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59

바라쿠다 2019. 1. 23. 20:44
"지지배 팔자 늘어졌다니까.."
"ㅋ~마즈.."
"지랄~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인희와 숙자가 오전 댓발부터 집으로 쳐들어 왔다.
한달에 한번 먹자계를 하기로 한 뒤 세번째 모임을 우리집에서 하기로 했다.
점점 배가 불러오는 시점이라 예전처럼 맘껏 술마시기 어려운 까닭이다.
"아줌마~ 커피나 주세요.."
"블랙드시는 분은.."
"대충주세요, 다방스타일로 ㅋ~"
"ㅋ~마즈.. 오랜만에 들어 본다 다방.."
"저 아줌마 자주 오시네.."
"맨날 와, 진수가 그러래.."
"에효~ 부럽다.."
"마즈~"
두달 후면 출산인지라 진수가 꼴난 저녁준비나마 못하게 한다.
며칠후면 인희 결혼이고 신혼여행에 맞춰 숙자네와 우리는 홋가이도로 놀러가기로 
했다.
의논할 것도 있지만 인희년이 신년운세나 보자길래 집근처에서 제법 알려진 철학관이 
있어 우리집에서 모인 것이다. 
"심심하네, 맥주없냐?"
"술마시게? 철학관 간다며, 냄새날텐데.."
"마즈~"
"입가심이나 하자, 커피가 너무 달아.."
"아줌마~ 맥주.."

"후지게 생겼다, 진짜 용하대?"
"그러게~"
"모르지.. 평판은 있더라.."
점심도 먹어야겠기에 그 시간에 맞춰 철학관을 찾았다.
번듯한 간판도 없이 5층짜리 빌라 옥상에 자리잡은 곳이다.
"벨눌러.."
~삐리리~
"들어들 오시게.."
현관 안에서 맞이하는 도사가 나이는 우리네와 비슷하지 싶은데 제법 말끔하게 생겼다.
신당을 등진 그를 우리 셋이 마주보는 형식으로 앉게 된다.
"운세보려구?"
"네.."
"그쪽부터 불러, 태어 난 시까지.."
"..1977.11.20.새벽2시.."
"이름.."
"홍숙자.."
"힘들게 살았네, 보상받을거야.."
"진짜요?"
"속고만 살았나.. 믿어~"
"고맙습니다 도사님.."
평상시 주눅들어 사는 버릇이 지금 또 나타나는 숙자다.
그나마 도사가 좋은 얘기를 해 줘 다행스런 마음이다.
"나한테 그럴 필요없어, 자네 운세가 그래.."
"..네에.."
"근데 왜 반말이실까.."
"얘 인희야.."
불쑥 도전적인 언사를 뱉는 인희땜에 간담이 서늘해 진다.
무릇 미래의 길흉을 좌지우지하는 신통력을 지녔을지도 모르는데, 그 도사의 기분을 
언잖게 하는 불경을 저지를순 없다.
"냅둬, 그럴줄 알았어.."
"..네?"
"나서기 좋아한다구.. 건너뛰고 나서기 좋아하는 자네부터.."
"..77년 8월 5일.. 김인희.."
"오뉴월 엿가락 늘어난다더니 쯧~"
"왜요, 별로에요?"
"그 놈 꼭잡아, 놓치면 인생 고달퍼.."
"그런것도 보여요? 설레발 아니죠.."
"다 보여.. 셋 모두 하나씩 꿰 찼구먼.."
"누가 제일 좋아요?"
"쯔쯔.. 요즘 암컷들 문제야, 제 분수도 모르고 좋은 놈만 욕심내니.."
"말투가 대봉씨랑 비슷하네, 그치 얘들아.."
"마즈~"
인희 말마따나 말투에서 대봉씨 느낌이 난다.
철학을 전공해서 비슷한지 모르겠으나 영 돌팔이는 아닌듯 싶다.
"마지막 자네.."
"77년 10월 2일, 이선미요.."
궁금증이야 친구들 모두 똑같겠지만 가슴까지 뛴다.
이혼이 흉이 아닌 세상이라지만 남들 눈에 불장난처럼 보일까 마음 졸여 왔다.
어린 진수의 아이까지 낳아야 하는 지금까지도 불안한 생각은 가시질 않는다.
"좋구나, 곡식이 영글었어.."
"..고맙습니다.."
"팔자폈네, 잘 받들어.."
"..받들기까지.."
"자네 친정식구들까지 횡재했어, 어린놈이지?  우습게 보지 마.. 그런 인간이 화내면 
더 무서운 법이야.."
"햐~ 귀신이다.."
"마즈~"
거사의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아직은 눈에 보이는게 없다.
이 나이에 새로운 삶을 산다는건 천지가 개벽하는 것과 같다.
"복채 자네가 낼거지? 두둑하게 내 놔.."
"어머~ 그런것도 보여요?"
"광에서 인심나는게야, 쌩까는 성격도 아니구먼.."
"..저기 도사님.."
"입 다물어, 자넨 주둥이가 화를 불러.."
"..네?"
"옆에 놈이 시큰둥하지?  어찌해야 그 놈을 쥐어잡나 그게 궁금하자너.."
".........."
"그게 자네 복이야, 그 놈 놓치면 고달프다고 해짜너..'
"..그래도.."
"자세가 틀렸어, 숫놈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니.. 저 친구처럼 받들어.."
"자세히 갈쳐 줘요~"
"공짜는 안돼."
"복채 드린다고요~"
"그야 당연한게고..  술 사.'
"살께요, 그깢 술.."
"내 여자친구도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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