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4

바라쿠다 2018. 12. 19. 06:43
"뭐 먹을까.."
"지수가 알아서 시켜."
아파트 앞 먹자골목 중간쯤에 있는 포차다.
연말이 가까워서인지 늦은 시간이건만 손님들로 북적인다.
"시원한 국물 먹어야지.."
"..좋겠네.."
최집사와 초저녁에 마신 술은 이미  소화가 됐다.
일식집처럼 손님들이 앉게끔 좌석 배치가 길게 벽을 따라 돼 있다.
말이 칸막이지 목재로 그 경계를 줘 벌어 진 틈 사이로 옆좌석의 동선이 죄다 
보인다.
"한잔해요."
"건배.."
안주가 나오기 전 먼저 나온 소주를 따라 잔을 부딪친다.
시원스럽게 들이키는 지수의 목울대가 꿈틀거린다.
대다수의 손님이 젊은 층이지만 그중에서도 유지수의 미모는 한층 돋보인다. 
"사람많네.."
"원래 이래요, 그나마 새벽에는 자리가 없는데 뭐.."
"그때도 손님이 있나?"
"ㅋ~ 우리처럼 장사하는 애들.."
"돈되겠다, 이 집 주인.."
"나도 이런거나 해야지.."
"음식은 꽝이라며.."
"피~ 내가 하나, 이모쓰면 되지.."
하기사 술파는 직업도 나이 들어서까지 버틸 직업은 아닐것이다.
어찌 이 계통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만 두는 시점까지 염두에 둔 모양이다.
"하나 더?"
"ㅋ~ 술 쎄다, 어제랑 틀리네.. 콜~"
빈병이 두개니 각자 한병씩 마신 셈이다.
평소에도 웃는 타입인데, 술기운 때문인지 더 명랑해 보인다.
"한대 피우고 올께."
"같이 가요."
요즘엔 담배피는 사람을 미개인보듯 한다.
좋지 않을줄 알면서도 끊치 못함은 모질지 못해서일게다.
"어머~ 눈온다.."
"그러네.."
"너무 이쁘다.."
".........."
내리는 눈을 맞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하는 지수의 눈빛이 그윽하다.
그녀가 내뱉는 담배연기가 내리는 눈에 맞서 춤추듯 유영한다. 
굵은 눈이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다.
길 중앙이야 아직 질척거리지만, 가장자리는 하얗게 쌓여가는 중이다.
"뭐하는 곳이에요, 작은어른 회사.."
"걍 이름불러, 나이도 비슷한데.. 나도 잘 몰라, 별 볼일없는 놈 어디에 쓰려는지.."
"ㅋ~ 인수야.."
"봐, 훨씬 좋구만.."
"으~ 춥다.."
"들어가자구.."
새벽이 가까운지라 기온이 떨어지지 싶다.
달랑 츄리닝바지에 쉐타만 걸친 지수가 추울 법도 하다.
자리로 돌아 온 지수가 털이 수북한 무스탕까지 걸친다.
"발 시려.."
"..여기에 발 올려.."
가까운 마트에 갈때 신을법한 샌들을 신고 있다.
목재로 짜여 진 좌석이라 운신하기는 편하다.
올려 진 발을 만져보니 얼음장처럼 차디차다.
두손으로 안마하듯 쓰다듬고 허벅지 사이에 묻는다.
"ㅋ~ 따스하다.."
"양말이라도 신던가.."
"진수씨 따뜻한 사람이야.."
"립써비스는.."
"발 품어줘서가 아냐, 어제 기억 안나?"
".........."
"ㅋ~ 앞으로 소주만 마셔.."
웃음을 참지 못하는걸 보니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후후.. 싸구려 입이라 그래.."
"..취하나 봐, 그만 가요..
먼저 일어 선 지수가 카운터에서 계산까지 한다.
"잽싸긴.."
"담엔 인수씨가,호호.."
"처음부터 신세를,후후.."
"갚으면 되지..
"갚아?"
"ㅋ~업어 주라.."
"..그래 그럼.."
지수에게 등을 내밀자 주저없이 업힌다.
목에 팔을 두른 지수의 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키가 큰 탓인지 그녀의 엉덩이가 제법 묵직하다.
"무거우면 내려 줘, 길도 미끄러운데.."
"무겁지만 업고 갈래, 촉감이 좋걸랑,후후.."
"이런 순 날강도.."
" 강도면 어때, 물컹거리는데.."
오랜만에 여체를 느껴서일까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더구나 내노라하는 강남 10%의 얼굴마담이다.
서로간 사는 세계가 틀려 평소같으면 만날 건덕지도 없다.
웬만한 탈렌트는 꼬리를 내릴만한 매력적인 여자다.
"그림좋다~"
".........."
골목 모퉁이에서 웬 놈들이 길을 막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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