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35

바라쿠다 2019. 3. 3. 07:35
"수고들 많았네."
"별똥대가 했죠, 저희가 무슨.."
"후후.. 그게 그거지.."
"다행히 여론은 좋습니다 어르신.."
신창구의 일이 있은 이틀 뒤 어르신의 부름이 있어 최집사와 동행했다.
양재동 뒷골목에 허름한 식당이 있어 찾느라 애 좀 먹었다.
출처를 알수없는 잡탕찌개가 안주로 나왔는데 칭찬 받을만한 맛이 아니다.
협소한 테이블이 4개뿐인 곳으로 술시각인 지금 손님이 우리들 뿐인걸 보면 곧 가게를 
접어도 하등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한잔들 해, 맛이 별론가 봐."
"먹을만 합니다."
"어찌 이 곳으로.."
"걍 먹어, 살면서 맛있는 것만 먹을수 있나.."
"그래도 기왕이면.."
"우리 젊은 보스 입이 고급지지 않았는데.."
"..그렇긴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아, 돈 아끼느라 편의점에서 술마시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죄송합니다.. 같은 가격이면 다른 곳도 있다는 말씀을.."
"여기 주인 애국회의 보살핌을 받는 사람이네."
"저 여자.."
"이북에서 왔어, 남편이 우리 일을 돕다 처형됐고.."
술과 안주를 내 주고 안쪽 주방에 있는 여주인을 늦게나마 살펴 본다.
손님이 들어 올때 반기는 기색이 없었다는게 조금은 이해가 된다.
40 전후로 보이는데 세상을 달관한 양 일체의 감정 기복이 없어 보인다.
"안됐네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박영철이가 위험해."
"위험하다뇨?"
"수사선상에 오르지 싶어."
"어찌 그런 일이.. 카메라도 없애고 복면까지 썻는데.."
"현장 부근에 정차돼 있던 승용차가 찍혔어, 멀어서 번호판 식별이 어려웠는데 그
시간 전후해서 움직이는 모습이 다른 카메라에 잡힌 모양이야."
어디에서 나온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르신의 얘기라면 믿어야 한다.
그 차량은 러시아로의 선적을 기다리는 중고차다.
승용차야 죄 될게 없지만 혹여 운전하는 내부라도 찍혔다면 박영철의 신상이 손쉽게 
노출될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부하나 모셔."
"사부라뇨.."
"너무 쉽게 생각했어,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거야 좋지만 기준이 없었던 것 같애."
"..기준이라심은.."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 봐야지, 어려운 일을 하지만 소신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내 
나이가 많긴 하지만 복잡한 세상을 다 이해할수는 없다고 보네,  그런걸 보완해 주는
심지깊은 선생이 필요해."
"아시는 분이라도.."
"괴짜가 하나 있지, 우리랑 뜻이 같을지는 모르지만.."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라지만 용서받을수 없는 큰 죄다.
자부심을 갖고 애국회에 몸담고 있는 동지를 어려움에 처하게 할순 없다.
또한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기보다는, 제 삼자들이 보기에도 합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동의한다.

"고생하셨겠네."
"말 말어, 그 근방에서 찍힌 차량 다 훓었어."
오후 무렵에 방배경찰서 형사반장인 이순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사는 무사히 내 보냈지만 이런 일을 벌이는 나사모의 정체가 궁금하기에 이반장을 
만나는 중이다.
어떤 식으로 논조를 풀어 나가야 할지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기사를 내 보냈다.
평상시의 편집장과는 달리 마치 대필이라도 해 주듯 말머리까지 잡아 줬더랬다.
미친개라는 닉네임의 편집장 추궁은 피했지만, 기자로서의 오래 된 사명감이 고개를 
쳐 들었다.
"차주인 찾았어요?"
"이제 찾아 봐야지.."
"참 태평이시네, 그러다 놓치면 어쩌려구.."
"또 그런다, 가긴 어딜 가 차넘버까지 있는데.."
"찾을순 있는거죠?"
"그렇다니까.."
"순대나 채우러 갑시다, 술시도 됐는데.."
"진작 그럴것이지.."
아무래도 술이나 먹여야 원하는걸 얻어낼수 있으려나 보다.

'마지막 건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건달 37  (0) 2019.03.08
마지막 건달 36  (0) 2019.03.06
마지막 건달 34  (0) 2019.03.02
마지막 건달 33  (0) 2019.03.01
마지막 건달 32  (0) 201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