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4

바라쿠다 2017. 10. 9. 07:33
"어떡하실래요.."
"글쎄.."
제약회사를 나온 뒤 근처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앉았다.
깜직한 미모인 그녀는 흰 티에 누빈 연두색 자켓을 걸쳤는데, 까만 피부라 
그런지 제법 어울린다.
"글쎄라니요, 젊어지는데~"
성격이 급하고 칼칼하기까지 한지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자기 주장을 세운다.
"윤지숙씨라 했나.. 어떻게 돼요,나이.."
"53,뱀띠." 
"어린 사람이 목소리가 크냐.."
"그러는 그 쪽은.."
"60,개띠."
"어머머.. 진짜?"
"속고만 살았나.."
"잘해야 55으로 봤는데.."
이식한 부분의 붓기가 완연히 가라앉지 않아 모자를 썻더니 어리게 보이는 
모양이다.
더불어 그렇게 봐 준 윤지숙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생긴다.
"거기 회원 여자가 대부분이라던데.."
"그게 어때서요, 남자들 더 좋을텐데.."
"난 싫어.."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면 이상스레 주눅이 든다.
쑥스러워 그런게지만 아직 미용실에도 가 보질 못했다.
"어머머.. 별나다, 그거 달렸죠?
"대물소리까지 들은 놈이요."
"다들 그러더라.."
새초롬이 눈까지 흘기는데 은근 색기가 흐른다.
"보여드려?"
"됐네요, 남의 껄 봐 뭐해."
"남의 떡이 더 맛있는법인데.."
"신소리 그만하고 같이 끊자구여.."
"가 보구.."
애인으로의 만남은 아니지만 제법 말이 통한다.
쌀쌀맞은 홍어집 최여사나 호프집 은경이와 달리 심심하지는 않지 싶다.

"거 봐, 보기좋네."
"나 개명했어."
부랄친구인 성호를 사당역에 있는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제 얘기를 듣고 이식한 내 모습이 어울린다며 극구 추켜 세운다.
"이름?"
"동석이라고 불러.."
"어감이 이상하다.."
신약을 복용한지 일주일이 넘은 시점이다.
긴가민가 효능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벌써 소식이 온다. 
발기제를 먹은것처럼 아침마다 뿌듯하게 텐트를 치고, 이식된 이마 위쪽 주변에
새싹이 돗듯 새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한다.
"자꾸 부르면 익숙해 질거야."
"홍어는 좋아하지 않으면서.."
나이 먹었다고 괄세하던 최여사에게 가기 위함이다.
"이상하게 땡기네.."
수술뒤 붓기도 완전히 가라앉아 구분조차 어렵다.
젊을때부터 소원이던 옅은 눈썹조차 숯덩이모양 시커멓게 변했다.

"두분이신가 보다.."
"뭐가 맛있을래나.."
"다 맛있죠,호호.."
아직은 내가 누군지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다.
"회무침 주세요."
"네~"
혹시 목소리라도 기억할까 싶어 낮게 깔았다.
"저 여자 곱상한데.. 너 혹시?"
"아냐, 처음이야."
주방안으로 사라지자 성호놈이 목소리를 낮춘다.
"판석아.."
"이 자식이~"
"아참, 동석아.."
"왜?"
"산에 안갈래?"
"산?"
"응, 이쁜 아줌씨도 많어.."
"그래?"
"소개시켜 줄께."
"글쎄.."
"재미난 얘기면 같이 해요."
안주와 동동주를 가져 온 최여사가 한쪽으로 눙쳐 앉는다.
"한잔 받으시고.."
"잘 못하는데.."
개도 안 물어갈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한번 시작되면 끝장을 보자고 덤벼드는 여편네다.
"우리 이쁘신 사장님 이름이 뭘까.."
"미숙이에요, 최미숙.."
"난 동석이, 이쪽은.."
"차성호라고 불러줘요."
~얼씨구.. 이 자식 몸 달았네~
"두분 친구에요?"
"부랄친구죠."
"동석씨가 훨씬 어려보이는데.."
"몇살이나.."
"한 다섯?"
"후후..고마워라."
이 정도 반응이면 성공이지 싶다.
콧날이라도 세우면 더욱 완벽한 변신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듯 하니 느긋하게 달궈주는 재미도 있을것이다.
오늘은 성호때문에 일단 후퇴를 하는게 맞지 싶다.
"어머~ 벌써 가시게?"
"또 놀러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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