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41

바라쿠다 2017. 1. 15. 06:03

" 어디 갔니 진호씨.. "

" 밖에.. "

아이들 챙기고 하우스에 나와 보니 치영이 혼자뿐이다.

갓난아이인 우혁이와 이곳으로 온지 벌써 여러달이다.

애아빠 하는 일이 여의치 않아 사는 집을 쫒기듯 나와야 했다.

가뜩이나 마음 둘 곳 없어 허전할때, 진호와 딸인 수경이를 돌보는게 유일한 낙이다.

그네들과 함께 지낼수 있음에 위로를 받는다는 생각까지 든다.

" 잘 나가지 않던 사람이 무슨 일이래.. "

" ..얘기하지 말랬는데.. "

" 뭐야. "

" 매형 만난다고 했어, 연락왔다구.. "

" ..둘이서? "

" 응. "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날 빼놓고 만나는 이유는 한가지 뿐일게다.

그 두사람이 할 얘기라고는 내 거취 문제지 싶다.

이미 시댁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지금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그들 두사람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 아줌마~ "

" 응. "

치영이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 수경이 목소리가 들리기에 고개를 돌린다.

" 우혁이 울어, 똥 쌋나 봐. "

" 그래, 들어가 보자. "

유치원에 다녀 오면 이제 막 돐이 지난 우혁이와 왼종일 붙어있는 수경이다.

둘 다 자신이 낳은 남매이기에 그런 흐뭇한 모습조차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 만나자 ~

~ 그럽시다 ~

~ 밖에서 ~

모든게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진호를 만나기로 한 민수다.

어린 미연이와의 의미없는 동거생활 역시 끝내야 한다.

새로이 시작할 일조차 없는 지금, 마음의 안식이나마 찾고 싶다.

뚜렷하게 갈 곳이 없는지라 선영이가 없는 바깥에서 만나기로 한 폭이다.

" 미안하다, 불러내서.. "

" 괜찮어, 일은 어때요. "

마침 양재동 꽃시장으로 나올 일이 있다길래 주차장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 정리했어..  그래서 말인데.. "

" 얘기해요, 뭔지 몰라도.. "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 내린 결론이지만 서두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 ..사실 갈데가 없어..  당분간 신세 좀 지자. "

" 편한대로 해, 이층방 비워놨어. "

너무 쉽게 승낙과 다름없는 결론이 나 버리자 오히려 김 빠지는 느낌이다.

법적으로야 현남편이지만 진호와 선영이 사이에 낀 이물질같은 생각이 든다.

" 일 찾을때까지만.. "

" 상관없다니까..  그 보다 선영이 힘든가 봐. "

" ................... "

" 천성이 밝은 성격이잖어, 요즘 통 웃는걸 못 봤어. "

" 그래..  그렇겠지. "

" 선배도 어렵겠지만 와서 위로도 좀 해 주고.. "

" ..모르겠다, 내가 힘이 될른지.. "

사실 따지고 보면 선영이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건만 이상한 모양새가 된 폭이다.

진작부터 선영이에게 욕심 있었던 자신이 모든걸 짊어지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물론 처가의 장모님이 큰 조력자가 되긴 했지만 어느 누구의 잘못이란 생각은 없다.

그 당시만 해도 진호가 죽은줄 알았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갑자기 나타 난 진호로 인해, 질투를 느끼긴 했지만 정작 선영이의 아픔까지 이해하지 못 한것도 사실이다.

어렵사리 선영이를 취하게 된 신혼 첫날밤 세상끝까지 행복하게 해 주겠노라고 속으로 다짐까지 했었다.

" 찾아 줘야잖어, 웃음.. "

" .. 노력해 보자. "

 

" 진짜야? "

" 뭐가.. "

" 가게 넘긴다며.. "

" ..응. "

가게 정리가 다 되어가는 마당에 미연이와의 관계 역시 끝내는게 당연하다.

그간 곁에 있어 줘 위로를 받긴 했지만 진심조차 없는 철부지와 계속 간다는건 의미가 없다.

몇가지 옷과 쓰던 생활용품등을 여행용 캐리어에 주워 담았다.

" 그럼 난..  자기만 믿고 있었는데.. "

" 어쩌누.. 이리 됐는데.. "

" 그러지 말고 나랑 카페나 하나 하자..  내가 먹여 살릴께. "

" 그렇게 보였나 보다, 내가.. "

어린 미연이 눈에 보여 진, 내 자신 스스로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

더불어 살아 온 지난날이 즉흥적이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 오빠랑 정 들었는데, 씨~ "

" 미안하구나..  할일이 있어. "

" 뭔데, 돈 되는 일이야? "

" 아냐, 그런거.. "

비록 돈이지만 어린 미연이조차 목표의식이란게 있는데 상대적으로 너무 쉽게 살아왔지 싶다.

남들이 볼때는 정당치 못하겠지만, 미연이조차 나를 통해 자기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그간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선영이가 진호와 만난걸 알게 된 후로 미연이를 자주 품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 에이~ 뭐든 같이 하면 좋을텐데.. "

" 그만 헤어지자, 더 정들기전에.. "

대학을 졸업하면서 남들처럼 취업에 대한 걱정도 없이 부친의 회사에 안주하게 됐다.

짧은 생애지만 이제껏 내 맘대로 되지 않은건 선영이에게 가진 연심뿐이었다.

해맑고 이쁜 선영이를 처음 봤을때, 후배인 진호의 여자 친구였기에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아무도 모르는 가슴앓이를 하는 동안, 외면상으론 선영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는 못했다.

그러다 진호의 비보 소식을 접했고 힘들어하는 선영이에게 접근할수 있었다.

" 오늘 자고 가면 안돼? "

" 인연되면 만나자. "

헤어진다는건 고금을 막론하고 권할 일은 못된다.

그 인연이 서로에게 애닯은 정이 있건 없건 마음의 찌꺼기를 쉽게 끊어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선영이가 자꾸 보고싶기에 어린 미연이와 같이 지낸다는건 고역일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이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가는 이유 43  (0) 2017.01.22
살아가는 이유 42  (0) 2017.01.16
살아가는 이유 40  (0) 2016.12.28
살아가는 이유 39  (0) 2016.12.27
살아가는 이유 38  (0) 2016.12.26