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12

바라쿠다 2019. 1. 3. 21:08
"어머니 생각은 어때요.."
"..글쎄다..
"나쁘진 않다, 내 생각엔.."
어머니로부터 민아언마의 얘기를 듣고 집에 온 인수다.
어린 민아를 팽개치다시피 이 곳에 버린 미숙이가 이 집으로 다시 오겠다고 했단다.
얼버무리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는 호응을 한다.
"찬성이시네요.."
"아빠도 없는 민아 키우는게 쉬운게 아니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하냐, 말이 좋아
눈높이지 고 놈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어찌 아누.. 막말로 짐작이라도 가야 가려운게 
있으면 긁어주기라도 하지.."
".........."
말없이 듣고만 계시는 어머니 역시 같은 속내지 싶다.
하기사 연세있으신 분들이 번뜩이는 사고방식을 가진 손녀를 제어하긴 쉽지 않을게다.
예전처럼 먹히고 입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오라고 하세요, 난 괜찮으니까.."
"우리도 썩 내키는건 아냐, 저 힘들다고 자식을 팽개쳤는데.."
"또 그러기야 하겠어요, 느낀게 있으니 돌아 오는거겠죠."
미숙이에게 실망스런 맘이야 컸지만, 다 지나간 일이다.
노인들이 한창 예민한 손녀에게 휘둘리는 것보다야 잘된 일이지 싶다.
여자로서의 애뜻함은 없지만, 자식의 엄마로서 보탬은 되리라 본다.

"눈치껏 따라 와.."
"......??"
오후 세시에 서울역 앞 노상에서 만나자고 했을때부터 의아했었다.
5분이나 기다렸을까 벙거지를 쓴 어르신이 스치듯 지나가며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영문을 모르다가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어르신을 쫒았다.
티비에서 보던 추리극의 정보원처럼 거리를 두고 추격전을 펼치기로 한다.
서울역 지하에서 4호선 지하철을 타더니 붐비는 사당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탄다.
환승역이라 워낙 사람들이 많아 차칫하면 놓칠뻔했지만 용케 따라 붙었다.
아마 대여섯번 지하철을 옮겨 탄 후 내린 곳이 충무로 역이다.
직접 왔으면 두정거장인 곳을 두시간 가까이 헤맨 끝에 지상에서 햇빛을 본다.
추격전이 여기서 멈춘게 아니라 건물과 건물사이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가는가 하면, 
멀쩡하게 커피숍으로 들어 가더니 뒷문을 통해 다시금 거리로 나선다.
무려 30여분을 돌고 돌아 남산밑 상가 뒷편 한옥집으로 들어 가서야 막이 내린 듯 하다.
"들어가세.."
".........."

"여기는 안가일세, 아는 사람은 최집사와 나 이제는 자네까지 세사람이 된게지.."
"..이런 이유가.."
"앞서도 얘기했지만 보안때문일세.. 내 거처가 다섯곳이야, 그만큼 조심할 일이 많다는 
뜻일세.."
"..뭣땜에.."
"확신은 없지만 우리 애국회를 쫒는 무리가 있을수도 있다는 얘기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우리 조직의 실체가 드러나면 모든 동지가 위험해 져.."
".........."
"낼모레가 러시아 가는 날이로구먼.."
"맞습니다.."
"자네한테 알려줄게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 차츰 배우면 되겠지.."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힘이 약한게 문제지.."
"무슨 말씀을.."
"6자회담은 알겠지.."
"..그야 북한의 핵폭탄.."
"맞네.. 분단된 나라지만 우리는 단일민족이야, 세계적으로 강대국들이 야욕을 보일만큼 
지리적 위치도 무시할순 없지만.."
".........."
"우리 진영과 북한을 빼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암중에 기득권을 가지려고 혈안이 
돼 있어.. 그 중에 가장 위험한 외세는 일본일세..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대 놓고 얘기할순 없지만 자기들의 과거 때문이지.."
"..과거라 하면.."
"눈 가리고 아웅이지.. 36년간이나 무력으로 우리나라를 침탈한 잘못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고 싶은게야.."
"그런 뻔한 과거를 우리 탓으로 돌리다뇨.."
"그게 일본 군국주의를 외치는 자들의 궤변이야, 구한말 정치를 하던 지도자급 인사들이
무지한 조선을 이끌어 달라고 일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게지.."
".........."
"일본은 그러기 싫었지만 이웃나라 대신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식이거든.."
"..괘씸한.."
"야욕을 드러낸건 일본이지만 우리네 잘못도 있음일세,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나라를 팔아 먹은거나 다름없게 돼 버렸으니.."
"그렇지만 역사가 말해 주는데.."
"그게 일본의 양면성이야, 자기네 잘못을 그런식으로나마 감추려 드는 얄팍한 습성을 가진.."
"어이가 없네요.."
"어이가 없는게 한가지 뿐이 아닐세.."
"또 무슨.."
"같은 맥락이지만 나이 어린 조선의 처녀들을 잡아가서는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핍박을 하고서도
잘못이 없다는 그들일세.. 까짓 돈 몇푼으로 치부를 덮으려는 그들이 두려워 하는게 있네.."
"..두려워 하다뇨.."
"우리 민족의 힘일세.. 통일이 되던 지금처럼 분단된채 있어도 우리에게 힘이 생긴다면 그네들이 
두발뻗고 잠을 잘수 없겠지, 그들의 바램대로 서로 헐뜯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립상태로 영원히
남길 바라겠지.."
".........."
"미국, 중국, 러시아도 마찬가질세, 국민 모두의 의식이 깨어나야 외세의 간섭에서 자유로와 지는게지..
우리 애국회의 할일이 뭔지 알겠나.."
".........."
비로소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막연하게 애국회라는 곳이 존재하는 속사정까지는 몰랐다.
어르신의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친다.
지난 며칠간이지만 싸움기술을 익히고, 짧으나마 기초적인 외국어까지 습득시키려는 애국회의 
안배가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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