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60

바라쿠다 2019. 1. 26. 06:12
"세상에서 가장 쉬운게 숫놈 꼬시기야"
".........."
".........."
"꼴깍꼴깍 침들 삼키는 꼴 볼만하다."
"치~ 감질나게.."
"후후..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게 숫놈 마음 얻는 일이지.."
"비싼술 드시나여.."
"나 서민일세, 소주가 좋아.."
"가요, 그럼.."
남자라면 손쉽게 손아귀에 쥐고 흔들던 인희가 애가 타는 모양이다.
평상시 속을 주지 않던 남자라는 동물과 결혼까지 하려는 시점이다. 
"한가지만 더 얘기하고 가자구, 술값은 해야지.."
"ㅋ~말씀하세요."
길흉을 가르쳐 주는 도사지만 같이 술마시기로 의견 투합할만큼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이지
싶다.
평소 까칠할수도 있는 인희가 가까운 사람 대하듯 표정이 밝다.
"자네들이 맘에 들어서야, 특히 선미가.."
"어머~ 남자들 이상하다니까.. 선미스타일이 좋은가 봐 ㅋ~"
"ㅋ~마즈.."
"이따 보면 알겠지만 여자친구랑 닮았어,후후.."
여고시절부터 남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건 언제나 인희였다.
셋중에서 제일 이쁘기에 그런 독점을 당연시 여기게 됐는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남자들의 화살이 내게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나뿐 아니라 인희나 숙자까지도 그런 변화를 궁금해 하는 참이다.
"자네들이 이쁘건 맞아, 스스로들도 알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자너.. 사람 욕심이란건 
끝이 없는 법이지.후후.. 이쁨에 대한 보상은 흘깃 지나가는 수컷들의 눈길이 아닌 
옆지기의 변함없는 구애를 원하는거자너.."
"그러니까 그 방법이 뭐냐구여~"
"후후..성격 급하긴.. 1%라고 들어봤지, 이쁘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야.. 미안하지만 
인희 자네보다 훨씬 이뻐, 근데 말이지 이쁘기만 하다고 그 영화가 영원할까.. 열흘 붉은꽃 
없다네.. 언젠간 시드는게 세상 이치야.. 이쁜것만 내세워 세상 복락 다 누린다면 1% 애들이 
우선이지.. 자네들 걔네들 싫어하자너.. 머리속에 든게 없다느니, 죄 뜯어 고쳤다는 둥.. 
자기보다 이쁜 애들 깍아 내리면서 자네들은 대접받아야겠다~ 그건 무슨 심뽀냐?"
"어쩌라구여~"
"헐~ 도사님 말씀하시는데 초치긴.. 원래 말 많은 놈 아닐세,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네.. 
모르긴 해도 자네들 인연이지 싶어, 자주 볼것 같은 느낌이 와.."
"ㅋ~단골생겨서 좋으시겠다."
"하던 말 대충 끝내자구, 여자를 꽃이라 부르더만.. 꽃도 꽃나름일세, 코스모스도 있고 수선화도 
있지..  코스모스가 그러더군, 자신은 더 이상 보여줄게 없다구.. 꽃잎을 활짝 펴서 속까지 다 보여 
줬다는 말이겠지..  자네들은 그러지들 마시게나, 여자라면 무릇 수선화처럼 오무려야 하는걸세.. 
까도 까도 똑같은 양파처럼 그렇게 살게, 그래야 남자는 질리지 않는 법일세.."
"아휴~ 하나도 모르겠네..
"ㅋ~마즈.."
".........."
"선미 자네는 뭘 좀 알겠다는 표정일세,후후.."
"..잘 몰라요, 걍 어렴풋이.."
"가끔 선문선답하세, 인생이 긴 만큼 곡절도 많은 법이지.. 안 풀릴때 찾아들 오시게.."
"..네."
"딴놈 그만 만나, 태어 날 아이한테 그게 예의야.."
"어머~ 쪽집게다.."
"마즈~"

"여기~"
근방 먹자골목 입구 지하에 그럴듯한 학사주점이 있길래 들어 왔다.
이른 오후라 그런지 그 넓은 가게에 손님은 우리들 뿐이다.
동동주와 소주, 모듬전을 안주로 시켜 막 한잔씩 걸쳤을때 도사가 출입구쪽에 시선을 
준다.
"실례해요.."
"어서오세요.."
4인용 식탁이 두개나 붙여놨기에 좌석은 여유가 있다.
"진짜 비슷하다.."
"마즈~"
"난 잘 모르겠는데.."
".........."
"둘이 비슷하다고 했거든.. 성격도 그렇구.."
딱히 닮아 보이진 않는데 다른 사람들 눈엔 그리 보이지 싶다.
인희처럼 눈에 띄는 미모는 아니지만 체헝이 늘씬한 편이고 전체적으로 시원스럽다.
키가 큰 여자들은 손마디며 뼈가 다소 억세게 보이는 편인데, 갸름하고 길게 생긴건 나와 
비슷하다.
성격 좋으신갑다 ㅋ~"
"몰라요, 이 사람이 그러니까.."
"도사님이 어련하겠어요.."
"배가 많이 부르시네, 곧 나오겠어.."
"두달남았어요, 말 편하게 하세요."
"네살 터울이니 선미씨가 언니라고 불러.."
"ㅋ~희정언니.."
편해 보이는 도사님 여친 이름이 희정이란다.
도사님 말마따나 사람의 인연은 미리 예견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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