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3

바라쿠다 2017. 10. 8. 06:37
"어머, 오셨네요."
"이식.. 며칠걸리나.."
아삼삼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에 병원을 찾은 판석이다.
호프집 주인 은경이와의 만남은 여지껏 살아 온 삶을 송두리채 흔들었다.
조용히 갈 날만 기다려야 하거늘, 은경이 생각뿐으로 머리속이 가득하다.
"이 근처 사시나 봐요."
"..네."
병맥주를 가져 온 그녀가 맞은편에 앉아 술을 따른다.
나도 모르게 맥주잔을 공손히 두손으로 받쳐들게 된다.
"말 놓으세요, 아빠뻘인데.."
"..아닌데.."
"몇이신데.."
"60.."
"어머~ 열살씩이나 거짓부렁을,호호.."
"진짠데.."
늦은 시간인지라 오붓한 둘만의 공간이 몹시 흐뭇했다.
코 앞에서 그녀의 미소를 접했고, 은은한 향기까지 느낄수 있었다.
"은경이에요, 자주 오실거죠.."
가게문을 닫을 시간이 됐는지 축객령이 떨어졌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늦은 나이지만 이토록 설렘을 준 은경이를 날마다 볼수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바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가게를 찾을때마다 그녀 주위에는 항상 젊은 친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운 좋게 빈좌석에 자리잡는 행운도 있었지만 한번도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음이다.
결국 그녀와 거리를 좁힐수 없음이 나이 탓이라고 생각되어 병원을 찾게 된 것이다.
"아무려면 일주일가량 기다려야죠."
~쓰벌, 오래도 걸리네~
"하십시다."
"지금요?"
"내가 시간이 없어서.."
"네?"

~띠링~
"네."
~여기 국민제약입니다~
".........."
머리카락과 눈썹 이식을 한 뒤 거의 아물어 가는 시점이다.
매일 거울을 들여다 보며 붓기만 빠지면 밖으로 나갈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싱숭생숭
할 때이다.
느닷없는 제약회사의 제의에 심사숙고끝에 이 곳까지 오게 됐다.
"게놈이 발견된 이후로 인간의 꿈인 무병장수에 관해 세계적으로 유수한 의료진들이
연구를 거듭한 바.."
청강실에서 연배로 보이는 연구실장이란 사람이 젊어지는 신약의 탄생을 자축하는
배경과 의미까지 연설이 이어진다.
나와 같은 이유로 뽑혀왔지 싶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는데 그 수가 이십여명에
달한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분은 앞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흰 가운을 입은 사회자가 이름을 부르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들은 안내자를
따라 둘 또는 세명씩 청강실을 빠져 나간다.
"윤지숙씨~"
"네.."
"이판석씨~"
"네.."

"박민호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사십대로 보이는 그의 방에 윤지숙이란 여인과 셋이 앉았다.
"우선 여기에 서명부터 해 주세요."
의외로 간단한 내용의 서약서 두장을 내민다.
한장은 젊어지는 신약에 대한 보안을 다짐하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의약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피하려는 속셈으로 보였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내 경우처럼 일종의 시험 케이스가 된 이들은 신체검사와 함께 몇가지 검진을 받았지 싶다.
그 기준에 따라 신체의 변화를 체크할 요량으로 보인다.
두장의 서약서에 싸인을 해 내밀자 박민호는 여러 경우의 징후에 대해서도 당부까지 한다.
"운동하시나요.."
"아뇨."
"저두.."
"신약이 체내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운동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두분을 한조에
편성한게고.."
알고보니 윤지숙과는 이웃이라 할만큼 집이 가까웠다. 
일주일마다 신체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입장이 같은 사람이라면 미세한 변화까지도 감지하기
용이하다는 회사측의 배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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