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2

바라쿠다 2018. 12. 17. 11:47
"일어나요 그만.."
"우~"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통에 잠에서 깬 인수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 아니라 낯선 방 침대 위다.
스텐드 옷걸이에 걸린 청바지와 쉐타를 걸치고 방문을 나선다.
"어머~ 깨셨네, 이리와서 국물드세요.."
주방에서 인기척이 나는데 엊저녁 같이 술마시던 유마담이다.
화장기없는 얼굴이지만 눈에 띄는 미인형이다.
츄리닝에 쉐타만 입었을뿐인데 고운 자태가 배어 있다.
"..신세를 지네.."
"개안아요, 또 오셔도.."
"???"
"같은 식구나 다름없어요."
"식구?"
"자세히는 몰라요, 그쪽에서 운영하는 술집이라는 것 밖에는.."
"..근데 여기 어떻게.."
"ㅋ~ 술 약하네요, 쎄다고 들었는데..  최집사가 모시고 왔어요.."
"시원하네.."
"ㅋ~ 인스턴트.. 음식솜씨 꽝이라.. 이거 최집사가 주라고.."
유마담이 내민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자그만치 5천만원이 찍혀 있다.
".........."
"쓰셔도 돼요, 돈많은 사람에게는 푼돈이니까.."
"허~ 큰돈인데.."
이제껏 수중에 큰 돈은 가져 본 적이 없는 인수다.
남들처럼 배울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살아 왔다.
큰 돈을 갖겠다는 야망도 없었기에 즉흥적으로 순간순간을 지냈다는 표현이 맞지 
싶다.
"..혹 실수는.."
ㅋ~ 오자마자 곯아 떨어지더라.."

"웬 돈이야.."
"쓰세요 그냥.."
늙으신 부모님이 사시는 흑석동 산꼭대기 작은 연립이다.
이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니 지은지 족히 30년은 넘었으리라.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 민아를 내 대신 키우신다.
"돈벌러 다니냐.."
"..네.."
평소 말수가 적은 아버지는 요즘 집에 계신다 했다.
아파트 경비를 하시다 그나마 나이가 많아 재취업이 안된지가 일년이 지났다.
동거를 하던 민아엄마는 미래가 안보인다며 갓 돐이 지난 아이를 두고 가출을 했다.
처음에는 괘씸한 생각에 이를 갈았지만, 그 여자 입장에서 이해를 하기로 했다.
"몸 건사하면서 해, 다치면 너만 손해야.."
"..그럴께요.."
"민아 올시간 됐다, 같이 밥먹고 가.."
"..그럴께요.."
어쩌다 뵙는 부모님이지만 할 말이 없다.
넉넉하지 못해 해준게 없다며 미안해 하셨지만, 부모님은 누구보다 정직하게 사셨다.
적은 수입이지만 쪼개고 쪼개 알뜰하게 사시는걸 어릴때부터 봐 왔다.
욕심부리지 않고 사는것도 어찌보면 쉬운 일은 아닐게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어렵게 살면서도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
리스로 차를 뽑아 할부금갚느라 허덕이면서도 허영에 가득 차 있는걸 본다.
그와 비교하면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이겨내고자 했던 부모님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저녁하시죠~
최집사가 메시지를 보냈기에 신사동 먹자 골목에서 조우를 했다.
가뜩이나 궁금한게 많았던 터라 그와의 만남이 반갑다.
"속 괜찮아요?"
"양주는 오랜만이라.."
"도가니부터 드세요.."
"..웬 돈을.."
"어르신이 주신거죠, 퇴직금이라 생각하세요."
"..시작도 안했는데.."
"언제 어느때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그 사례금이다 생각하셔도 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하는게 숙명이라 했다.
뜬구름 잡는 얘기기에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마음의 준비라도 할 터이다.
"..최집사 나이가.."
"꽉 찬 40이죠, 작은어른보다 세살 많아요."
"..그럼 편하게 지내도.."
"그건 안됩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어른과 호형호제는 금물이라.."
웃음끼는 머금고 있으되 빈틈은 없어 보인다.
전형적인 싸움꾼 냄새가 난다.
주먹질 꽤나 하고 살았지만 만약에 맞붙는다면 이길 자신이 없을만한 기도까지 
풍긴다.
"..유마담이 식구라 하던데.."
"정식 식구는 아녜요, 술집과 계약한 마담일뿐.. 어제 놀랬어요, 처신이 깨끗하다고 
들었는데 선뜻 어른을 자기집에서 재우겠다고.."
"우리식구라 함은.."
"많아요, 어르신이 말씀하겠지만.. 주로 검찰과 경찰, 신문사나 방송국.."
".........."
"앞으로 바쁠거에요, 전문적인 싸움도 배우고 실탄사격까지.."
"싸움? 사격?"
"후후.. 그러니까 그때까지 휴가다.. 뭐 그렇게 생각하세요.."
"..부탁이 있는데.."
"말씀하세요, 군대보다 엄격한게 우리 조직입니다."
"..이미숙이라고.."
"애엄마 말씀이구나.."
".........."
"작은어른 신상명세는 다 알죠, 직속상관이니까..  노래방에서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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