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27

바라쿠다 2019. 2. 27. 07:29
"ㅋ~좋으시겠어요 어르신.."
"이 사람이 놀리나.."
예상도 못한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에서 만난 쏘냐가 서울에 도착했다.
"강적이네, 그새 대학교까지.."
"위고르 당신까지 이러면 어쩌누, 말렸어야지.."
"쏘냐 말 안 듣지비.."
"ㅋ~빅터킴 안뇽카프.."
그때와 똑같이 긴 은발머리가 출렁이고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피부가 고와 보인다.
"그래, 안녕이 지나쳐 이 모양이다."
"너무하시네요, 이역만리 찾아 왔는데.."
"맞습네다, 에미나이 불쌍하게시리.."
"허이구~ 둘이서 작당을 하네.."
이바로비치측에서 2차 물량으로 승용차와 봉고차 50대를 주문했고 그 실무 절차를 
위고르에게 맡겼단다.
이전부터 한국을 동경하던 쏘냐가 대학 연수를 준비중이었는데, 마침 위고르가 한국에
간다는 소식을 접해 따라 들어 왔단다.
"숙소는 정했어?"
"아직.. 근처 호텔에 있슴다.."
"대학 근처가 좋을텐데.."
"ㅋ~어른이 구해 줘야지,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을텐데.."
"지금이 웃을때야, 헐~"
"그나저나 도통 말이 안통해서 큰일이네.."
"거기서 학원 다녔답네다."
"학원부터 알아 봐야겠네.."
"제가 알아 보죠."
"에이~ 식사나 하자구.."
인천공항에서 새벽쯤 입국절차를 마쳤기로 이른 아침에 최집사를 통해 나까지 연락이 
닿은 것이다.
마침 러시아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동대문에 위고르의 사촌이 있어 숙식의 도움을 
받기로 했단다.

"ㅋ~맛있습네다.."
"다행이네, 많이 드시게."
"입에 맞아 다행입니다."
"쏘냐도 마시따.."
"ㅋ~조금은 알아 듣네요."
동대문 근처 불고기전문 식당에서 자리를 같이 했다.
다행히 러시아에서 이 곳까지 온 위고르와 쏘냐의 입맛에 맞는지 맛나게 먹는걸 보니 
저으기 안심이 된다.
"최집사가 수고 좀 해야겠네."
"걱정마세요, 제가 할일인데.."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겠지만 아직은 세상물정에 어두운 쏘냐가 머나 먼 이 곳에 
둥지를 틀겠단다.
모르면 지나 치겠지만 알면서 쌩 깐다는건 할 짓이 아니지 싶다.
한국에 있을 동안 기본적인 도움은 주는게 도리라는 생각이다.
위고르야 사업차 왔으니 그에 걸맞은 편리를 봐 주면 될 것이다.
"사무실은 어때.."
"당분간 출근하지 마세요."
"..왜?"
"나중에 얘기하시죠."
"..그러자구.."

"그런 일이 있구만.."
"골수입니다."
위고르와 쏘냐는 임시 숙소인 호텔에 데려다 줬다.
최집사와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중인데 민희의 근황이 불쑥 튀어 나온다.
새로이 만나는 남자가 있는데 정부 요직에 몸 담고 있단다.
"혹 맘에 드시는지.."
"민희? 아냐 그런거.. 인생관이 틀려."
"다행이네요, 형수라고 부르게 될까 봐.."
"이 사람이.. 최주복은 어떤 인물이야.."
"현정부의 노른자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운동권 출신이고.."
"똑똑하겠네.."
"그게 문제죠, 자신 외에는 인정하지 않으니.."
"문제지 그런 사람들.."
"맞습니다, 겉으론 서민을 위한다지만 자기들과 사상이 틀리면 적으로 몰아 어떻게든 
망하게 만드니.."
어떻게 세상을 사는게 정답인지 모른 채 이 날까지 왔다.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면서 의리만 따지는 풋내기 건달이었다.
어르신을 만나게 되면서 막연하나마 소명 의식이란게 생겼다.
어려운 생활고를 겪는 국민들이지만 희망을 품고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도 
생겼다.
보수니 진보니 편을 가르고 민생은 외면한 채 제 놈들 밥그릇만 챙기려 드는 몹쓸
위인들에게 벌을 줄 생각이다.
건달로서 무의미하게 살던 지난 날은 지우고, 남아로 태어났으니 무거운 짐이지만
기쁘게 받아 들이고자 한다.
설사 이 한몸 잘못된다 한들 제대로 된 나라꼴은 지켜보고 싶다.
"할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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