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세요 어머니.."
"됐다니까 그러네.."
구반포에 있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다.
어머니 단골집인듯 주인도 반갑게 맞이하고, 작은 룸에 연신 들락이며 써빙하는 아가씨도
곰살맞게 군다.
동훈씨와 달리 술이 약하시다며 맥주 한잔으로 가볍게 목을 축일뿐이다.
"그러구 싶어요, 유정이도 할머니가 좋대요."
"네, 할머니.."
"..글쎄다, 생각 좀 해야겠다."
"저 외롭게 컸어요, 유정이도 혼자라 버릇없구요."
"버릇없긴 이렇게 밝은데.."
"아녜요, 어머니한테 배우며 살고파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멋대로 살아 오긴 유정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심스럽긴 해도 어른이 옆에 계시면 나름 깨우칠게 많다는 생각에서다.
더군다나 아랫사람이라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분이다.
그런 분 그늘아래서 제대로 된 가정주부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을 내 본다.
"동훈이랑 여동생 의견도 물어 보자."
"대표님 말이 사실일까.."
"..글쎄.."
"연희 네가 물어 봐."
동생 순호와 친구 수진이 셋이서 장승배기 호프집에 모였다.
당연히 관심사는 김이사의 결혼이다.
매일 티타임이 열리는데, 오늘의 주관자는 김이사가 아닌 남대표였다.
김이사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남대표의 얘기에 사무실 직원 모두 술렁였다.
측근이나 다름없는 나로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됨됨이가 세련된 김이사에게 은연중 마음을 두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넌 신경꺼."
"걱정돼서 그러지, 이사님 좋아하자너.."
"내가 언제.."
"숨길걸 숨겨라, 내가 널 모르니?"
"아니라니까, 이 지지배가 자꾸.."
"수진누나 그만 둬, 연희누나 잘 알면서.."
완전한 내 남자가 되기 전, 설사 내 남자가 되더라도 항시 물샐틈없는 단속은 해야 한다.
수진이 년이야말로 남자만 보면 물불을 안 가린다.
어려서부터 친구기에 대책없는 밝힘증은 익히 알고 있다.
"걱정돼서 그러지, 난 나이많은 남자 별로야."
"난 연상이 좋더라,후후.."
"우리 순호가 인생을 아네,호호.."
"너희들 수상하다."
"..뭐가.."
".........."
"죽이 척척 맞는 폼이.."
"생사람 잡네, 지지배가.."
".........."
설마했는데 거짓말 못하는 순호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한다.
저희들끼리 사귀던 말던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연희다.
남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의 결혼상대가 누구일까 궁금하다.
"그만 마시고 가자구, 친구랑 약속있어."
"그러니? 나도 술이 별로네."
"얘들이 왜 이래, 난 시작인데.."
"그만 마셔 이 년아, 순호 간다잖어."
"우리 둘이 마시면 되지."
"안 땡긴다니까.."
".........."
아무래도 둘이 썸씽이 있지 싶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수진이 년이 술을 마다하고, 늦은 저녁시간에 약속 운운하는
순호 녀석도 의심스럽다.
유정이와 셋이 저녁 식사중이다.
오래전부터 모여 산 것처럼 지금의 조합이 편안스럽다.
"뭐라셔?"
"돈만 잔뜩 쓰셨어."
미경이 모녀를 호출하시더니 패물부터 안긴 모양이다.
노인네가 신바람이 나 만면 가득 미소짓고 계실게다.
"신경쓰지 마, 좋아서 그러시는거야."
"나 요리학원 다닐까 봐."
"개안어, 먹어줄만 해."
"어머니한테 잘하고 싶어."
"어머니 요리 잘 하셔."
"어머니한테 어림없겠지, 그치만 배울래."
"힘들텐데.."
"하고 싶어."
유정이 어릴때 챙겨주지 못한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못내 부러운 시절이 있었다.
"고집은.."
"..글쎄 고집일까.. 고집아냐, 제대로 살아볼래."
"심각한거 같애, 술이나 마셔."
"그래 엄마, 한숨돌려."
"유정이 네가 몰라서 그래, 동훈씨도 마찬가지고.."
"그건 또 뭔 소리래.."
애들 키우는 다른 엄마나 마찬가지로 유정이를 제대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엄마의 책무는 하고 싶었다.
"유정이 중2때일거야.."
".........."
".........."
"어린 소견에도 친구들에게 뒤지기 싫었나 봐, 학원에 가고 싶다는거야.. 그걸 못 해줬어, 알겠지만
사는게 빠듯했거든.."
