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51

바라쿠다 2018. 12. 12. 10:15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지지배 이뻐졌네.."
"ㅋ~ 원래 이뻐 이 년아.."
(영계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호호..)
(진수씨라고 부르라니까..)
드디어 세쌍이 처음으로 상면하는 날이다.
한달남짓 전부터 공지를 한 터라 다행히 핑계대고 빠진 친구는 없다.
과천초입에 있는 한정식집이다.
본채 가게도 그럴싸하지만, 우리네처럼 소모임갖는 손님들은 별채에 자리할수 있다.
마냥 웃고 떠들어도 되는 이점이 있어 인희가 이 곳으로 예약을 했다.
"첫잔인데 건배하자."
"누가 건배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할께요.."
"자기가 왜.."
명색이 인희 결혼 핑계로 모였기에 그럴듯한 건배사가 나와야 할텐데, 럭비공같이 진수가 
불쑥 나선다.
인성이 착한거야 익히 알지만 가끔 돌출행동을 하기에 불안하기만 한 선미다.
"난 좋을것 같은데.."
"부탁해 진수씨.."
"자, 잔부터 드시고.. 선창하면 크게 외쳐주세요.."
당사자인 대봉씨와 인희가 진수의 편을 드는게지만 조마조마하다.
"싸우지 말자~"
"ㅋ~"
"..진수씨~"
"푸훗~"
"싸우지 말자~"
"하나 더, 웃고 살자~"
"웃고 살자~"
"웃고 살자~"
결국엔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끄는 진수의 어이없는 건배사가 이어졌고, 대봉씨만이 진지하게 
맞받아 따라 한다.
"진지하게 해야지, 뭐야 장난처럼.."
"좋은데요, 현실적이고.후후.."
"괜찮은것 같애,호호.."
"마즈~"
친구들과 대봉씨가 웃으며 넘기지만, 진수의 튀는 언행으로 인해 그의 됨됨이가 절하된것만 
같아 속상하다.
친구들의 남자처럼 의젓함이야 흉내내지 못하겠지만, 무사히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랄뿐이다.
"진수씨 똑바로 앉아.."
".........."
"놔 둬요 선미씨.. 아우님이 왜 그러는지 난 이해가는데.."
"..그래도.."
"놔 둬 선미야.."
얼추 술이 몇순배 돌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이른바 됨됨이를 탐색해 
자신과의 성향은 맞는지 저울질하게 된다.
해서 더 조심스러운 언행으로 점수를 따야 하건만, 뒤쪽으로 물러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미와 대봉씨는 개의치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선미씨 걱정은 알겠는데 예전의 나랑 비슷해요.."
".........."
"한발뒤로 물러서면 상대방이 더 잘 보이는 법이죠, 아우님도 그럴겁니다,후후.."
"..하지만.."
"인희누나 이뻐진 이유를 알겠네.."
"그건 또 뭔소리래.."
"누나친군데 안보여?"
"뭐가.."
"남의 말꼬리잡는 못된 짓도 안하고, 웃는것도 얌전하자너.. 예전엔 안하무인 깔깔거렸는데.."
그리고보니 평상시 인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워낙 오래된 친구인지라 모르고 지나쳤는데 진수는 작은 변화를 감지했지 싶다.
"이쁘게 봐 줘 고마워 진수씨,호호.. 유성씨 어디 아파요, 술을 못드시네.."
예전 한두번 봤을적엔 제법 마셨지 싶은데, 오늘은 술잔을 입술에 축이는 수준이다.
나뿐만 아니라 인희 역시 그걸 유심히 살폈지 싶다.
"..술 좀 줄일까 해서,후후.."
"많이 마시는게 뭐가 좋아, 적당히 해야지.."
"숙자누나가 꼴찌네.."
"왜? 인희가 꼴찌라며.."
"내가 꼴찌였어?"
"내가?"
"재밌네, 아우님이 여자들 심사위원이구나,후후.. 평가기준이 궁금하다,후후.."
어느새 나이어린 진수가 대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걱정과는 달리 대봉씨를 위시해 모인 친구들 역시 진수를 배려하지 싶어 저으기 마음이 놓인다.
"저 형님이 술먹고 주사부릴 사람으로 보여?  난 아닌데.. 분명 숙자누나가 바가지 긁었을거야, 
안봐도 뻔해.. 형님이야 숙자누나 말 어길수 없으니까 그 좋아하는 술 즐기지도 못하는 처지고, 
반대로 숙자누나는 자기 생각만 하는거자너.. 그러니까 꼴지야.."
"우와~ 명답이다,짝짝짝.."
"부라보~"
"에구~ 남자들 신났네,호호.."
"마셔, 오늘만 봐 줄께.. 졸지에 나쁜마누라 됐네,호호.."
"흐흐.. 우리마누라 최고~"
다행이다, 다소 엉뚱하고 자기 고집이 세긴 하지만 일단 진수의 순수함을 알게 되면 좋은쪽으로 
가산점이 매겨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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