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46

바라쿠다 2017. 9. 2. 21:20
"후후.. 좋았어?"
"그래 좋았다, 임마."
격한 몸싸움뒤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남편에게 진호가 말을 건넨다.
몰입할때와는 달리 벌거벗고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하다.
모든걸 지켜 본 진호앞에서 이제사 부끄럽다고 옷을 찾아 입는것 또한 이상하다.
"선영이 넌.."
"..몰라." 
느닷없는 진호의 지적질이 다시금 당황스럽다.
"모르긴.. 이쁘더라, 몰입하는 모습이.."
"헐~ 공짜로 구경한 넌.. 감상한 소감이나 읊어 봐."
"몰라서 물어?  혼자 재미보구.."
"그러니까 어땟냐구?"
"후후.. 궁금해?"
"그래 궁금하다."
나 역시 진호의 속내가 궁금하던 터라 남편의 질문이 고맙기까지 하다.
사타구니라도 가릴 요량으로 한쪽 다리를 무릎세우고 방바닥에 눈길을 둔다.
하지만 전 남편과 지금의 남편이 나누는 얘기에 저절로 촉각을 세우게 된다.
"나였으면 했어, 선영이를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이.."
"부러우면 너도 하든지.."
무슨 물건이라도 건네듯 핑퐁게임처럼 주고 받는다 싶어 기가 막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 자신 이런 그림을 원하지는 않았기에 벙어리 냉가슴 앓을 뿐이다.
"그건 싫어."
'싫다구?"
"응."
"부럽다며..
"부러워도 그건 아니지."
"그럼 뭔데.."
"선영이가 이뻐 보인다는거야, 선배와 뒤엉켜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보여주는게.."
"그래서.."
"우리 이렇게 삽시다."
"이렇게?"
"응, 조선시대만 해도 삼처, 사첩 거느리고 살았다는데 그 반대로 남편이 둘 있으면 어때.."
"셋이 같이?"
"그래 보자구..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선영이가 맘 편히 살면 좋겠어."
"선영이가 그러재?"
"아냐 내 생각이야..  나랑 있을때는 선배한테 미안하고, 선배랑 있을때는 내 눈치를 살피더라구, 차라리 두 남편 거느리는걸 우리 둘이
이해한다면 선영이가 죄인처럼 살지 않아도 될게고.."
"그게 가능하다고?"
"안될것도 없지..  선배방은 이층이니까 하루씩 번갈아 자든지, 번거로우면 일주일마다 바꾸던지.."
"당신은 어때?"
이번에는 민수가 나에게 공을 넘긴다.
".........."
"선영이한테 묻지 말고 걍 이렇게 가자구, 쟤 맘 약한거 선배도 알잖어."
"..좋아 까짓거..  오늘은 누구랑 잘거야?"
".........."
"또 그런다.. 그건 선영이 맘대로지, 누굴 택하던지 우린 그냥 따르면 돼."

"잘 잤어?"
"애들은?"
진호의 생각대로 우리 세사람은 그렇게 살기로 하고 지낸다.
어제밤은 민수가 머무는 이층에서 잠을 자고 내려오다 거실에서 진호와 마주쳤다.
"아직 자는중이야, 들어가 봐."
"아침되면 부를께."
"응, 부탁해."
워낙 부지런한 진호는 새벽부터 하우스로 나간다.
난의 새로운 품종을 연구해야 한다고 하우스에서 지낼때도 있지만, 아래층에 애들만 있을때는 가급적
집에 들어와 잔다.
짝수날에는 이층에 오르고 홀수날에는 진호와 함께 지낸지가 여러날 지났다.
오늘처럼 이층에서 밤을 지내고 진호와 마주쳐도 그는 응당 그러려니 내가 불편해 할까봐서인지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노력하는게 보인다.
하지만 민수는 아직 적응이 안되는지라 언뜻언뜻 진호와의 시간을 궁금해 한다.
자면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심지어 몇번 교접을 했는지까지 물어 본다.
"아줌마~ 우혁이 울어."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데 수경이 목소리가 들린다.
머리카락이 제 멋대로 부시시하고 눈꼽마저 달고 있다.
"우는게 아니고 잠투정 하는거야, 들어가 보자."
수경이의손을 잡고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쓰던 애들방으로 향한다.
칭얼거리던 우혁이를 안아 들자 언제 그랬냐는듯 동그랗게 뜬눈으로 두리번 거린다.
똑같이 배아파 낳은 아이들과 함께 할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지내는 요즘이다.
우혁이를 요람에 뉘이고 젖은 기저귀를 갈아 끼우는데, 옆에서 수경이가 신기한듯 지켜 본다.
"수경이도 한번 해 볼래?"
"나도 잘해."
"그래, 내일은 수경이가 해 보자."
"응, 아줌마."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수경이에게 엄마라고 불리지 못하는 것이다.
"아침먹자, 아빠 불러 와."
"응."

