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32

바라쿠다 2019. 2. 28. 14:00
"ㅋ~여론이 좋아요."
"그러게.."
최집사의 연락을 받고 하안동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오피스텔내에 30평쯤 되는 공간을 둘로 나눠 직원들 사무실과 개인 집무실로 쓰여 진다.
사무실을 거쳐 이 곳으로 들어 오면서 직원들과는 눈인사로 대신했다.
박영철의 입가에 미소가 띠고 민희 역시 반가운 기색이다.
최집사가 켜 놓은 TV에서는 어제와는 다른 양상이 보여 진다.  
국회의원이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이런 사태까지 왔겠느냐는 식이다.
하물며 이덕배의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어린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 나온다.
심지어 국회의원이면서 당략에만 치우쳐 국회를 보이콧하는 그들의 작태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공격하는 패널까지 있다.
"재밌어요?"
커피를 가지고 들어 온 민희가 옆에 앉는다.
미스리가 해야 할 일을 도맡아 가져 온건 궁금해서 일게다.
"지낼만 하신가.."
"ㅋ~배우는 중.."
"어울리네, 보기 좋아."
"진짜? ㅋ~워낙 이쁘자너.."
하기야 10%에서 얼굴 마담까지 했으니 뛰어 난 미모는 높이 사 줄만 하다.
이쁜 여자에게 의리까지 바라는건 욕심이 지나칠 것이다.
무슨 언약이나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술집 생활을 청산하게끔 도왔을 뿐이다.
"요즘 바쁘지?"
"직원들이 바쁘지, 내가 아는게 있어야지.."
"차츰 늘겠지, 박과장 좀 불러 줘."
"OK~"
더 이상 붙잡고 할 얘가도 없고 이유도 없다.
이번 일에 동참한 박영철이와 셋이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수고했어."
"수고는요, 애들 손목 비틀긴데.."
유민희가 나가고 그 자리에 박영철이 앉는다.
혹여 사건 현장에서 목격자라도 있었을까 봐 아직은 맘이 놓이질 않는다.
"동선따라 움직였지?"
"몇번이나 답사했어요, 아무도 모를겁니다."
"만사 불여튼튼이래."
"명심하겠습니다."
"고생했는데 한잔해야지, 최집사가 10% 예약해."
노고를 답례하는 차원에서 정수와 더불어 사기는 올려 줘야지 싶다.
민희가 있던 10%야 술꾼들이 좋아하는 곳이니 써 먹을 생각이다.
첫모임때 그 곳에서 꼭지가 돌도록 마시면서 즐거워들 했다. 
"그런데 보다는 편한데가 좋은데.."
"편한데? 어디?"
"오픈된 곳에서 고기를 굽는다던지, 담배피면서 술 마실수 있는.."
"..단합대회 갈까?"
"단합대회요?"
"가자구, 청송스님한테.."
몸도 그렇지만 머리속에 찌꺼기가 들었는지 찌뿌둥하다.
공기 맑은 속리산에서 일주일동안 지내면서 몸이 날라갈 것 같이 상쾌해 졌다.
이름 있는 절에서의 템플 스테이가 유행이니 단합을 도모하는 곳으로도 제격이다. 

"빠까~"
"뭐래.."
"ㅋ~반갑답네다."
쏘냐가 찾는다고 하길래 동대문에서 만났다.
최집사가 서교동에 오피스텔을 얻어 줬으나 통역이 없으니 답답할 것이다.
혼자 지내려면 고생하지 싶어 옷가지나 몇벌 사 줄 생각이다.
"쇼핑이나 가자구.."
"하라쇼~"
어둠이 내린 동대문에 휘황찬란한 네온이 빛을 발한다.
전혀 스타일이 다른 셋이서 길을 걷다 보니 구색이 어울리지 않는다 싶다.
인형처럼 이쁘고 늘씬한 은발의 미녀가 우중충한 사내들틈에 섞여 쇼핑가를 거니는 
것도 구경거리에 속하는지 지나치는 사람들이 흘깃거린다.
"에따.. 소꼴까 스또잇.."
"기다리시라요."
".........."
머플러를 파는 매장 앞에서 쏘냐가 이것저것 살핀다.
아마도 맘에 드는 물건이 있는지 고르는 폼새가 진지하다.
"빠좔스따.."
"오천원.."
어찌보면 인연이란 것이 소리 소문없이 오는가 보다.
그저 그렇게 만난 쏘냐가 머나 먼 한국땅까지 찾아 왔다.
입고 있는 입성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그렇다고 어색하지도 않다.
아직은 쌀쌀한 기온인데 짧은 핫팬츠를 입어 긴 다리가 추워 보인다.
보통이면 유행에 뒤쳐 진 외국 아가씨이겠지만 눈에 띌만큼 이쁘게 보인다.
말도 통하지 않는 매장 주인과 가격을 따지는 모습조차 깨물어 주고 싶다.
"이걸로 해 줘요."
"계산하게요?"
흥정하는 사이로 커드를 내밀자 두사람의 시선이 모아진다.
"까르따.."
위고르와 앞서 걷는데 검은 봉투를 쥔 쏘냐가 쫒아 오더니 카드를 건넨다.
"그냥 써, 나중에 줘."
"..쓰파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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