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50

바라쿠다 2018. 12. 11. 09:19
"어머~ 그래쪄? 애정결핍이야? 일루 와 누나가 호~ 해줄께.."
"어, 왜 이래.."
"가만있어 짜샤~ 누나가 이뻐해 줄께.."
점점 진수가 남같지 않게 느껴지면서, 체격만 성인일뿐 그가 가지고 있을 여린 구석마저
보이는듯 하다.
하루종일 붙어 있음에도 벌가벗는걸 조르는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옆에 있는 진수의 머리를 끌어 가슴께에 묻고는 보채는 아이 달래듯 어루만진다.
"에고~ 귀여버.."
"우~ 숨막혀.."
빠져 나가려고 귀엽게 바둥대는 앙탈에 못내 놔 주는 선미다.
"ㅋ~누나없으면 못산다며~"
"씨~"
"부탁하나 하자."
"또 뭐.."
"옷 좀 걸치고 살자, 이게 무슨 꼴이냐.."
"안돼, 거추장스러워.."
"누나 이쁘다며.."
"에이~ 하나만 입어, 속옷빼구.."
"ㅋ~쌩큐~"
"대신 벗으라면 잽싸게 벗기.."
"콜~"
불과 1년도 안돼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갑작스런 남편과의 결별로 아들들과도 떨어져 살게 되고, 어린 진수와 같이 지내게 됐다.
마냥 철부지같은 진수가 요즘 새로이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둘이 합치게 된다면 인희말대로 예전의 연애상대가 아닌 지아비로 여겨야 되는데
그런 확신이 쉽지만은 않다.
차츰 배는 불러올테고, 어엿한 기혼남인 진수의 이혼은 아직도 답보상태다.
남자라는 믿음이 생겨야 하는데, 하는 짓을 보면  물가에 내 놓은 철부지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꿀리면 안된다~"
"걱정마셔.."
며칠뒤면 인희와 숙자의 남자들까지 상면하게 된다.
번듯할 친구들의 남자와 달리, 그들 눈에 비칠 진수의 됨됨이가 무시당할까 싶어 조바심마저 
생긴다.
이런 나와는 달리 무슨 배짱인지 진수는 털끝만한 동요조차 없다.

"꼭 해야 돼?"
"할거야.."
"돈되는 일도 아니자너.."
"돈이 행복준다디?"
춘천 땅에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짓겠단다.
보통의 남자들이야 딸린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던지, 자신의 성취욕구를 위해서든지 간에 
부의 축척에 뜻을 두고 사는 경우가 많다.
"건축비없다며?"
"어떻게 되겠지.."
"홍대건물은 팔지 마."
"왜?
"..그냥.."
"후후.. 돈 좀 그만 밝혀라."
"그건 또 뭔소리래?"
"아저씨한테 물어봤다며? 요즘 시세 어떠냐구.."
"..그 새 일러바쳤냐.."
"좀 변해라.. 돈은 인생이 아냐.. 돈이 인생이면 인생도 돈이 되는건데, 그 인생 덧없이 살면 
세상에 태어난 의미도 덧없어 지는거야.."
"또 개똥철학.."
초등시절부터 고등학교때까지 1등은 놓쳐본 적이 없단다.
당연히 서울법대에 수석으로 합격했고, 집안의 바램대로 판사가 되리라 생각했단다.
대학 3학년때 사시 1차에 합격했고, 머리를 식힐겸 인도에 여행을 갔다가 진로를 바꿨단다.
집안에서 반대했지만 깨달은 바대로 철학과로 전과를 해서는 지금까지 지내 왔단다.
"돈이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 법일세, 당신한테는 족쇄야.."
"그만해, 재미없어.. 선미 애인에게나 잘해 줘."
개똥철학이 맘에 와 닿진 않지만 대봉이의 느림의 미학이 은연중 부러울때도 있다.  
그런걸 보면 밋밋한 대봉이와 차츰 가까워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 싶다.
"그 친구 괜찮은 남자야.."
"자기가 무슨 도사라고 보지도 못한 사람을.."
"꼭 만나봐야 아나? 당신한테 들어짜너, 일편단심 친구한테 구애하능 모습이 보기 좋다구.."
"그런데.."
"당신 남자보는 눈이 아직 멀었어.."
"웬 궤변?"
"사탕발림은 오래 못가, 섹스를 한 뒤 식는 경우가 대다수고.. 그 친구 선미씨 처음 만났을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며? 그런 사람은 믿어도 돼.."
".........."
여자나이 42이면 세상의 이치를 어느 정도는 깨우칠 나이다.
대봉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새록새록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웃고 떠드는 즉흥적인 재미는 없다손 치더라도, 그런걸 커버하는 그의 정신세계에 빠져드는 
인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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