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드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마음이 급하셨던지 그 뒤로도 두번씩이나 조르시길래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한정식식당에서 조우를 하게 됐다.
"유정이도.."
"안녕하세요~"
"엄마닮아서 이쁘구나.."
"고맙습니다,히~"
미리 딸자식이 있노라고 했고, 그간 모녀집에서 신세까지 지고 있다고 여쭈었다.
다행히 딸린 식구가 있는 미경이를 달가워하는 표정이시다.
하기사 이 나이까지 독신으로 지냈으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 다행스런 맘이다.
"미경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니까요."
"아범한테 묻지 않았네."
".........."
"미경이 맞습니다, 어머니.."
괜시리 중뿔나게 나섰다가 모친에게 면박까지 당했다.
"아범이 맘에 들겠지.."
"..네에.."
"속썩일 위인은 아닐세."
".........."
".........."
"한가지 바라는게 있네."
".........."
"결혼식은 해야지."
".........."
"어머니~"
이렇듯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시는 어른이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뒤에서 은연자중하던 분이시다.
자식이 혼기를 놓치고 있었음에도 말없이 기다려 주셨다.
"어찌됐든 인연일세, 젊다고 세상 이치까지 올바르지는 못하지.. 가약은 늦었지만 조상에게 예는 갖춰야지.."
".........."
"어머니~"
"유정이를 호적에 올리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걸세."
".........."
".........."
"아가야~"
"네, 할머니.."
"넌 어때.."
"..전.. 좋아요."
"됐구나 그럼.. 날은 내가 잡지."
".........."
".........."
"음식 식겠다, 먹으면서 얘기하자."
"잘 먹는구나, 이쁘다."
"저 원래 그래요,히~"
유정이야 워낙 붙임성이 있어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편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보신듯 싶어 저으기 안심이다.
"버릇없이 키워 죄송합니다."
오히려 미경이가 선보이는 자리나 다름없어 좌불안석이다.
그나마 감청색 정장을 입었기에 가정주부와 비슷해 보인다.
워낙 육감적으로 생긴 탓에 아무리 조신스럽게 치장을 해도 그 본바탕을 숨기기엔 어려움이 있다.
"피~ 내가 어때서.."
"아닐세, 밝아서 좋아."
"거 봐, 할머니도 좋아하시잖어.. 엄마만 괜히.."
"또~ 기집애가 버릇없이.."
"놔 두게, 그럴때니까.."
평생을 조용하게 살아오신 분이니, 유정이의 밝음이 마음에 드셨을게다.
나까지도 그런 유정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질때가 많으니 어머니도 그러신가 보다.
방송을 타고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 눈에 비쳐지는 것 역시 대동소이하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좋아하는 팬들이 생겼을게다.
"..그래두.."
"어멈은 쓸데없는 걱정을 달고 사네 그려, 무슨 일이든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게는 그 일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될수도 있는 법일세, 너무 조심스럽게 사는 것도 좋은게 아닐세."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음식을 유정이처럼 맛있게 먹는 사람도 드물어, 아이가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 자네도 뿌듯할게고.. 덩달아 아범도
그 음식상을 받을테니 난 마음이 놓인다네."
오래 산 노인들한테선 생각도 못한 지혜가 쏟아 져 나올때가 많다.
지금 역시 본인 자식이 제대로 끼니를 이어 가는지 미경이 모녀를 통해 귀추를 가늠하는 선견을 보이신다.
"..사실 음식솜씨는 별로인지라.."
"호호.. 역시 맘씨도 고운 사람이구먼.."
".........."
"보통이야 약은 척 하느라 자신의 허물을 숨기곤 하지, 자네는 그런 야비함이 없는 사람이야.. 그 반대로 자기 허물을 보인다는건
그만큼 아범의 먹거리를 신경쓴다는 얘기도 되지.. 걱정하지 말게, 알겠지만 입맛 까다로운 위인은 아니니까.."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어머니는 한두가지만 듣고서도 직접 모든걸 겪은 듯 명쾌한 결론까지 내리신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어머니의 혜안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부탁이 하나 있네."
"..부탁이라 하심은.."
"젊은 사람들은 싫어 하겠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 욕심같아선 아들과 며느리 새로 얻은 손녀의 재롱까지
보면서 살고 싶지만, 어쩌겠나 나이 많은 노인네가 욕심부린다고 흉 잡혀선 안되겠지."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모셔야죠."
"아닐세, 아범이 이제야 제 갈길을 찾은것만도 다행스러워."
미경이와 가정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다.
그렇다고 미경이를 심심타파격으로 절하시킨적도 없다.
같이 지내면서 편안스럽고 정감이 가는 옆지기였던건 사실이다.
