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80

바라쿠다 2018. 12. 15. 08:03
~까톡~
오랜만에 꿀처럼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데 톡이 온다.
~바쁘세요~
~웬일~
~엄마 경찰서에..~
~어느 경찰서~
인생은 노력하기 나름이라지만 의지와는 상관없는 불가항력이 있다.
희정이의 순탄치못한 사주가 그러하고, 더불어 그녀와 인연이 얽힌 나도 소나기를 
맞아야 할때가 온다.
꼴난 자존심때문에 희정이는 입을 다물었을게고 아들로 태어났기에 동훈이가 대신
연락을 취한 것이다.
부랴부랴 입성을 갈무리하고 현관을 나서는 국진이다.
"늦게 나가시네.."
"어울립니다,후후.."
도우미 생활을 하는 이길순과 동거하는 조태식이다.
딴에는 여자를 위한답시고 남사스러울 빨래거리를  널고 있다.
"놀리지 마슈.."
"좋은 일 있으시구나.."
"..역시 거사님이라.."
"앞으론 평탄할겝니다."
"돈이 생기긴 했는데 어찌해야 할지.."
"나중에 얘기해요, 나가야 해서.."
조태식의 사주 역시 단순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얼마전부터 표정에서 그늘이 
사라졌다.
누구나 살다보면 여러번 굴곡진 경험을 하게 되고, 나약한 인간이 그에 따라
힘든 시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동훈이가.. 자식한테 떳떳해야지.."
"왔어요?"
"어딘들 마다하겠수.."
동작경찰서 복도 벤치에 희정이와 인아가 죽을 빠뜨린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사 인간의 심리라는게 어려운 일에 부대껴야만 소소한 일상도 행복이란걸 
깨닫게 된다.
"며칠째 장사도 못했어요.."
"진작 얘기하던가.."
"희정이가 국진씨 걱정한다고.."
"떳떳하지 못했겠지.."
".........."
연유는 알수 없어도 연락을 취하지 못한 까닭이 있을게다.
슬며시 넘겨짚자 두여자 모두 벙어리가 된다.
"더 있어야 해?"
"쌍방이래요, 치사한 새끼들.."

경찰서 앞에 그럴듯한 설렁탕 간판이 눈에 띈다.
희정이와 인아를 데리고 그 집으로 이끌었다.
큰일이야 아니지만 솔찬히 마음고생을 겪었을개다.
꼴난 설렁탕이지만 따뜻한 국물로 속이라도 데워주고 싶다.
"그 놈 이름도.."
"이름이 어때서요.."
참다못해 드잡이하다가 최영달의 얼굴과 목에 상처를 냈단다.
가게 집기가 부서지고 며칠 장사도 못한 피해조차 보상받기 틀렸다 한다.
"날로 먹자고 대드네.."
"어머~ 귀신이다.."
"그런 말 쓰면 안돼요, 영험하다고 해야지.."
"ㅋ~ 죄송.."
"에구~ 못났기는.."
"..미안해.."
겨우 죽어가던 희정이 입이 열린다.
모르긴 해도 최영달이란 놈과 모종의 썸씽이라도 있어 전전긍긍 했을게다.
그깟 몸이야 시궁창에 빠졌다한들 깨끗이 목욕재계하면 될 터이다.
요는 머리속에 갖고 있는 사고가 바람에 흔드리지 말아야 한다.
살면서 한두번의 실수는 인간이기에 저지를수 있지만, 이내 마음을 다스리면 
그전보다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앞으론 실수하지마, 곧 할머니 될텐데.."
".........."
동훈이 여자친구가 몇달뒤에 애를 낳는다.
지금이야 각자 집에서 지내지만 곧 분가도 시켜야 한다.
"나 역시 에피소드 많은 사람이야, 잊어버려.."
"..그럴께.. 고마워.."
"가게 깨끗이 치워, 다른 사람보낼께."
"..문닫게?"
"그 가게 당신하고 인연이 다 했어.."
"집에서 손가락빨어?"
"아직 놀팔자 못돼, 다른곳에서 시작해."
".........."
가게는 아랫집  조태식 내외에게 넘기려 한다.
이길순 역시 삶의 애착이 강해 무난하게 장사할 터이다,
박귀순에게서 받은 건물 귀퉁이에 음식점을 차려 희정이에게 맡길 생각이다.
모름지기 여자는 바쁘게 해 한눈 팔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저기.. 용호씨 사업 잘돼요?"
"그건 왜.."
"우리 지연이 다시 그리로 출근시키고 싶은데.."
"놀기 지겨운가 보네.."
모름지기 남녀사이에서 얽히면 안되는 커플이 있다.
인아 딸 지연이와 용호선배가 그러하다.
나이로야 아버지와 딸자식이지만 이 둘의 관계는 여주인과 종놈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맺어 진 사주가 그렇게 작용하는 것이다.
지연이가 용호선배를 종부리듯 해도 그걸 감수해야만 하는 역학관계가 성립된다.
그게 눈에 보이기에 박윤철이를 시켜 둘을 떼어 낸 셈이다.
"애가 영 이상해,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내가 알아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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