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22

바라쿠다 2019. 2. 14. 20:41
"잘 지내시죠.."
"어머~ 그 때.."
"후후..맞습니다."
"고마웠어요, 여긴 어떻게.."
갑자기 시아버지가 건재상을 차린다고 해 온 식구가 이 곳으로 왔다.
이수역 근처 뒷골목이지만 큰 간판처럼 넓직한 공터에 모래며 갖가지 건축재료들이 
쌓였고, 안쪽으로 이층 컨테이너 사무실까지 있다.
대로변은 아니지만 제법 규모가 큰 가게인지라 얼떨떨해 하던 참에 낯익은 남자가 
아는 척을 한다.
며칠전 유실장에게 곤란을 당할때 고맙게 도움을 준 사람이다.
제대로 인사도 못했지만, 난생 처음 사모님이란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취직했어요 여기.."
"이런 인연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모님.."
"사모님 아닌데.."
"사모님 맞아요, 사장님 부인이신데.."
이해 안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생긴다.
도통 경제 개념이라곤 없던 남편이 넙죽 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준 것도 그렇지만, 
러시아며 일본까지 해외 출장이란걸 다녀 온다.
게다가 시아버지께 번듯한 건재상까지 차려 준다.
모르긴 해도 상상할수 없는 돈을 투자해 이 가게를 차렸을 것이다.
"인사해, 여긴 최집사 그리고 이부장.."
"안녕하세요."
"..네.."
"저는 구면입니다.."
안쪽 사무실에서 나온 애아빠가 옆에 있는 사내들과 인사를 시킨다.
"처음 뵙겠습니다.."
"말 편안하게 하세요, 사모님.."
"이부장이 관리해요, 아버지는 처음이시라.."
"그럴께요.."

"수고했네."
"부끄럽네요."
남산 밑 안가에서 오랜만에 어르신과 독대를 하는 인수다.
노무라의 사망 뉴스가 일본 방송을 탔다.
강변도로를 지나는 덤프 트럭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했단다.
"변해야 해, 자네 혼자 몸이 아니라고 얘기했을텐데.."
".........."
"죽어 마땅한 놈일세, 그런 놈때문에 사명을 잊으면 안돼."
"..죄송합니다.."
"조선인을 하등 동물쯤으로 여기던 놈일세, 그 놈 농간에 전 재산을 잃은 사람이 
부지기고 심지어 자살까지 했어.. 버러지보다 못한 놈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줍잖은 신사도를 베풀려 한 것 같아 심히 부끄럽다.
설마하니 공공의 적을 처단하는데 오죽 고심을 했겠는가.
나라를 빼앗겼기에 억울하게 당하면서도 항변조차 못하는 설움을 애써 억누르며 
살았던 민족이다.
파렴치한 침략자는 사과는 커녕 아직도 우리네가 발아래 있다는 듯 교묘한 말장난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려 든다.
"왜 우리가 이 짓을 하겠나.."
".........."
"약소국이기에 겪은 설움을 치졸하게 보복이나 해 위안이라도 삼는걸로 보지 말게."
".........."
"백의민족의 자존심을 찾으려는 걸세."
"자존심이라 하심은.."
"우리 애국회 단원뿐이 아닌 전 국민이 자긍심을 가져 주길 바라고 있네."
".........."
"삐뚤어 진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나, 그 일환으로 매국노를 처단하고 침략자를 
응징하는 것 뿐이야.."
".........."
어르신을 만난 이래 이토록 뜨거운 열변을 토하시는건 처음 본다.
그만큼 어르신이 흥분 하셨음이고, 민족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게다.
"미국에 다녀 와."
"..또.."
"오해는 하지 말게 , 누굴 처단하라는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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