오늘 이 자리도 어머니가 조르다시피해서 만들어 졌긴 하지만, 미경이 모녀와 지내며 따뜻함을 느꼈기에 예까지
오게 된 것이리라.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어머니 눈에도 그렇게 느끼신 것 같아 저으기 안심스럽다.
"웬 술이야.."
"한잔하고 싶네, 유정이 너도 앉아."
"웬일이래, 까칠 노인네가.."
어머니랑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진 후 사무실로 가 못다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어둠이 깃들어 집에 왔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거실 탁자에 그럴듯하게 주안상이 펼쳐 져 있다.
"또 까분다~ 됐고.. 좋은 날이라 참는거야, 이 년아.. 자~ 건배~"
사자 갈퀴머리가 미경이처럼 어울리는 여자도 흔치 않을게다.
헐렁한 파자마 바지와 올이 떨어 진 내 반팔티만을 입었을 뿐인데 싱싱해 보이기까지 하다.
"노인네가 시집간다니까 좋은가 보네, 킥~"
이제는 아가씨나 진배없는 유정이가 느물거리며 제 엄마를 흐뭇하게 놀린다.
어느 틈에 소주잔을 원샷으로 비우고는 다시금 제 잔에 술을 채운다.
생활고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은 미경이가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게 반가울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 쪽에서 더 한
행운이랄수 있다.
연예 기획사에 몸 담기 전, 나야말로 세상의 부조리를 탓하며 무의도식하는 삶을 살아 왔다.
인연이 되려고 미경이를 만나게 됐고, 다행스럽게 하는 일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더불어 상대를 기분좋게 해 주는 딸까지 공짜로 얻은거나 진배없으니 로또를 맞은 기분이다.
"나.. 어머니랑 같이 살고 싶어, 유정이 너도 그렇게 알고 있어라."
"괜찮어, 어머니도 그러자잖어."
"내가 안괜찮어, 어려서부터 식구 많은 애들이 부러웠어."
"난 찬성~"
"..그렇지만.."
"이번만은 내 뜻대로 할래, 동훈씨는 따라 오기만 해."
"헐~"
"졸려서 먼저 들어갈래.. 조금만 마셔, 새벽에 운동가야지.."
이제 술맛을 배우기 시작한 유정이가 쇼파에서 일어 나 휘적휘적 제 방으로 향한다.
"어~ 웬일이냐.. 서쪽에서 해뜰라.."
"자리 피해주는거잖어.. 자기도 샤워부터 해, 방에서 한잔 더 하게.."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마음이 급하셨던지 그 뒤로도 두번씩이나 조르시길래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한정식식당에서 조우를 하게 됐다.
"유정이도.."
"안녕하세요~"
"엄마닮아서 이쁘구나.."
"고맙습니다,히~"
미리 딸자식이 있노라고 했고, 그간 모녀집에서 신세까지 지고 있다고 여쭈었다.
다행히 딸린 식구가 있는 미경이를 달가워하는 표정이시다.
하기사 이 나이까지 독신으로 지냈으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 다행스런 맘이다.
"미경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니까요."
"아범한테 묻지 않았네."
".........."
"미경이 맞습니다, 어머니.."
괜시리 중뿔나게 나섰다가 모친에게 면박까지 당했다.
"아범이 맘에 들겠지.."
"..네에.."
"속썩일 위인은 아닐세."
".........."
".........."
"한가지 바라는게 있네."
".........."
"결혼식은 해야지."
".........."
"어머니~"
이렇듯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시는 어른이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뒤에서 은연자중하던 분이시다.
자식이 혼기를 놓치고 있었음에도 말없이 기다려 주셨다.
"어찌됐든 인연일세, 젊다고 세상 이치까지 올바르지는 못하지.. 가약은 늦었지만 조상에게 예는 갖춰야지.."
".........."
"어머니~"
"유정이를 호적에 올리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걸세."
".........."
".........."
"아가야~"
"네, 할머니.."
"넌 어때.."
"..전.. 좋아요."
"됐구나 그럼.. 날은 내가 잡지."
".........."
".........."
"음식 식겠다, 먹으면서 얘기하자."
"잘 먹는구나, 이쁘다."
"저 원래 그래요,히~"
유정이야 워낙 붙임성이 있어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편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보신듯 싶어 저으기 안심이다.
"버릇없이 키워 죄송합니다."
오히려 미경이가 선보이는 자리나 다름없어 좌불안석이다.
그나마 감청색 정장을 입었기에 가정주부와 비슷해 보인다.
워낙 육감적으로 생긴 탓에 아무리 조신스럽게 치장을 해도 그 본바탕을 숨기기엔 어려움이 있다.
"피~ 내가 어때서.."
"아닐세, 밝아서 좋아."
