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5

바라쿠다 2018. 12. 19. 20:47
"비켜주면 고맙겠는데.."
"어쭈~ 세게 나오네.."
"그러게.. 여자있다고 폼 잡는거지.."
길을 막고 시비를 거는 놈들 숫자는 셋이다.
취객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렇지만도 아니지 싶다.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드잡이 질 하는 냄새가 난다.
원한을 살 짓도 안했기에, 혹여 지수를 해코지하려고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내려야겠어.."
"..누구야.."
업혀있는 지수를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는 인수다.
세놈이 앞으로 다가 서는데 보폭이 일정하고, 간격 역시 빈틈이 없다.
맨정신이면 세놈쯤은 어찌 해보겠지만, 얼큰한지라 몸이 따라줄지 의문이다.
"위험해 보이면 도망가.."
".........."
"건방진~"
"이 새끼.."
좌우측에 있던 두 놈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어 온다.
주먹을 피해 허리를 굽히면서, 날아오는 발길질은 간신히 두손으로 막았으나 설핏 통증이 따른다.
"..제법이네.. 동시에 가자.."
중앙에서 지켜보던 녀석이 자세를 잡자, 나머지 두 놈이 간격을 벌려 에워싸는 형국이 된다.
지금 상황이면 피해를 입는건 뻔하다는 계산이 스치면서, 그냥 당할수만 없다는 오기마저 생긴다.
"땅~"
"쉐이~"
앞에서 오는 주먹을 아슬아슬 스치듯 비끼며 오른발을 옆으로 내질렀다.
"퍽~
"아욱~
"헉~"
발끝에 후련한 느낌이 전해졌지만 왼쪽 턱이 얼얼하다.
"쓰벌~"
"잡아~"
헛손질했던 앞의 놈이 중심을 잃은걸 보고는 뒤에서 목을 조르자, 한녀석이 살기등등하게 달겨든다.
"빡~"
"어쿠~"
"꽝~"
고개를 숙였다 젖히면서 뒤쪽 놈에게 타격을 가하긴 했으나, 덤비는 놈에게는 제대로 턱을 상납한 꼴이 됐다.
"죽여~"
"우당탕~
넷이 복잡하게 엉키게 되면서 막싸움으로 양상이 바뀌는 덕에 얻어 터지면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리게 된다.
"삐익~"
근처에서 호르라기 소리가 나면서 엉켜붙던 세놈이 줄행랑을 친다.
"괜차너?"
지수의 목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싸움이 끝난걸 실감하는 인수다.

"아퍼.. 살살해.."
"엄살은, 붕붕날더니.."
"내가 매미야?  날긴, 실컷 얻어 터졌구만.."
"떠드는거 보니까 멀쩡하네.."
거울을 보니 퉁퉁부어 봐 주기가 민망하다.
때린게 하나면 맞은건 세번이다.
"웬 여자가 적군을 키우냐.."
"내가? 나 그런거 없어.."
"아까 그 놈들은 뭐야.. 지수 짝사랑하는 애들이던데.."
"생사람잡네, 나 깨끗하거덩.."
"흠~ 짐작이 가네.."
"..누군데.."
"내일이면 밝혀지겠지.."
지수도 모르는 일이라면 짐작이 된다.
이유도 없이 시비를 당한거나, 제대로 배운 싸움꾼들과 싸우게 된 배경에는 모종의 흑막이 있을게다.
며칠새 겪은 일에 경황이 없어 조목조목 짚어보지 못했지만, 오늘밤 사건으로 인해 감이 잡힌다.
어른이라는 사람과 만난 뒤 신상에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여지껏 살아 온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만큼 대단한 일이지 싶다.
"그나저나 잘생긴 얼굴 못쓰게 돼 어쩌누.."
"잘생긴 놈 다 죽었나보다.."
"ㅋ~ 입은 살아짜너.."
"입이라도 살아야지,하하..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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