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건달

마지막 건달 7

바라쿠다 2018. 12. 22. 06:30
"훈장 멋있네요,후후.."
"놀리지 말아요, 아직도 욱신거리는데.."
"그래도 영 맹탕은 아니시네, 술드시고 셋을 상대했으니.."
"이젠 힘드네요, 몇년전이면 어찌 해 봤을텐데.."
최집사에게서 호출이 있었기에 한강커피숍에서 만나는 중이다.
여름이면 나무마다 녹색잎들이 우거졌으련만, 겨울준비로 칭칭 살색 붕대를 감고 있다.
사는게 맘대로 풀리지 않을때 가끔 찾던 그 고수부지다.
"이거 받으세요.."
"..이건.."
"주민등록증.. 작은어른 새로운 신분입니다."
"..이렇게까지.."
사진이야 내 얼굴이지만 생소한 이름이다.
상상도 못한 세탁이 필요로 할만큼 사안의 중대함이 와 닿는다.
"큰 어르신 뜻입니다, 할일이 많아요.. 작은어른 명의로 사업체도 만들어야 하고 K2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외국여행을 대비해 학원수강도 신청해 놨구요.."
"..숨 쉴 시간은 있겠지."
"빡빡해요, 바쁘게 사셔야 될겝니다."
우선은 시키는대로 따라야지 싶다.
아무래도 70년 역사의 조직을 끌어 온 노하우가 간단하지만은 않으리라 본다.
이상한건 이들을 만나고부터 피가 용솟음 치는 느낌을 받는다.

"ㅋ~멋있다 반창고.."
"꼬소하다 이거지.."
"미안~ 웃으면 안되는데.."
"지수.. 장사하고 싶다고 했지.."
"..꿈이야, 어느 세월에 되겠어.."
"해 봐, 술장사 빼놓고.."
내치지 않으니 당분간은 지수의 신세를 지는것도 방법이지 싶다.
혼자 몸이라 거처를 정하는것도 쉬 결정내리기 뭣하다.
딱히 지수에게 바라는 바도 없지만 웬지 허전한 처지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조직의 안배겠지만 지수를 통해 사업체 등록을 할 생각이다.
"가게 차려주게?  경험도 없는데.."
"아무거나 해 봐, 생활비는 나올거야.."
"이 참에 졸업할까나.."
"천천히 생각해, 뭐가 좋을지.."
최집사 말로는 바뀐 이름으로 운신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겉으로야 인권 운운하지만, 개개인의 신상이 까발려 진지는 꽤 오래전이란다.
세계적으로 모든 정보가 호환이 돼, 클릭 한번으로 먼 과거의 경력까지 밝혀 진단다.
해외여행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역시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란다.
"집에만 있을거야? 싸움날까 봐 안되나?"
"이제 그럴일 없어, 나가자구.."
그 밤의 소동이 나와 연관됐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조폭의 조직원처럼 보는게 아닐까 싶어 씁슬하다.

"캬~ 역시 술은 소주야.."
"이하동문~"
사건을 겪은 그날 앉았던 그 자리다.
부모가 준 미모겠지만 밝은 얼굴이 술에 젖으면 더 쾌활해 진다.
술장사하는 여자답지 않게 밝기도 하지만 맑은 기운까지 지니고 있다.
"외국.. 나가봤어?"
"비행기 타 본적도 없는데.."
"놀러갈까.."
"어머~ 어디로.."
"골라 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우리나라와 이해관계가 얽혀 6자회담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국가들이다.
어르신 얘기로는 그네들의 동향을 무시할수 없다고 했다.
"흠~ 눈이 많은 나라.."
"후후.. 일본아니면 러시아네.. 흠~ 러시아가 좋겠다."
해외여행이라곤 신혼여행으로 사이판에 다녀 온 것이 유일무이하다.
누구나 가는 관광지인지라 해외라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
"정말?"
"신용없는 놈으로 보였나보다."
"그건 아닌데 이상하긴 해.."
"이상해?"
"싫은건 아니지 싶은데.. 그냥 놔 두고.. 남자경험 많은 여자 별로.."
뛰어난 미모이긴 해도 무턱대고 욕구를 푸는 체질은 아니다.
최소한 여러번 만나 생각의 교류나마 있어야 마음 역시 움직인다.
며칠 그녀의 집에서 묵으며 욕심이 나긴 했지만, 들이대는건 경우가 아니지 싶어 
참아냈을 뿐이다.
"에이~ 아냐.."
"대부분 덤비던데.."
지수의 상식으로는 별난 놈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남자라면 껄떡거리는게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시 여기는 나라는 놈이 문제일 것이다.
"후후..나도 그러고 싶어, 딱지 맞을까 봐 참는거지.."
"에이~ 남자가 복잡스럽게.. 걍 덤벼, 받아 줄께..
"땡 잡았네, 덤벼야지.."
"ㅋ~이제야 숫놈같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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