는 누구랑 다투는지 얼굴까지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 글쎄, 할 얘기가 있으면 변호사하고 해.   집에서 엄마도 다 알았다니까.. "

자신과 딸이 지켜 보는데도 흥분을 가라 앉히질 못하는 미진이다.     

" 처음에 그 여자랑 그랬을때도 얼마나 오랜 시간을 힘들었는지 당신이 짐작이나 했겠니.. "

조금전까지 밝은 표정으로 공부를 하던 지연이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져선 지 엄마의 입을 바라만 본다.

" 두번 다시 얼굴 보고 싶지 않아.   당신 옷도 모두 일본으로 부쳐 줄테니까 좋아하는 그 여자하고 알콩달콩 살면

되겠네.. "            

남편과 무슨 문제가 생긴듯 한데 끼어들수 있는 입장이 못 되기에 그저 안타깝게 바라다 볼 뿐이다.

" 엄마도 당신과 끝내라고 했어,  어찌 사람이 똑같은 짓을 저지를수 있냐구..  나 역시 같은 생각이야. "

지연이는 어느정도 감이 잡히는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영호는 마음만 착잡하다.

" 이 정도로 끝내는걸 다행으로 알았으면 좋겠어.    재판까지 간다면 당신의 모든걸 뺏을수도 있겠지만, 차마 지연이

때문에 참는줄이나 알라구.. "

통화를 끝낸 미진이가 한동안 안방에 들어가 있더니 지연이의 방으로 들어선다.

" 미안해요.  이상한 꼴을 보여줬네..   오늘은 공부하기도 어려울테니 나중에 핸폰 할께요.  지연이는 엄마랑 같이

할머니 집으로 가자꾸나. "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아니 할수 있는 얘기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두 모녀를 놔두고 인사도 못하고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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