"엄마는.. 난 기억도 없는데.."
"엄마는.. 난 기억도 없는데..'
"기본적인 것도 못해 줬을때 내 맘이 어땠는지 아니?"
"개안타니까.. 그리고 난 공부싫어."
"이 사람이 벌써 술 취했나, 유정이가 미안해 하자너.."
속 깊이 그런 아픔을 간직했으리라곤 생각 못했다.
워낙 밝은 성격이기에 항시 웃는 그녀를 보며, 심지어 처음에는 가볍게 보일 정도였다.
술기운에 평소 감추었던 속내를 내비치는 그녀가 다시 보인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했게, 동훈씨는 알겠어?"
".........."
".........."
"번듯한 가정이였다면 유정이를 제대로 키웠을거야, 다른 집 애들처럼 챙겨줬겠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아, 먹고 살기도 힘든데 거기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게 스스로 한심해서 몰래 많이 울었어."
어느새 미경이의 코 끝이 벌겋게 물들고 목소리가 잠긴다.
제 엄마의 얘기를 듣던 유정이 역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 눈시울이 붉다.
"유정이 친구들처럼 아빠나 할머니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러울때도 많았다.. 그래서 당신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은거야."
"왜 자꾸 그래, 안 부럽다구~"
"저 년이 거짓부렁을.. 수진이 아빠가 젤 부럽다며.."
"아니거덩, 걔 아빠 못생겼거덩~"
"아저씨 아빠삼자구 해짜너~"
"캭~ 그 말을 하면 어떠케~ 반칙이자너~"
두 모녀가 술기운이겠지만 기싸움을 하고 있다.
여자들 소견으로는 비밀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겠지만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 모녀와 같이 지내면서 다행으로 생각하는건 유정이가 날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정이가 괜시리 날 적대시했다면 미경이 역시 달리 생각할수도 있었다.
"아저씨도 다 알아 이 년아, 사람 좋아하는게 쪽팔리는 것도 아닌데.."
"그래 유정아.. 내 딸이 됐으면 좋겠다."
"삼촌.."
"됐다니까 그러네.."
구반포에 있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다.
어머니 단골집인듯 주인도 반갑게 맞이하고, 작은 룸에 연신 들락이며 써빙하는 아가씨도
곰살맞게 군다.
동훈씨와 달리 술이 약하시다며 맥주 한잔으로 가볍게 목을 축일뿐이다.
"그러구 싶어요, 유정이도 할머니가 좋대요."
"네, 할머니.."
"..글쎄다, 생각 좀 해야겠다."
"저 외롭게 컸어요, 유정이도 혼자라 버릇없구요."
"버릇없긴 이렇게 밝은데.."
"아녜요, 어머니한테 배우며 살고파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멋대로 살아 오긴 유정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심스럽긴 해도 어른이 옆에 계시면 나름 깨우칠게 많다는 생각에서다.
더군다나 아랫사람이라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분이다.
그런 분 그늘아래서 제대로 된 가정주부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을 내 본다.
"동훈이랑 여동생 의견도 물어 보자."
"대표님 말이 사실일까.."
"..글쎄.."
"연희 네가 물어 봐."
동생 순호와 친구 수진이 셋이서 장승배기 호프집에 모였다.
당연히 관심사는 김이사의 결혼이다.
매일 티타임이 열리는데, 오늘의 주관자는 김이사가 아닌 남대표였다.
김이사가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남대표의 얘기에 사무실 직원 모두 술렁였다.
측근이나 다름없는 나로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됨됨이가 세련된 김이사에게 은연중 마음을 두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넌 신경꺼."
"걱정돼서 그러지, 이사님 좋아하자너.."
"내가 언제.."
"숨길걸 숨겨라, 내가 널 모르니?"
"아니라니까, 이 지지배가 자꾸.."
"수진누나 그만 둬, 연희누나 잘 알면서.."
완전한 내 남자가 되기 전, 설사 내 남자가 되더라도 항시 물샐틈없는 단속은 해야 한다.
수진이 년이야말로 남자만 보면 물불을 안 가린다.
어려서부터 친구기에 대책없는 밝힘증은 익히 알고 있다.
"걱정돼서 그러지, 난 나이많은 남자 별로야."
"난 연상이 좋더라,후후.."
"우리 순호가 인생을 아네,호호.."
"너희들 수상하다."
"..뭐가.."
".........."
"죽이 척척 맞는 폼이.."
"생사람 잡네, 지지배가.."
".........."
설마했는데 거짓말 못하는 순호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한다.
