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60

바라쿠다 2018. 12. 23. 06:12
"다 끝났나 보다.."
"이제 오냐, 남자가.."
"오빠 왔네.."
"와우~ 조타.."
새로이 방배동으로 이사를 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어머니와 합치는 날이다.
굳이 복층 빌라를 얻어 한집이지만 따로이 공간을 쓰겠다는 어머니의 고집에 따랐다.
미경이의 주장으로 어머니가 아래층에서 로리자매와 기거를 하고, 우리 셋은 윗층에서 
지내기로 했다.
로리자매를 오피스텔에 그냥 두기도 뭣해 집으로 불러 들였다.
물론 그녀들과 지내는게 재밌겠다는 어머니의 전폭적인 응답을 확인하고서다.
미경이 역시 나쁜 일을 겪은 로리자매와의 동거를 반겨 환영했다.
"박서방은.."
"이따 올거야.."
여동생 동희까지 이사를 거든다고 온 폭이지만, 실상은 올케와 시누이를 만나게끔 
하려는 어머니의 전략일게다.
또한 IT계통의 회사 창립을 전문으로 하는 동희의 남편 박서방의 의견에 따라 프라임이
주식상장을 앞두고 있다.
선배 남상필과 함께 공동 주주가 될 예정이고, 소아과 과장인 사촌형과 영등포의 하마도 
끌어 들였다.
친동생이나 다름없이 마음 써 주는 형님에게 보답이라 여겼고, 하마 역시 미경이 전남편 
희서형님의 뒷바라지를 마치 제 일마냥 묵묵히 받아 들임이 고마웠다.
"김대표 오셨는가.."
"어머니도 참.."
아랫층의 이사짐을 정리하시던 어머니가 올라 오셨다.
멀쩡한 백수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던 아들이 번듯하게 회사의 대표가 되게 생겼으니 
신바람이 나신 모양이다.
"안뇽하시져.."
"이 아가씨들이구만, 이쁘게들 생겼네.."
"식성들이 엄청 좋아요, 어머니 바쁘시겠어요.호호.."
"맛있게 먹어 주면 고맙지.."
"저희도 신세질거예요, 아래층 주방식탁 큰걸로 주문했구요.."
"나야 북적이면 좋지.."
아들 딸이 있으되 허전하게 사시던 양반이다.
집안 식구가 늘어남에 마냥 흐뭇하신 모양이다.
"로리하고 엘리야 방 가르쳐 주세요."
"그러자, 근데 누가 언니냐.."
"ㅋ~ 코밑에 점 있는 언니가 로리에요 할머니.."
"나 언니다 하마니.."
가족 구성원이 많아 져 즐거운건 어머니 뿐만이 아니다.
무위도식하며 신세 한탄만 하던 나 역시 이런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거친 세파를 힘겨워하던 미경이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는 이유가 이해된다.

"우리 건배하자.."
"어머~ 웬일이래, 술잔이 세개네.."
"유정이 좋겠다,후후..
북적이던 식구들이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고 동희 역시 박서방을 따라 제 집으로 갔다.
자축하는 기념으로 미경이가 식탁에 간단하게나마 술상을 차렸다.
"오늘만이야.. 아래층에 할머니 계셔, 조금만 마셔.."
"또 그런다, 어린애 다루듯.."
"어린애 맞거든.. 계집애가 엉덩이에 뿔나면 안돼 이 년아.."
"피~ 맨날 마시는 누구는.."
"칵~ 이 년이.."
"당신이야말로 조심해, 아래층에서 듣겠어.."
"어머~"
"ㅋ~ 엄마도 당해봐야 돼."
가족이 생김에 이렇듯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사는게 장난이 아닐진대 마음먹기 따라 흥겨운 삶이 될수도 있는듯 싶다.
잘 산다는 척도가 물질이 있고 없음에 좌지우지된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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