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51

바라쿠다 2018. 11. 27. 22:20
사무실 업무가 바빠지면서 매일매일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직원들 사기진작 차원에서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
12월초지만 소속사 연예인들이 쨤을 낼수 있는 날을 꼽았다.
모임은 영등포의 고기집에서 시간을 보냈지만,메인 파티는 여의도 호텔의 지하 연회장이다.
큰 연회실에 자리할수 있는 인원이 50명이니 공간은 널널하다.
"자~ 오늘의 파티를 시작합니다~"
"와우~"
"삐~익"
"짝짝짝~"
예전 코미디언 고태산이 마이크를 잡아 사회를 본다.
모인 면면을 날거하자면 회사 대표를 위시해 사무실 식구 10여명, 엄미리를 필두로 영화배우 
10여명, 가수 이연우를 필두로 개그맨과 수석 엑스트라까지 모인 숫자가 40명이나 된다.
1차 회식때부터 참석한 인원도 있지만, 스케줄이 바쁜 연예인들은 대개 2차 모임이 시작이다.
"동훈이 고맙다, 회사가 자리잡은건 다 너 때문이야."
"형도 별소릴.."
당연히 테이블엔 미경이와 금쪽같은 딸 유정이까지 넷이 앉았다.
그래서인지 아까부터 미경이 표정이 안절부절이다.
나를 만나기 전 남선배와 하룻밤 인연이 있었기에 처신이 어렵지 싶다.
아무리 강심장인 여자라도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후 예전 남자와의 동석은 껄끄러울수 밖에 
없으리라.
그 일을 미리 알고도 덮고자 한 걸 안다면 어찌 생각할까 궁금하다.
"어머~ 남자들끼리 연애하네, 여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기획사의 일등공신이랄수 있는 엄미리가 우리 테이블을 기웃댄다.
물론 혼자가 아닌 자신이 소개한 여배우들과 함께 영화감독과 방송국 PD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다니는 중일게다.
"후후.. 그럴리가 있나요, 이쁘신 미녀들이 즐비한데.."
"호호.. 하나 골라요, 결혼하셔야지."
"조금만 기다려 봐요, 사회자가 발표할테니.."
"무슨 발표?"
멋적긴 해도 이왕지사 벌어진 일이니 만천하에 공개하는게 옳지 싶었다.
청첩장을 만들어 친지들에게 자랑다니시는 어머니 뜻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수익면에 있어서도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로 돌아 섰다.
입소문이 나면서 매니저먼트를 부탁하는 연예인들도 늘어 난다.

"자~ 흥겨운 자리를 마감하면서 중요한 발표가 있습니다."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의 면면과 장기자랑을 보여주다 보니 2시간여가 흘렀고, 제법 취기로 
흥들이 꼭지점에 달한 시점이다.
"우리 기획사의 대들보 김동훈이사님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헐~ 저 양반이 쑥스럽게.."
손짓으로 됐다고 사래를 치고, 발표나 하라고 입으로 나팔부는 시늉을 한다.
"여러분의 호응이 없다고 뒤로 빼시네요, 여러분~ 이럴때 필요한게 뭐죠~"
"와~ 짝짝짝.."
모든 사람의 눈들이 쏠려있는 마당에 더 이상 용빼는 재주는 없다.
"그 옆 백미경씨도 일어 나세요.."
"아이 참~"
결국엔 미경이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고 사람들이 웅성인다.
"여러분 축하합시다~ 이 두분이 한달후 이 자리에서 결혼식을 한답니다~"
"와~ 짝짝짝~"

"저 언니 취했나 봐.."
"응?"
대개의 사람들이 행사장을 빠져 나가고 우리들 역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유정이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주니, 사무실 연희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댄다.
역시 사무실 직원인 미스리와 순호가 연희를 부축하려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술이 취해 
막무가내로 그들의 부축거림을 뿌리치는 듯 하다.
때마침 순호와 눈이 마주치기에 눈짓으로 그를 불렀다.
"술취했네, 집에 데려다 줘야지.."
"..그게.. 이사님 만나야 한다고.."
"날.."
"네.. 배신자라구.."
".........."
"누나가 이사님 좋아해요.. 백미경씨랑 결혼은 안된다면서.."
"잘 달래 봐, 믿고 간다."
연희가 여타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기미는 눈치채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열살가까이 어린 아가씨가 들이 댐을 받아 줄런지 모르겠으나, 천부당만부당이다.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인데 나이가 어리다고 행복한건 아니라고 본다.
설사 20년쯤 연상인 할머니뻘 되더라도, 그 여인과의 동행이 심적으로 평안하다면 그 또한 
행복일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살았다.
좋아해주는 연희의 마음이야 감사하지만, 감사하다고 내키지 않는 평생을 거짓으로 살수는
없다.
인연이란게 받으며 사는 것보다, 대가없이 주면서도 기분이 좋다면 그 삶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부디 연희도 나이들어 그런 이치를 깨닫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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