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42

바라쿠다 2017. 1. 16. 05:48

" 오늘 온대요? "

" 응, 방은 깨끗하겠지.. "

" 별 걱정을.. "

하우스에서 치영이와 묘목정리를 하던 중에 진호가 돌아왔다.

치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 나 역시 궁금하던 참이다.

" 하던 일은 어쩌구요. "

" 다 정리한 모양이더라..  힘들어 보였어. "

" 큰소리 치더니, 집까지 팔면서.. "

" 치영이하고 당신, 그 일은 잊어버려.  가뜩이나 힘든데 선배한테 부담될거야. "

" 츠암,형은.. 천사표라니까.. "

" ..................... "

진작부터 진호에게 미안함을 지니고 있는 선영이다.

본의는 아니지만 다른 남자의 와이프가 된 지금의 상황이 진호에게는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혁이 아빠의 쓰린 마음까지 달래 주고자 한다.

" 저녁때 술 한잔하자, 여기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구.. "

" 여기서? "

" 에이, 나는.. "

" 치영이 너도 여기서 자..  이따가 할 얘기도 있구.. "

" ...................... "

" 무슨 얘기.. "

예전부터 마음씀이 착했기에 진호의 그런 점에 이끌렸지 싶다.

연애하던 시절, 무슨 로맨스 영화인가를 보러가서는 가슴 먹먹한 장면이 나오자 몰래 눈물을 찍어 내는걸 본 적이 있다.

그런 심성은 변하지 않았을게고 우혁 아빠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려는게 아닌가 싶다.

 

민수씨가 집에 돌아와 이층방에 자신의 짐을 푸는걸 보고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번거로울것 까지야 아니지만 주방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치영이와 함께 하우스로 옮겼다.

음식이라야 평소 먹던 반찬과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이 전부다.

치영이가 부루스타와 불판을 놓을 간이 테이블을 만드느라 바쁘게 집과 하우스를 오갔다.

수더분하게 준비 된 하우스 안에서 진호와 민수까지 4명이 자리하게 됐다.

" 이리 앉아요. "

" 빨리 먹자, 배고프다. "

" 운취있네 여기.. "

진호가 치영이를 붙잡은 이유를 알것 같다.

민수와 평소 대면대면하게 지내던 치영이가 먼저 말을 건넨다.

아마도 진호가 치영이에게 언질을 줬지 싶다.

서빙을 하고자 작정을 했는지 지글거리는 삼겹살앞에 붙어 가위질까지 한다.

" 모두 한잔 하자구, 선배를 반기는 뜻으로.. "

" 개선장군도 아닌데 쑥스럽게.. "

" 무슨소리.. 우리 사이에 그런게 뭐 필요해.. "

" 그래요, 매형은 별 소리를.. "

진호의 권유로 첫잔을 들어 마시긴 하지만 네사람의 감정은 모두 달라 보인다.

다행인것은 게면쩍었던 민수가 한두잔 술이 들어감으로 해서 편안스런 표정이 된다.

가라앉지 싶던 분위기가 진호와 치영이의 붙임성으로 인해 조금씩 환해 진다.

" 뭐 할거야, 앞으로.. "

" 선영이 너도..  일 그만둔지 얼마나 됐다고.. "

" 글쎄다.. "

다분히 직선적인 성격탓에 민수에게 묻고는 아차 싶다.

조용하지만 눈치빠른 진호가 내 잘못을 나무란다.

" 오파는 어때.. "

" 오파? "

" 응, 일부 꽃이 일본으로 가는데 유럽쪽이 더 매리트가 있거든.. "

" 내가 뭘 알아야지. "

" 기존 매뉴얼이 있으니까 어렵지는 않을거야. "

주로 민수와 진호의 얘기가 주를 이뤘고 간간이 치영이도 끼여 든다.

그들간의 대화가 다가오지 않아 묵묵히 술잔만 비우게 된다.

이런저런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빈 술병들이 늘어 간다.

어느덧 세사람 모두 술이 얼콰한 듯 가끔 혀가 꼬이는 목소리도 들린다.

" 피곤하다, 나 먼저 들어갈께. "

" 그래 선배 들어가요. "

주위로부터 술이 세다는 평까지 듣던 민수의 눈이 살며시 처져 보인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지 싶어 가슴 한켠이 아리는 선영이다.

 

" 어때 보여? "

" 글쎄.. "

" 피곤해 보이긴 하네요. "

민수 선배가 자리를 뜨고 선영이와 치영이만 남았다.

선영이를 사이에 두고 민수 선배와 엉킨 지금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힘들어 하는 민수 선배의 모습은 너무 짠하다.

" 따라가 봐. "

" 어딜.. 민수씨한테? "

" 응, 힘들어 보여.  술상가지고 올라 가든지. "

" ..알았어. "

지금 선배에게 힘이 되는건 선영이 뿐이지 싶다.

고달픈 삶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작은 시련이나마 견디기 힘들것이다.

뒤이어 선영이까지 하우스를 나간 뒤 치영이와 마주 했다.

" 치영아.. "

" 네. "

" 우리 우습지? "

" 뭐가.. "

" 그렇찮어.. 민수 선배나 나 역시 누나 곁에 머물고 있다는게.. "

" 오해 하지는 마요, 형.  부모님들도 걱정이 많아. "

진호 자신도 이런 짜임새가 싫은데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그러하리라.

하지만 실상으로 부디쳐야 하는 현실임에야 쉽게 결론내기는 어려울수밖에 없다.

어찌해야 좋을지 감 잡기도 힘든 상황이다.

애꿎은 소주잔만 비워대는 폭이지만 막막한 심정은 뚫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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