저희들끼리 사귀던 말던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연희다.
남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의 결혼상대가 누구일까 궁금하다.
"그만 마시고 가자구, 친구랑 약속있어."
"그러니? 나도 술이 별로네."
"얘들이 왜 이래, 난 시작인데.."
"그만 마셔 이 년아, 순호 간다잖어."
"우리 둘이 마시면 되지."
"안 땡긴다니까.."
".........."
아무래도 둘이 썸씽이 있지 싶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수진이 년이 술을 마다하고, 늦은 저녁시간에 약속 운운하는
순호 녀석도 의심스럽다.
유정이와 셋이 저녁 식사중이다.
오래전부터 모여 산 것처럼 지금의 조합이 편안스럽다.
"뭐라셔?"
"돈만 잔뜩 쓰셨어."
미경이 모녀를 호출하시더니 패물부터 안긴 모양이다.
노인네가 신바람이 나 만면 가득 미소짓고 계실게다.
"신경쓰지 마, 좋아서 그러시는거야."
"나 요리학원 다닐까 봐."
"개안어, 먹어줄만 해."
"어머니한테 잘하고 싶어."
"어머니 요리 잘 하셔."
"어머니한테 어림없겠지, 그치만 배울래."
"힘들텐데.."
"하고 싶어."
유정이 어릴때 챙겨주지 못한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못내 부러운 시절이 있었다.
"고집은.."
"..글쎄 고집일까.. 고집아냐, 제대로 살아볼래."
"심각한거 같애, 술이나 마셔."
"그래 엄마, 한숨돌려."
"유정이 네가 몰라서 그래, 동훈씨도 마찬가지고.."
"그건 또 뭔 소리래.."
애들 키우는 다른 엄마나 마찬가지로 유정이를 제대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엄마의 책무는 하고 싶었다.
"유정이 중2때일거야.."
".........."
".........."
"어린 소견에도 친구들에게 뒤지기 싫었나 봐, 학원에 가고 싶다는거야.. 그걸 못 해줬어, 알겠지만
사는게 빠듯했거든.."
"엄마는.. 난 기억도 없는데.."
"엄마는.. 난 기억도 없는데..'
"기본적인 것도 못해 줬을때 내 맘이 어땠는지 아니?"
"개안타니까.. 그리고 난 공부싫어."
"이 사람이 벌써 술 취했나, 유정이가 미안해 하자너.."
속 깊이 그런 아픔을 간직했으리라곤 생각 못했다.
워낙 밝은 성격이기에 항시 웃는 그녀를 보며, 심지어 처음에는 가볍게 보일 정도였다.
술기운에 평소 감추었던 속내를 내비치는 그녀가 다시 보인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했게, 동훈씨는 알겠어?"
".........."
".........."
"번듯한 가정이였다면 유정이를 제대로 키웠을거야, 다른 집 애들처럼 챙겨줬겠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아, 먹고 살기도 힘든데 거기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게 스스로 한심해서 몰래 많이 울었어."
어느새 미경이의 코 끝이 벌겋게 물들고 목소리가 잠긴다.
제 엄마의 얘기를 듣던 유정이 역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 눈시울이 붉다.
"유정이 친구들처럼 아빠나 할머니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러울때도 많았다.. 그래서 당신 어머니와
같이 살고 싶은거야."
"왜 자꾸 그래, 안 부럽다구~"
"저 년이 거짓부렁을.. 수진이 아빠가 젤 부럽다며.."
"아니거덩, 걔 아빠 못생겼거덩~"
"아저씨 아빠삼자구 해짜너~"
"캭~ 그 말을 하면 어떠케~ 반칙이자너~"
두 모녀가 술기운이겠지만 기싸움을 하고 있다.
여자들 소견으로는 비밀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겠지만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 모녀와 같이 지내면서 다행으로 생각하는건 유정이가 날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정이가 괜시리 날 적대시했다면 미경이 역시 달리 생각할수도 있었다.
"아저씨도 다 알아 이 년아, 사람 좋아하는게 쪽팔리는 것도 아닌데.."
"그래 유정아.. 내 딸이 됐으면 좋겠다."
"삼촌.."
'사는게 장난이 아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게 장난이 아냐 52 (0) | 2018.11.29 |
---|---|
사는게 장난이 아냐 51 (0) | 2018.11.27 |
사는게 장난이 아냐 49 (0) | 2018.11.17 |
사는게 장난이 아냐 48 (0) | 2018.11.15 |
사는게 장난이 아냐 47 (0) | 201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