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48

바라쿠다 2017. 9. 6. 12:36
"별 보러 가자."
"응?"
"베란다에 별이 이쁘더라."
평상시의 민수와는 다른 모습이다.
가끔이지만 지금의 남편이 이런 모습을 보일때가 있다.
방을 나서는 그를 따라 밤하늘이 보이는 베란다로 나섰다.
"이쁘다."
"저기가 은하수야."
"그래."
민수에게는 미안하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면 진호생각이 먼저 든다.
풋풋했던 대학시절 영원하리라 믿었기에 쏟아지는 별 밑에서 그에게 처녀를 줬다.
전갈자리가 내 별임을 일깨워 준게 그 였고, 머나먼 타국에서 포로로 있으면서 진호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 비참한 그 생활을 견뎌 나갔다고도 했다.
"내가 맘에 안 들지?"
"무슨 말이야?"
"나도 내가 그래."
"별 소리를 다 하네."
"조금만 기다려."
".........."
"변하도록 노력할께."
".........."
안 그런척 하더니 민수 역시 맘 고생이 심했을게다.
원할리 없는 지금의 현실이 세사람 모두에게 기막힌 픽션일게다.
누구에게 대놓고 의논조차 못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예전에 너랑 진호.. 보기 좋았어, 널 이뻐했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지.  그러다
진호에게 그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나한테도 기회가 왔던게구.."
"..옛날얘기는 뭐하러 해."
"초조하더라.. 니가 진호에게 돌아갈까 봐..  계획된 일은 아니지만 너희 둘 사이에 낀 이물질이 된
기분이야."
민수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지 싶다.
진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민수의 그늘에서 살았을게다.
그랬는데 버젓이 진호가 돌아왔으니 평상심을 가지기 함들었지 싶다.
"..자학하지 마."
"돌이킬수도 없잖어.. 진호도 그걸 바라는것 같고.."
".........."
"이대로 가 보자..  진호말대로 네가 행복하길 바래."
"나 뿐 아니고 다같이 웃고 살았으면 좋겠어."
잔잔이 자신의 속내를 풀어내는 민수에게서 또 다른 면모를 본다.
오늘밤도 밤하늘의 별들은 유난히 밝아 온 천지를 내리 비춘다.
"언제 한번 사진찍으러 가자."
"사진?"
"응, 가족사진..  얼마전 사진관을 지나는데 보기 좋더라.  우리도 찍자."
"그래 그럼.."

"점심 안 주나?"
"밥?"   수경이 유치원에서 와야지."
오늘은 홀수이기에 진호가 남편의 권리가 있는 날이다.
하우스에서 진호와 같이 모종올 살피고 있는데 민수가 들어왔다.
"옆집 남자랑 말 섞지 마."
"옆집 남자?"
"딱 보면 모르냐, 배고파 왔겠어?  우리 둘이 있으니 배 아파 그러는거지.."
"후후..귀신이네."
민수가 이 곳으로 와 같이 지내게 된 지도 몇달이 훌쩍 지났다.
우혁이도 많이 자라 뒤뚱뒤뚱 걷기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두 남편 역시 우려와는 달리 서로를 대함에 있어 학창시절과 다름없이 친하게 지낸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 또한 이 생활에 조금은 적응이 돼 느긋하게 지내고 있다.
다만 한가지, 두 남자의 사랑을 받다 보니 쉴 틈이 주어지지 않는다.
매일 오후 6시면 남편이 바뀌기에, 날 사이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는 여전하다.
아이들 눈치를 보느라 늦은 밤 시간에 치러지던 섹스가,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이 아쉬운지
대낮에도 날 품고자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우스 나가야지."
매일 반복되는 일과처럼 5식구가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유치원을 다녀오면 우혁이의 유모차부터 
꺼내는 수경이가 밖으로 나간 뒤 대충 주방 정리를 마친다.
"이리 와."
"왜 이래, 벌건 대낮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 보던 진호가 불식간에 부둥켜 안더니 침대에 쓰러뜨린다.
"가만있어 봐."
"아이 참~"
평소의 진호답지 않게 옷을 벗기는데 거칠게 서두른다.
자분자분 애무를 하던 평상시와 달리 젖가슴에 머리를 묻고는 팬티부터 끌어 내린다.
손가락이 입구를 열어젖히고 분탕질을 시작하기에 아직 준비가 덜 된 그 곳이 쓰라리다.
"아포~ 이 이가.."
살풋 아픔이 느껴지는지라 그의 어깨에 종주먹질로 두들긴다.
"후후.. 미안~"
그제사 서두른게 미안했는지 움직임이 둔해지고 자분거리는 태도를 취한다.
이미 그에게 길이 든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달아 오른다.
"아우~ 몰라."
튼실한 진호의 물건이 입구에 닿더니 속살을 긁으며 뻐근하게 들어찬다.
감질나게 천천히 안부를 묻듯 왕래를 하던 홍두깨가 차츰 속도가 붙어 질주를 한다.
"어후~ 어떠케.."
"화장해야지~"
한창 달아오르는 중인데 벌컥 문이 열리더니 민수가 나타난다.
"뭐야, 노크도 없이.."
신나게 노를 젓던 진호와 내가 뻘줌해져서는 민수를 쳐다 본다.
"사진관 가야 돼."
"이제 3시야."
"선영이 준비하려면 시간 많이 걸려."
"난 아직 못했어."
멍하니 멈춰 져 있던 진호의 달리기가 다시금 시작된다.
지켜보는 민수의 눈길조차 상관없다는 듯 거친 박음질이다.
졸지에 어색함으로 식어버린 열기가 다시금 걷잡을수 없이 커져 간다.
"허엉~ 몰라.."
"인간들이.. 아예 영화를 찍어라, 찍어."

만수의 승용차로 수경이, 우혁이와 함께 장터로 나섰다.
"사진부터 찍자."
"응."
유모차를 꺼내 우혁이를 태웠더니 수경이가 낼름 뺏아 간다.
"진호자식 삐졌겠지.."
"행여나.. 그건 자기 특기야."
"그런가,후후.."
미리 언질을 줬기에 재밋게 놀다 오라고 등까지 떠민 사람이다.
민수 얘기대로 사진관 전면에는 몇장의 사진이 진열돼 있다.
고객들 사진중에 잘 나온것만 골랐겠지만 다들 화목한 모습들이다.
"아빠는.."
사진사가 포즈를 취해준다고 자리 배정을 하느라 바쁘다.
"하우스가 바빠서..  아빠는 다음에 같이 찍자."
"나도 안 찍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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