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30

바라쿠다 2019. 2. 27. 19:57
"재미있으세요?"
"장소가 좋은가 봐, 손님이 많어.."
최집사와 헤어지고 아버지가 계시는 건재상으로 왔다.
지게차가 부지런히 마당을 다니며 합판이며 목재를 짐차에 옮겨 싣느라 바쁘다.
아버지는 사무실 대용으로 들여 놓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장부와 씨름중이시다.
"바쁘면 좋죠."
"매상이 며칠만에 오백이 넘어.."
고심끝에 일을 벌렸는데 뉴스나 종편 TV의 대담 프로에서조차 단순한 폭력 사건으로만 
다루고 있다.
취지는 잘못하는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참된 정치 문화를 만들고 싶은 야무진
꿈을 가졌더랬다.
막연한 기대치와는 달리 괜한 짓을 한게 아닌가 싶은 자괴감마저 든다.
"다행이네요, 무리하지는 마세요."
"너 뉴스 봤냐?"
"국회의원 폭행 기사요?"
"그게 왜 폭행이야, 의거지.."
"아무리 무슨 의거씩이나.."
"얘가 노인네같은 소리 하네, 그게 얼마나 후련한 일인데.."
"후련해요?"
"그럼, 그렇게 맘 먹은 사람이 한둘이겠어? 여건이 안돼 다들 참는거지."
"정말요?"
"아들아~"
"왜요.."
"기분도 좋은데 우리 한잔하자."
"그 정도예요?"
"이런 날 안마시면 언제 마시냐.."
기대하지 않았다가 같은 뜻을 가진 아버지로 인해 마음이 가벼워진 듯 하다.

"와~손님들 많다."
"너무 복잡하네요."
"얘가 진짜.. 이런게 사는 재미 아니겠냐.."
"후후.. 그렇다고 해 두죠."
가게가 있는 사당동 뒷골목에 대패 삼겹살만을 파는 실내포차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서민들의 얇은 주머니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곳이지 싶다.
애국회 일원인 천용호가 장사에 문외한인 아버지를 돕기에 깡통 테이블에 셋이 둘러 
앉았다.
"자네도 봤지, 십년 묵은 체증이 뚫리는 기분이여.."
"아따~뉘 집 자슥인지 제대로 한껀 했당께.."
옆 좌석에서 들려 오는 얘기도 국회의원 이덕배에 관해서다.
"전치 10주라더만.."
"그 정도면 반쭘 죽인거나 마찬가진디.."
"생목숨 끊을수야 있간디?"
"더 패 부렀어야 했는디.."
"됐구만.. 그만큼 얻어 터졌으믄 정신 차렸것지.."
우려와는 달리 서민들의 입에서는 오늘의 거사를 반기는 눈치다.
TV야 만인이 보는 매개체이니 사고랄수 있는 이번 일을 반길수는 없었으리라.
"성공입니다 보스.."
"응? 무슨 소리여 보스라니.. 성공은 또 뭐고.."
"흑~아닙니다 사장님.. 현장에서 큰 주문이 왔길래.."
"주문?  언제.."
"방금 메시지로 왔어요, 너무 기뻐서.."
천용호도 최집사에게서 얘기를 들었을게고, 내 기분이 언찮다는 것도 짐작했을게다.
딴에는 반가워서 아버지가 계심에도 실수를 했지 싶다.
"근데 말이시, 다음 차례는 누구일랑가.."
"기다려 봄세, 대자보에는 계속 한다고 했응께."
"손흥민이가 골 넣은것보다 더 시원하단 말시.."
비록 어중이 정치인을 폭력으로 단죄했기에 찝찝함을 떨치기 어려웠으나,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서민들의 반응에 힘이 솟는다.
쓸데없는 만용으로 질서를 어지럽히는건 아닌지 사실 확신은 없었다.
"아들아~ 취한다, 집에 가자.."
"벌써 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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