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21

바라쿠다 2019. 2. 14. 06:08
"나옵니다.."
"오늘 제삿날이네.."
취기가 많이 오르는지 걸음걸이가 위태롭다.
노무라의 동선을 쫒은지 사흘째다.
고급 주택으로 위장한 요정에서 노무라가 나온다.
얕으막한 비탈길 중간쯤에 위치한 요정을 나서 미리 택시를 부르고 큰길까지 걸어 
가는 패턴이다.
오늘도 예외없이 비척거리며 띄엄띄엄 보안등 불빛을 받으며 내려 온다.
"준비하시게.."
"네."
~퍽..털석~
미리 준비한 몽둥이로 뒷통수를 가격했고, 술취한 노무라가 힘없이 엎어 진다.
"부축해.."
".........."
"되게 무겁네.."
최집사와 양쪽에서 겨드랑이를 껴 사람 통행이 없는 으슥한 골목을 지났다.
무거운 노무라를 부축해 강변까지 오는 내내 주변을 살펴야 했다.
"그 쪽에 뉘워.."
"후우~"
강변도로변에 동물들의 출입을 막는 분리대 옆에 짐짝 부리듯 기절한 노무라를 
뉘였다.
손쉽게 납치를 했지만 생 목숨을 끊어 버릴 생각에 다시금 착잡하다.
"나도 찝찝하네요."
"못할 짓이긴 해.."
"보스 맘 이해해요."
"목숨 건 대결이라면 좋겠구만.."
"그러게요.."
"저 쪽으로 가 있어."
"어쩌시게요.."
"운명에 맡기자구.."
".........."

"또 오셨네.."
"독한 꼬냑으로 하자구.."
"준비할께요."
미치코가 있는 술집으로 오는 내내 최집사 역시 말이 없다.
강변도로에 노무라를 밀어 넣고 그 자리를 떠야 했다.
지나가는 차에 깔리던지, 운 좋게 발견되어 구조가 되던지는 노무라의 운명이다.
아무리 민족의 피를 갉아먹은 흉악범이라 한들 직접 목숨을 끊을순 없었다.
"어찌 됐을까요."
"자네나 나나 자격이 없어."
"동감이네요."
"술이나 마시자구.."
명분이 좋아 대의를 따른다지만 모질지 못한 천성으로 큰 뜻을 쫒는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 싶다.
"안주는 뭘로 준비할까요."
"안주 필요없어."
꼬냑과 우롱차, 술잔을 쟁반에 받쳐 든 미치코가 들어 온다.
맘 편히 술이나 마시고 모든걸 잊고자 했지만 그나마 사치인듯 싶다.
"아냐 가져 와, 시간 걸리는 걸로.. 통닭이나 시켜 오든지.."
"다녀올께요.."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에 숨어 진탕 취하고 싶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이다.
이 일과 상관없는 미치코가 옆에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쫒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걍 나가죠."
"갈데 없잖아.."
"숙소나 가죠."
"잠이 오겠어?"
".........."
불이 환한 숙소에서 술을 들이 붓는 그림도 이상하고, 이 곳에서의 위로주는 맘이 
편치 않다.
하기사 무슨 짓을 해도 지금의 찝찝한 기분을 달래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생명을 앗고도 멀쩡한 살인자의 마음가짐이 부럽기만 하다.
노무라의 조부가 식민지의 땅에서 일일이 확인조차 어려운 착취를 거듭해 큰 재산을 
거머졌고, 그 아들 역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잔류하게 된 교포들의
원성이 자자할만큼 못된 짓을 일삼았다고 기록돼 있다.
그 집안의 후손인 노무라 역시 힘없는 교포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을테고,
하등 국민에게 가해지는 린치를 당연시하게 됐을게다.
그런 노무라를 단죄하고도 떳떳할수 없음이 스스로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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