"배고파, 밥 줘."
"왔어?"
"네."
"앉아 그 쪽으로, 국 데울께."
"됐어, 그냥 줘."
항시 이렇게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날 중심으로 오른쪽에 수경이가 앉고 손재주 많은 진호가 요람에 바퀴를 돌았기로 왼편에는 우혁이가 자리한다.
건너쪽에는 두남편이 우리와 마주하고, 물건 출하땜에 바쁜날에는 치영이까지 모두 모인다.
"차는?"
"벌써 입구에 왔더라구, 조금 기다리라고 했어."
"빨리 넓혀야 하는데.."
"이번주에 한다며.."
"응, 이장님이 연락준대.
승용차 정도야 쉽게 드나들지만, 꽃을 싣기 위해 큰 트럭이 드나들기는 아무래도 비좁은 터라
마을에서 인부를 부르기로 했단다.
남편들이 하는 일이라 그냥 지켜만 보는 입장일수 밖에 없다.
소롯길을 신작로처럼 넓히는걸 보면 일의 규모가 커지는듯 싶어 다행스럽다.

"좋겠다."
"응?  뭐가.."
하루종일 뭐가 뭔지 정신없이 지냈다.
오늘처럼 출하가 있는 날은 작업을 돕는 아주머니들과 식구들의 식사를 챙기는것만 해도 노동에 가깝다.
저녁까지 먹은 치영이도 제 집으로 돌아가고, 쌓아 두었던 설거지를 끝냈다.
의례 저녁 일과인 샤워를 한 후, 젖은 머리를 털면서 나오다 막 현관으로 들어서는 민수와 맞닥뜨렸다.
"목욕재계까지 했잖어."
".........."
무슨 심사가 꼬였는지 내 곁을 지나 쉬적휘적 이층으로 계단을 오른다.
뭐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말도 없음이다. 
민수와 함께 있는 짝수날에도 몸 씻는걸 거른적은 한번도 없다.
진호가 있는 안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컴에 앉아 서양란 그림을 지켜보고 있다.
"그만 자야지." 
"응, 잠깐만.. 무슨 고민있어?"
잠시 고개를 돌려 힐끗한 진호가 다시금 정색하고 쳐다 본다.
"없어 그런거.."
"아냐, 수심이 깔렸어."
".........."
"털어 놔."
예전부터 맘속에 있는 생각까지 읽을정도로 날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민수의 한마디로 받은 근심이 얼굴에 나타났지 싶다.
"..사실은.."
"민수씨가 불편한가 봐."
"왜, 뭐라 그래?"
"..그건 아니고 내가 불편해서 그래..  이쪽저쪽 팔려가는 기분이야."
"츠암~ 선배가 뭐라고 했네."
"아니라니까~"
어려서부터 유달리 다른사람과 의견 차이남을 못견뎌 했다.
친정 엄마는 그게 천성이라고까지 못을 박았다.
"아니긴..  넌 그게 문제야."
".........."
"다른사람 맘 아픈거 못 보잖어, 그리고 팔려가는게 아니라 반대로 돈 주고 산다는 생각을 해.  선영이 
중심을 잡아야 우리 셋 다 문제없이 지낼수 있어, 니가 확신이 없으면 삐걱댈수 밖에.."
"자꾸 물어 봐, 우리 둘이서 뭐 했냐구."
"후후.. 그래서 이러는구나.  다 얘기해 줘, 질투한다는건 널 좋아한다는거니까."
"그럴까?"
"그럼~  약이 올라 더 덤벼들껄?"
"믿어도 되지.."
"후후..당근이지, 어여 와.. 오늘은 내가 남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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