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34

바라쿠다 2019. 3. 2. 16:30
"손기자 왔네.."
"선배도?"
술기운에 기자실 쇼파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전화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집에 가 봐야 썰렁하기만 한지라 당직실에서 냄새나는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네~"
~재미난 기사고리가 있어서~
"누구신지 먼저 밝히시고.."
~싫으면 말고.. 늦으면 사진 못찍어, 고기덩어리가 건물에 매달려 있거덩..~
장난 전화같기도 하지만 기자로서 모른척 넘어갈수가 없었다.
어차피 새벽 4시쯤이면 경찰서를 돌며 밤사이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그림좋네, 사진 찍었어?"
"당연하죠."
"몇장 보내 줘."
"신창구에요."
"신창구? 여당 중진?"
"모르셨네요."
경찰차 10여대와 119차량이 오피스텔 앞에서 경광등을 밝히고 있다.
사다리차에 오른 구급대원 두명이 7층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창구를 구조하는 중이다.
사람을 알몸으로 만들어 만인이 보게끔 조롱거리로 만든 생각이 기상천외하긴 하다.
"열흘전 나사모사건 재탕이네.."
"703호에 여자도 있답니다."
"신창구랑 같이 당한 모양이네.."
"여당 운동원 출신이랍니다."
"야, 손기자~ 모르는게 뭐야?"
"선배 몰랐어요? 신문사로 제보왔는데.."
그냥저냥 숙직에 대한 증거로 쉽게 생각했던 주철호다.
제보자는 이 사건을 저지른 놈일게다.
누구에게는 소상하게 설명을 해 주고, 나에게는 일언반구없이 사건 현장만 통보한 
셈이다.
타사 후배 손기자와 똑같은 기사나 내 보내리라 쉽게 생각했는데, 어물쩡 넘어 갈
일이 아니다.
꼬장꼬장한 국장이 사건 개요부터 기사 줄거리까지 조목조목 따질 것이다.

"이게 다에요?"
"없어 그것밖에, 출입구쪽에건 선을 잘라놨어."
사건 현장이 방배동인만큼 사건 접수 역시 방배경찰서에 배당됐다.
혹여 기사거리가 될만한 실마리라도 건질까 싶어 경찰서로 왔다.
사회부 기자만 5년째라 형사과 직원들은 거의 알고 지내는 편이다.
"전문가 솜씨네.."
"전문가라기 보다 무대뽀야, 몰래 하려면 카메라 피하는거야 기본이지.."
"못잡는단 얘기네.."
"뭐하러 잡어, 흉악범도 아니고.."
"이반장님 수상하시네, 범인 은닉하고 싶어 하는것 같애.."
"ㅋ~속은 후련하잖어, 잡으라는 지시도 없고.."
"형사라는 양반이.."
"이봐 주기자.. 잡범만 상대한게 이십년이야, 더 큰 도적놈은 신창구같은 놈이구.."
"그렇다고 테러를 해요?"
"기자라는 사람이.. 이게 테러야? 죽이려는 의도는 없구만.."
"헐~"
이반장 말마따나 보여주기식 폭행 사건이지 싶다.
이덕배에 이어 신창구까지 여야 중진의원이 공개적으로 테러를 당했다.
일련의 희안한 사건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술안주가 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 회담만큼이나 요즘의 핫이슈다.
"바쁘다며, 어여 기사나 넘겨.."
"갑니다, 짚히는게 있으면 연락줘요."
ㅋ~ 맨입으로?"
"저녁에 한잔합시다."
어느 쪽으로 기사의 초안을 잡아야 할지 난감하다.
이반장 얘기처럼 속시원해 하는 국민들도 많겠지만, 신문사의 특성상 독려하는 인상을 
줄수는 없는 일이다.
사사건건 기사거리 초안을 딴지 거는 편집장의 얼굴을 생각하니 하늘이 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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