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세여자 15

바라쿠다 2017. 9. 14. 05:36
"애들은.."
"자겠지."
"남편은.."
"아직..  메세지도 없어."
모텔방을 나서서는 숙자에게 메세지를 했다.
새벽 5시까지 일 한다던 숙자가 오늘은 쉬고 싶다며 집에 가잔다.
시간이야 12시가 아직이지만 숙자가 나에게 염려가 있음이야 알만하지 않은가.
나 역시 궁금하던 노래방 경험을 했으니 그만 접을 시간이다.
집에 오다가 의견 일치가 돼 시장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한잔하기로 
했다.
"들어온거 아냐?"
"행여나.. 그 정도만 돼도 인간이지."
60전후로 보이는 주인아저씨가 곰살맞게 맞아 준다.
육개월전 쯤인가 술 취한 옆자리의 손님이 시비를 걸었고 한 성격하는 인희가 
못 참아 욕을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양쪽 모두 술기운에 벌어진 추태지만 상대측 남자 하나가 넘어져서는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 졌다.
결국엔 지구대까지 불려 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고, 집에 있던 남편까지 불려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포차 주인인 아저씨가 참고인이 되어 유리한 증언을 해 주었기로 쉽게 마무리가
됐지만, 아마도 그때부터 인희는 미운 털이 박혔지 싶다.
"양보하면서 살아."
"지랄~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나같은 년도 있어 이 년아."
"니 년이 어때서, 속 썩을 일 없는데.."
물론 내 잘못이 없지는 않겠지만 도대체 맞출수가 없는 인간이다.
애들을 봐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런 굳은 결심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데는
용한 재주가 있는 인간이다.
그나마 인희와 숙자가 옆에 있어 견디는지도 모르겠다.
"잘해,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얘기는있지만, 어디라고 따라 오냐, 따라 오길.."
"그래서 넌 몇년씩이나 숨겼구나."
오랜만에 후련하다 싶을만큼 숙자와 수다를 떤다.

"담배없어."
"양복주머니 찾아 봐."
분명히 변태기질이 농후하지 싶다.
좀 전에 색칠하다고 발 끝으로 주물탕을 놔 잔뜩 흥분만 시키고 쌩깐 년이다.
지금 역시 입을 속옷이 없다 했고, 빨래하는 것 역시 믿을수 없다며 욕실앞에 의자까지 가져다 놓고 
감시를 한다.
그것도 속이 훤히 보이는 슬립뿐인지라 포동스런 젓과 윤기나는 털까지 선명하다.
빨래하는 눈 앞에 색칠한 발까지 까닥이니 차라리 고문이나 다를바 없다.
요즘이야 발톱에 색칠하는걸 당연시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눈요기일만치 드문 일이다.
"박하아니면 싫어."
이쁜 여자야 부지기지만, 발이 저리 이쁘기도 흔치 않다.
보통 여자들의 발가락이 끝으로 갈수록 작아지고 뭉개어 져 색칠한 발톱이 오히려 보기가 
반감이 생기는게 대다수다.
인희의 경우는 새끼 발톱까지 곧고 날렵한지라 사뭇 보기에 좋다.
"아무거나 피우지, 담배떨어진 주제에.."
"야~ 감히 로봇따위가 토를 다네, 죽을래?"
"담배 이름이 뭐야.."
"레종 아이스프레소."
"에이~ 이름도 까다롭네."

술이 쎈 선미지만 숙자와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지라 새벽녘이 될때까지 마셨다.
더 버티고싶었지만, 종내에는 취기가 올라 집으로 와야 했다.
역시나 안방은 휑하니 을씨년스럽다.
차례로 애들방을 들여다 보고는 샤워기의 찬물부터 맞는다.
아직도 어린 진수와의 섹스로 그 곳에 뿌듯한 여운이 있다.
"..나..죽어..누나.."
온전히 땀 흘리며 노동했기에 진수가 애욕에 불 타 몸부림치는 것까지 지켜 봤다.
여지껏 남자에게서 애무를 받아만 봤지, 스스로 주도권을 쥔 섹스는 처음이었다.
이마와 목에 굵은 힘줄까지 돋구고 시뻘겋게 달궈 져 가는 진수를 보며 야릇함이 피어 났다.
시시가칵 낯빛이 변하며 쾌락에 떠는 모습은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하다.
남자 역시 여자처럼 울부짖을수 있고, 그 행위가 선미 자신이 일궈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맛있는거 먹자 누나, 톡할께." 
외제차타고 바람쐬러 가자고 하면, 제 또래들처럼 얼쑤하면서 응하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괜시리 폰번호를 찍어줬지 싶어 걱정이 앞선다.

"나랑 하고싶어?"
"왜 바람잡는데.."
빨래 다 마쳤노라며 옷깃을 여미는 태호에게 한잔 더 하라고 불렀다. 
선미에게는 상가집에 있다는 핑계를 댔으니 시간은 넉넉할 것이다.
"함 주까?"
"진짜지?" 
"안돼 그건.."
"왜?"
남자란 어리숙한 동물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혹시나 해서 낚시밥을 풀어 놨더니 그게 독인지도 모르고 냉큼 받아 먹는다.
그 어리숙한 동물에게 의지않고, 대신 그들을 조련시키며 사는 길을 택한것이 
백번 잘했다고 자위하는 인희다.
"와이프 친구잖어."
"비밀로 하면 되지."
"이런 순 의리없는 인간아..  그게 말이니, 막걸리니.."
뭣 땜에 선미가 홧병이 도진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다.
아무리 그 짓이 좋기로 제 아내 친구고 뭐고가 없는 인간이다.
선미 남편만 아니라면 오히려 내 쪽에서 저 인간을 꼬셔서는 서박사처럼 하인으로 
부리는 것이 딱 제격이다.
"치사하게 못 만지게 하고.."
"말만 잘 들어, 신물나도록 만지게 해 줄께."
"그게 언제야.."
저다지 날 욕심내는 인간일진대, 선미에게는 꼬리나 치고 다니니까 같이 다니면 
물 든다고 어울리지 말라고 한건 무슨 심뽀인지 대충 감이 온다.
아마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속담처럼 제 딴에도 와이프 친구인 나를 맘에 두고는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쳐다만 보자니 분명 배가 아팠을 것이다.
"자고 갈거면 쇼파에서 자든지.. 나 먼저 들어갈께."
"쇼파에서?"
"싫으면 집에 가든지.."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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