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1

바라쿠다 2017. 10. 6. 11:33
"에이~ 그러지 말구.."
"어머머.. 내가 판석씨랑 거길 왜 가요."
날 선 목소리로 강짜를 부리는 최미숙이다.
~지럴.. 되게 비싸게 구네~
근 육개월간 최여사가 운영하는 홍어집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내일 하루 쉰다고 하길래 서울투어나 가자구 딴에는 정중하게 데이트 신청한
폭인데 싸늘한 표정이 되돌아 온다.
가끔 가게에서 마주치는 흡사 제비같은 놈에게는 눈웃음 살살 치는 최여사기에
더욱 기분이 상한다.
제 년보다 대여섯살은 족히 어려 보이는 놈에게는 코맹맹이 애교섞인 목소리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재밋다길래.."
"됐어요~"
흡사 못볼 꼴 봤다는 듯 냉랭하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얘긴데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유자식 상팔자에 나오는 조연배우 우현씨랑 비슷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실명을 거론해 그 양반한테 죄송스럽긴 하지만 비슷하게 닮은것 역시 내 탓은 
아니다.
하지만 점잖게 생긴 인물에 다정다감한 성격이 있어 보이기에 오히려 정감이 간다.
꼭 그 양반과 구분을 짓는다면 키는 내 쪽이 십여센치 큰 편이지만, 눈썹과 머리숱이 
상대적으로 적어 예전부터 불만스럽게 살아왔다.
꽃미남만 대접받는 세상이 도래했기에, 남자의 덕목중 으뜸으로 여기는 인품 따위는 
개가 물어가는 시대가 돼 버렸다.
~치사한 년, 홍어먹다가 콱 체해 버려라.~

"어쩐 일이냐.."
"저녁이나 먹으려구요."
"너두?"
"네, 아빠 혼자 계시니까.."
어스름해질때 집구석에 들어오니 아들녀석이 딸년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
재산 정리를 미리 해야만이 무거운 상속세를 피할수 있단다.
자식들 속셈이야 내 죽기전에 저들 앞으로 명의를 돌려 달라는 속셈이겠지만, 어림 반푼없는 
수작이다.
또래 친구들의 얘기인즉은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해 주는 그날로 찬밥신세가 된다고 했다.
올해 내 나이 육십이다.
예전같으면 한물 간 노인 취급을 받겠지만 요즘엔 칠십이 된 나이가 됐어도 등산이며 갖가지
취미생활, 그 힘들다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건강한 이들 역시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걱정이 돼 왔다구?"
"그럼요.."
"며느리하고 사위는.."
"걍 우리끼리 먹어요."
아들, 딸이 번갈아가며 눈앞에서 정신을 뺀다.
뻔히 보이는 자식들의 수작이지만 모른척 하기도 난감하다.
"가자.."

~띠링~
느즈막한 아침나절에 핸폰이 울린다.
쓰잘데기 없는 광고겠거니 화면을 보니 도로공사란 이름이 뜬다.
간혹 있는 일이기에 통화버튼을 누른다.
"네."
~이판석님..~
"맞아요."
~다름이 아니라..~
예상한대로 고향근처에 사 둔 땅이 도로에 편입된단다.
그 땅이면 공시지가로 따져도 족히 삼천은 보상받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 사는 넉넉한 집안은 아니었다.
지금의 잠실부근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이 강남재개발의 수혜자가 되어 벼락부자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알부자로 신분상승했다.
워낙 근면한 선친은 보상받은 돈으로 용인으로 이주해 농사를 계속했고, 자신은 서울에 남아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지금 사당동에 있는 상가건물 두개와 용인에 있는 땅이 부모께서 물려주신 유산이다.

"좀 꾸미고 살아라 임마."
"내가 계집이냐.."
이 곳에서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성호다.
내 명의로 돼 있는 상가의 생고기 집인데 제법 입소문이 자자한 모양이다.
지금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지라 유일하게 만나는 친구다.
할일없이 빈둥거리는 나와는 달리 취미생활도 하고 지역모임도 여럿 참석한단다.
"요즘엔 남자들도 화장까지 한다더라.."
"에이~ 부랄달린 놈들이.."
"무시할게 아냐, 추세가 그런걸.."
"됐어 임마."
"고집은.. 이 집 바깥주인 몇살인줄 알어?"
"그게 왜.."
"우리보다 다섯살 위야.."
"진짜?"
여주인이 50살이라 했기에, 남자치고는 곱상하게 생긴 그 남편도 비슷한 또래려니 했다.
"두번째 와이프래.."
"허~"
"주름제거 수술했다더라.."
"젊어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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