"거 봐, 할머니도 좋아하시잖어.. 엄마만 괜히.."
"또~ 기집애가 버릇없이.."
"놔 두게, 그럴때니까.."
평생을 조용하게 살아오신 분이니, 유정이의 밝음이 마음에 드셨을게다.
나까지도 그런 유정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질때가 많으니 어머니도 그러신가 보다.
방송을 타고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 눈에 비쳐지는 것 역시 대동소이하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좋아하는 팬들이 생겼을게다.
"..그래두.."
"어멈은 쓸데없는 걱정을 달고 사네 그려, 무슨 일이든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게는 그 일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될수도 있는 법일세, 너무 조심스럽게 사는 것도 좋은게 아닐세."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음식을 유정이처럼 맛있게 먹는 사람도 드물어, 아이가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 자네도 뿌듯할게고.. 덩달아 아범도
그 음식상을 받을테니 난 마음이 놓인다네."
오래 산 노인들한테선 생각도 못한 지혜가 쏟아 져 나올때가 많다.
지금 역시 본인 자식이 제대로 끼니를 이어 가는지 미경이 모녀를 통해 귀추를 가늠하는 선견을 보이신다.
"..사실 음식솜씨는 별로인지라.."
"호호.. 역시 맘씨도 고운 사람이구먼.."
".........."
"보통이야 약은 척 하느라 자신의 허물을 숨기곤 하지, 자네는 그런 야비함이 없는 사람이야.. 그 반대로 자기 허물을 보인다는건
그만큼 아범의 먹거리를 신경쓴다는 얘기도 되지.. 걱정하지 말게, 알겠지만 입맛 까다로운 위인은 아니니까.."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어머니는 한두가지만 듣고서도 직접 모든걸 겪은 듯 명쾌한 결론까지 내리신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어머니의 혜안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부탁이 하나 있네."
"..부탁이라 하심은.."
"젊은 사람들은 싫어 하겠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 욕심같아선 아들과 며느리 새로 얻은 손녀의 재롱까지
보면서 살고 싶지만, 어쩌겠나 나이 많은 노인네가 욕심부린다고 흉 잡혀선 안되겠지."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모셔야죠."
"아닐세, 아범이 이제야 제 갈길을 찾은것만도 다행스러워."
미경이와 가정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다.
그렇다고 미경이를 심심타파격으로 절하시킨적도 없다.
같이 지내면서 편안스럽고 정감이 가는 옆지기였던건 사실이다.
오늘 이 자리도 어머니가 조르다시피해서 만들어 졌긴 하지만, 미경이 모녀와 지내며 따뜻함을 느꼈기에 예까지
오게 된 것이리라.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어머니 눈에도 그렇게 느끼신 것 같아 저으기 안심스럽다.
"웬 술이야.."
"한잔하고 싶네, 유정이 너도 앉아."
"웬일이래, 까칠 노인네가.."
어머니랑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진 후 사무실로 가 못다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어둠이 깃들어 집에 왔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거실 탁자에 그럴듯하게 주안상이 펼쳐 져 있다.
"또 까분다~ 됐고.. 좋은 날이라 참는거야, 이 년아.. 자~ 건배~"
사자 갈퀴머리가 미경이처럼 어울리는 여자도 흔치 않을게다.
헐렁한 파자마 바지와 올이 떨어 진 내 반팔티만을 입었을 뿐인데 싱싱해 보이기까지 하다.
"노인네가 시집간다니까 좋은가 보네, 킥~"
이제는 아가씨나 진배없는 유정이가 느물거리며 제 엄마를 흐뭇하게 놀린다.
어느 틈에 소주잔을 원샷으로 비우고는 다시금 제 잔에 술을 채운다.
생활고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은 미경이가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게 반가울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 쪽에서 더 한
행운이랄수 있다.
연예 기획사에 몸 담기 전, 나야말로 세상의 부조리를 탓하며 무의도식하는 삶을 살아 왔다.
인연이 되려고 미경이를 만나게 됐고, 다행스럽게 하는 일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더불어 상대를 기분좋게 해 주는 딸까지 공짜로 얻은거나 진배없으니 로또를 맞은 기분이다.
"나.. 어머니랑 같이 살고 싶어, 유정이 너도 그렇게 알고 있어라."
"괜찮어, 어머니도 그러자잖어."
"내가 안괜찮어, 어려서부터 식구 많은 애들이 부러웠어."
"난 찬성~"
"..그렇지만.."
"이번만은 내 뜻대로 할래, 동훈씨는 따라 오기만 해."
"헐~"
"졸려서 먼저 들어갈래.. 조금만 마셔, 새벽에 운동가야지.."
이제 술맛을 배우기 시작한 유정이가 쇼파에서 일어 나 휘적휘적 제 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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