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88

바라쿠다 2019. 1. 6. 07:20
"감사합니다 삼촌.."
"고맙습니다.."
"왜들 이래 쑥스럽게.. 싸우지 말고 재밌게들 살어.."
"나는 뭐 없어?"
이 나이에 크리스마스라는건 어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신령님을 모시는 직업을 가진 놈이다.
인연이 될수도 있는 희정이의 두아들 때문이다.
배가 남산만하게 부른 동훈이네와 희정이, 둘째 동석이까지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보라매공원 앞에 그럴듯한 한정식집이 있다.
처음으로 독립하게 된 동훈이 집에 가전제품 일체를 크리스마스 핑계로 선물했다.
"당신은 다 있잖어, 얘네들은 시작이고.."
"이사가라며.."
"니네 엄마 원래 욕심꾸러기냐, 뻔순이도 아니고.."
"ㅋ~ 그런편이죠."
"ㅋ~ 동석이 말이 맞아요."
"이 놈들이~ 고생고생 키워놨더니.."
"됐어.. 이사가는 날 배달올거야, 동석이 컴퓨터랑.."
"내꺼는 뭐냐니까.."
"에구~ 식겠다 먹자.."
이렇듯 웃고 떠들며 지내는 것도 괜찮지 싶다.
내 핏줄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낳은 자식들이다.
희정이가 이쁘게 보이니 그 자식들 또한 인연일게다.
"..저.. 한잔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지.."
이제는 동훈이의 짝이 된 미영이가 술을 따르겠단다.
예지력이 예전과는 달리 촉이 떨어지긴 했어도 둘의 궁합은 천생연분이다.
세상 풍파에 굳건하게 맞설 배짱이 아직은 부족한 애들이나 다를바 없지만, 동훈이 
녀석의 천성은 진중하다.
그것이 기성세대들에게 믿음을 줄 것이고; 미영이 역시 큰 욕심이 없어 동훈이의 틀 
안에서 만족하며 살 것이다.

"아우~ 좀 떨어져.."
"씨~"
"누나 왜 그래.."
설핏 잠이 들었는데 꿈속인양 큰 구렁이가 온 몸을 칭칭 감은 느낌에 눈을 떳다.
쌍둥이 녀석들이 양쪽에 누워 가슴이며 허벅지 부근까지 지분대고 있다.
밤새 찐한 향락을 불사르고 새벽녘에 잠시 졸았는데, 잠도 없는지 여명이 바추는 
시각부터 또 한편의 걸쭉한 에로영화를 찍어야 했다.
양 손에 쥐어 진 녀석들의 방망이가 이뻐 주무르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지만, 밤을
하얗게 새우다시피 한 터라 잠이 고파 눈이 아플 지경이다.
막 깊은 잠에 빠지려 했건만 다시금 보채는 녀석들의 방해가 귀찮기만 하다.
"비켜, 화장실갈래.." 
"데려다 줄께."
"ㅋ~ 나도.."
침실을 나와 거실을 가로지르는데 스스로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
거실 한쪽 거울에 셋의 나신이 고스란히 비친다.
한 녀석의 품에 들려ㅡ진 내 모습도 그러하지만 덜렁거리는 두 놈의 물건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만 나가, 안나와.."
"걍 해.."
"ㅋ~ 그러게.."
변기에 내려 놓고도 두녀석이 지켜보는 터라 오줌발이 쏟아질 기미가 없다.
보채는 녀석들이 귀엽기는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리현상까지 누리지 못함은 너무하다 싶다.
"이리와.."
버티고 서 있는 녀석들의 물건을 하나씩 나눠 잡는다.
기쁨을 주는 물건임에야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기는 하다.
"얌전히 기다려, 그래야 이쁘지.."
ㅋ~ 빨리 나와.."
녀석들이 물러나고서야 더부룩했던 방광이 열리고 시원스런 배출이 이어진다.
보통의 숫놈들이야 한차례의 거사를 치룬 뒤 숨 돌리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쌍둥이인지라 바통을 이어받는 쨤이 있어 고개 숙이는 모양은 보지 못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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